[호모 히스토리쿠스]1강, 4강 기억 과제 +1
정아은
/ 2017-02-21
/ 조회 1,994
첨부파일
- 호모 히스토리쿠스 과제.hwp 다운 7
관련링크
본문
2017. 1. 19. 첫 번째 수업 당일의 회상
수강생들은 공간이 꽉 찰 정도로 많았다. 낯익은 얼굴이 반, 낯선 얼굴이 반이었다. 오라클 샘, 기픈옹달 샘의 공간사용설명을 들으면서 이 공간과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오랜 기간 후에 만났지만 엊그제 만난 듯함 익숙함. 친근함. 함께 공부한 이들은 언제 만나도 그런 느낌을 갖게 되는 걸까.
수업 내용 중에선 우선 홉스봄 3부작 얘기가 확 관심을 끌었다. 홉스봄의 <역사론>을 반쯤 읽어 그 아저씨의 흡인력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가 지은 책이 더 있다는 게, 그것도 3종, 4종 세트로 있다는 게, 마치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먹을 식량을 노옾히 쌓아놓은 듯한 기쁨을 주었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할 줄 아는, 전형적인 ‘역사 선생님’이었다. 모든 나라는 세금 때문에 망한다라는 명제로 일단 우리의 흥미를 화악 돋우었고, 여세를 몰아 역사적 사건이 성립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요소를 좌아악 설명해주셨다. 구조, 의지, 우연. 구조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면 환원론에 빠질 수 있고, 의지에만 맞추면 목적론, 우연에만 맞추면 불가지론에 빠질 수 있음을 알려주시면서 홍명희나 위고 같은 소설가들 이야기를 곁들이셨다. 홍명희는 조선의 느낌을 알았던 사람. 노론가문에 대한 감이 있었던 사람. 이런 이야기 들을 때는 너무 좋아서 막 몸에 소름이 돋을라 그랬다.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의 한 시대로 쑤욱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당대의 풍경, 냄새, 소리를 감각하는 듯한 느낌. 갑자기 확 가깝게 다가오는 역사. 아아, 역사 이야기에 등장하는 문학작품들은 얼마나 더 맛깔스럽게 느껴지는가! 집에 가서 당장이라도 레미제라블을, 임꺽정을 펼쳐들 것처럼 열광하면서 선생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물론 실제론 집에 가서 바로 뻗어서 잠들었지만.
쉬는 시간에 <5일의 마중>이라는 영화의 몇 장면을 계속 벽에 띄워놓았던 기억. 저 영화 재미있겠다, 생각하면서 계속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음악이라도 틀어놓지 그랬냐는 선생님의 말씀도 기억난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기대감이 거세게 일었다. 감각들에 적극적인 이의 수업은 재미가 없을 수 없으므로.
2017. 2. 2. 3주 후, 첫 번째 수업에 대한 회상
자리가 모자라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좌석이 꽉 차 있었다. 먼저 오라클 샘의 연구공간에 대한 안내가 있었고, 그 뒤를 기픈옹달 샘의 책 광고가 이었다. 두 분의 설명이 상당시간동안 있은 후 오항녕 선생님이 말씀을 시작하셨다. 동그란 안경 너머, 언제라도 웃을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얼굴의 선생님. 선생님은 편안하게 말씀을 시작하여 자연스럽게 우리를 역사여행에 동참시켰다. 많이 웃었고, 재미있다! 고 생각하며 귀를 기울였다.
이 날의 주는 사건은 구조와 의지와 우연, 이 세 가지로 이루어진다는 설명이었다. 그 예로 무얼 들었던가? 세월호 사건이었던가?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라는 반응에 대해 울분을 느꼈다는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세월호가 아닌 다른 사건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구조’의 문제를 ‘의지’의 문제로 치환하는 전형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설명하셨다. 평소 답답하게 느꼈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무슨 사례였는지는 으아...기억나지 않는다.
수업 중 이덕일 씨에 대한 이야기, 권력과 인간을 쓴 정병설 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E.H.카의 한계를 지적하는 언급도 살짝 있었다. 다음 시간에 카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이 날의 이미지는 소복하게 눈이 쌓인 한 궁궐 건물의 이미지로 남았다. 아마도 <광해>의 첫 장면이거나 그랬을 것 같은데, 실제로 그 동영상을 보지는 못했지만, 영상을 틀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 장면이 계속 벽에 떠서 뇌리에 그 장면이 강렬하게 남았나 보다. 인적이 없는 커다란 전각 주위를 둘러 싸고 있는 어둠. 문이란 문은 모두 닫혀 있는 단정한 전각 건물 앞에 소복하게 쌓여 있는 눈. 수많은 비밀과 거짓말과 음모가 들어 있을 것 같은 그 풍경 안에 마치 내가, 우리 수강생들 모두가 들어가 있었던 듯, 역사의 비밀 한 자락을 열고 들어가 몰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던 듯, 묘한 겨울밤의 이미지로 남았다.
댓글목록
여하님의 댓글
여하역사론 정말 어려운 책인데... 번역도 친절하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