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에세이] 상대적 과잉인구 생산과정에 대한 예증
오라클
/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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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 과잉인구 생산과정에 대한 예증
: 1992년 자본축적의 위기와 창원기계공단의 고용불안 분석
1. 상대적 과잉인구의 생산은 고용불안을 경유한다
그것은 외부로부터 왔다. 모든 새로운 것들 중에 외부에서 오지 않은 것이 있을까마는. 그것은 생산현장의 셔터문 아래로 안개처럼 스멀스멀 새어들었고, 안개 속에 포함된 바이러스는 어느 순간 공장 전체를 장악해버리고 말았다. 그것은 실업의 공포 혹은 고용불안이다. 언젠가부터 퇴사자가 생겼는데도 회사는 인원을 충원하지 않았고 자연감원을 내버려두었다. 물론 신입사원이나 매년 12월 병역특례 모집도 없었다. 생산현장이 여유가 좀 없어지기는 했지만 그러려니 했다. “설마 우리회사가?” 했었다. 물/량/감/소.
그러다 차츰 생산물량이 줄어들면서 회사는 잔업을 금지시켰고 토요일도 격주로 쉬게 했다. 기본급으로는 어림없어 잔업이라도 해야지 처자식을 먹여살릴 형편이어서, 잔업금지는 단박에 생계의 목줄을 조여왔다. 회사는 연차휴가도 강제로 사용하게 했다. 연차를 사용하는 대신 연차수당으로 임금을 보충해 왔는데 말이다. 하지만 잔업ㆍ특근 금지나 연차사용 강제가 모두 물량이 없어서 그런데 어쩌겠는가 싶었다. 회사는 연장시간 단축에 이어 기본시간까지 줄여나갔다. 부서별로 강제로 휴가를 명령하더니, 처음에는 보름씩 나중에는 한달씩 공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조/업/단/축.
이렇게 일하지 못하는 동안 월급을 못 받는 것은 물론, 임금체불이 이어지자 고용불안과 실업의 공포가 현장을 뒤덮었다. 연말상여금이 안 나왔다. 그것도 무기한 지급연기! 월급도 제때 나오는 달보다 체불되는 달이 더 많아졌다. 임/금/체/불. 라인이 축소되고 부서통폐합이나 부서이동 같이 현장이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어졌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10% 감원설, 20% 감원설이 수상한 소문처럼 떠돌더니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했다. 막상 ‘희망퇴사자’ 모집공고가 붙었을 때는,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체념만 남아있을 정도였다. 인/원/감/원.
이 과정에서 회사는 “전노협을 탈퇴해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그룹에서 전노협 탈퇴하라면 해야지 안하면 굶어 죽을 것인가? 전노협을 탈퇴하지 않으면 인원정리를 계속하겠다”고 노동조합을 협박했다. 결국 고용불안과 감원의 협박 속에서 조합원들은 전노협을 탈퇴를 찬성했고, 이어 회사에 협조적인 위원장이 당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처럼 보였다. 노/조/무/력/화. 이제 단체협약은 휴지조각이 되고, 회사는 무혈입성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어떤 저항도 없이 생산현장을 접수한다.
이처럼 고용불안은 생산현장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힘관계를 재편한다. 노동자가 한발 한발 후퇴하고 있는 지점을 따라 회사는 서서히 노동자의 조직력과 저항을 잠식한다. 결국 임금의 하락을 비롯한 노동조건의 전반적 하락은 필연적 귀결이며, 노동조합의 무력화를 동반한 노동자의 결사는 서서히 무너져간다. 공장은 더 이상 노동자의 일터가 아니라 착취의 공간이라는 본래의 성격을 드러낸다. 실업의 공포는 소문만으로 생산현장을 점령한다. 실업을 비롯한 고용불안은 자본의 재편에 따른 노동의 재편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은 외부로부터 온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것은 노동자라는 자본주의적 존재의 내부로부터 기인한 것이었다.
이 글은 1992년의 경제위기를 배경으로, 자본축적의 위기와 자본의 재편과정에서 나타나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을 분석한다. 특히 창원기계공단의 고용불안 사태를 통해, 상대적 과잉인구의 생산과정에서 나타나는 노동조건의 악화와 노동조합의 무력화에 대해 예증할 것이다.
2. 1992년 경제위기와 자본의 재편과정
- 자본의 과잉과 생산의 무정부성이 낳은 자본축적의 위기
상대적 과잉인구는 자본축적의 필연적 산물이다. 맑스는 자본축적의 일반적 법칙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상승을 통해 상대적 과잉인구를 창출한다고 정식화했다. “자본의 축적은 자본의 기술적 구성에 변화를 일으키고, 이 때문에 [자본의 가치구성에서의 변화, 즉] 자본의 가변적 구성부분은 불변적 구성부분에 비해 점점 더 작아진다.” 자본의 기술적 구성의 고도화는 자본이 이전보다 훨씬 적은 노동자를 흡수하며,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더욱더 많이 축출한다는 걸 의미한다. 자본주의적 축적 그 자체가 상대적으로 과잉인 노동인구를 끊임없이 생산해낸다. 자본의 축적은 기술적 구성과 유기적 구성을 상승시키고, 그에 따라 “노동인구는 그들 자신이 생산하는 자본축적에 의해 자신을 상대적으로 불필요하게 만드는 수단을 점점 더 큰 규모로 생산”한다.
1992년 중소기업의 부도는 사상 처음으로 1만개를 넘어섰는데 1991년 대비 74%나 증가했다. 1991년부터 급증한 중소기업의 도산은 ‘집단도산’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업종, 규모, 지역 형태에 상관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1992년 전국 평균부도율도 1991년에 비해 2배 이상의 증가를 보였다.
1991년 하반기부터 재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공장가동율은 급격히 떨어졌다. “4천만 국민이 2년간 충분히 입을 수 있는 옷이 쌓여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류업계는 과다경쟁에 따른 매출부진, 재고누적에 시달리고 있었다. 1992년 경제는 투자와 성장이 12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재고가 쌓이고 공장이 안돌아가는 침체 속에서도, 물건은 팔리지 않고 있어 국내경기가 본격적인 침체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92년의 경기침체는 섬유ㆍ의류ㆍ신발 등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산업에 한정되지 않고, 투자가 집중적으로 퍼부어진 전자ㆍ기계ㆍ자동차 등 자본집약적 주력산업에서도 재고의 누적(1992년 5월 자동차ㆍ트럭 74.5%, 전기전자 20.2%)을 나타내고 있었다. 섬유ㆍ의류ㆍ신발의 저부가가치 산업의 경우 이윤율의 하락으로 인한 퇴조화가 필연적인 반면, 전자ㆍ기계ㆍ자동차의 고부가가치 산업의 경우 과잉자본화 경향이 뚜렷했다. 이러한 사양산업과 주력산업의 차별성은 산업구조의 재편과정을 보여준다. 전산업에 걸친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
자본과잉과 생산과잉은 유망업종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성장업종인 자동차산업의 생산과잉ㆍ자본과잉은 자본주의 경제의 구조적 모순인 자본의 집중ㆍ집적을 통한 생산의 무정부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1988년 이미 현대ㆍ대우ㆍ기아 등 자동차 3사의 총 생산능력 130만대 중 30% 정도가 유휴화되고 있던 중 아시아ㆍ쌍용ㆍ현대정공ㆍ대우조선 등이 새롭게 뛰어들게 됨으로써 과잉자본화 현상이 한층 격화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입을 위해서는 몇 달씩 기다려야 했던 자동차는 1989년 11월 현재 4만대 이상이 팔리지 않은 채 창고에 쌓여있었다. 생산력의 낭비를 의미하는 과잉자본의 누적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었다. 1992년 국내 자동차시장은 130만대 수준이었지만, 자동차 7사의 내수판매계획은 200만대에 이르고 있었다.
이렇게 무제한적인 생산확대로 몰고 가는 경쟁이라는 외적 강제법칙은 어디에서 출발하는가? 경쟁이라는 외적 강제법칙을 강제하는 생산내부의 법칙성은 바로 자본의 ‘이윤추구’에 있다. 이처럼 생산은 전사회적인 시장전망을 훨씬 뛰어넘어, 그리로 소비력을 훨씬 뛰어넘어 어떤 통제도 불가능한 채 확대된다. 개별자본의 생산의 확대와 전사회적으로 통제되지 않는 생산의 무정부성의 결과가 바로 생산과 자본의 과잉이다. 과잉생산은 팔리지 않는 상품을 낳게 되고 재고가 쌓이고 공장가동률을 떨어뜨리게 된다. 199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는 3저호황 이후 1989년 하반기의 불황국면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와 자본의 대응으로서 자본의 주기적 순환의 일국면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자본과잉과 생산의 무정부성을 낳는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모순이다.
3. 창원기계공단의 산업구조와 자본재편
- 자본의 성격으로부터 고용불안의 양상 (공장자동화ㆍ기계자동화에 따른 인원감원, 노동강도ㆍ노동통제 강화)
- 자본과 노동의 힘관계로부터 고용불안의 특수성 (노동운동 활성화에 따른 노조무력화)
창원기계공단은 자본집약적 기계공업단지이다. 일반기계공업을 주축으로 하는 모든 산업의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생산수단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독점대기업 중심이며 자본의 성격에 있어서도 섬유나 신발 등의 특별히 부가가치성이 낮은 한계업종이 아니라 상대적인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이러한 자본의 구조로부터 산업구조의 재편 역시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이전, 첨단산업화의 전형적인 모습을 창출되는 바, 공장자동화, 기계화를 중심으로 하는 효율적인 경영합리화의 형태를 띠게 된다.
이미 89년 말부터 설비자동화 공장자동화를 중심으로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는 90년 이후 가동업체가 늘어나고 투자와 생산ㆍ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에도 고용인원이 완만한 형태나마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있는 현상으로 확인된다. 92년 1월에서 9월까지의 현황을 보면 91년 9월말에 비해 생산이 9.6%, 수출이 27.2% 증가하고 있음에도 고용은 오히려 4.8%감소하여 92년 고용목표의 94.4% 수준을 보이고 있다. 90년 이후 창원기계공단의 전반적인 동향은 기계자동화 공장자동화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ㆍ확대의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정체(92년 2/4분기 대비)나 부분적인 침체(철강, 공작기계, 건설중장비, 산업설비) 속에서도 지속적이고 전체적인 동향이다. 92년의 1월에서 9월까지의 산업경제동향을 보여주는 창원기계공단 92년 3/4분기의 경제지표는 확대, 성장하고 있는 창원기계공단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극단적인 폐업이나 도산의 경우보다 부분적인 자동화를 수행하는 경영합리화의 형태가 일반적이다. 고용불안의 형태에 있어서도 공장자동화ㆍ기계화로 인한 인원감소, 노동강도ㆍ노동통제의 강화의 형태를 띠며, 신발ㆍ섬유산업등 한계업종에서 보여주는 고용불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폭력적이다. 이와 같은 산업구조가 고용불안의 기본적인 기조를 결정하지만 부분적인 침체산업에서의 규모축소ㆍ업종전환에 따른 정리해고는 필연적으로 공장기계 불황에 따른 세일중공업과 기아기공의 강제감원은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현재 3천명 규모에서 1천명 이하로 감원 중인 세일중공업의 경우는 자동차완성공장으로의 업종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용불안의 구체적 양상을 결정하는 것은 자본과 노동의 힘관계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고용불안의 양상에 대해 일반적인 형태란 있을 수 없다.
한편, 마창지역은 87년 대투쟁 이후 전진하는 노동운동의 지표였으며, 이는 마창노련을 중심으로한 민주노조의 성과물이었다. 마창노련은 전체 민주노조와 전노협의 선봉으로 전투성과 연대의 빛나는 모범이었다. 이는 89년 창원기계공단의 경우 54%의 노조결성율로 전국 평균의 3배라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87년 11월 19개 노조로 출발한 마창노련은 88년의 경우 40여개 조합, 4만 조합원의 조직력을 과시하였다.
이러한 투쟁의 역사적 과정 속에 마창지역은 존재하고, 이는 자본과 노동의 힘관계에 따른 고용불안의 특수성을 규정한다. 즉 민주노조와 노동운동의 활성화로 노조의 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자본의 의도가 전일적으로 관철되지 못하고 노조라는 벽에 부딪히게 되고 자본의 재편을 위해서는 노조무력화를 동반하게 된다. 세일중공업에 불어닥친 고용불안은 세일 노조뿐아니라 마창지역 전체를 긴장시키고 있고, 기아기공에서는 고용불안을 빌미로 전노협ㆍ마창노련 탈퇴 공세에 어이없이 무너졌다.
다른 한편 이러한 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은 고용불안을 맞는 민주노조로 하여금 각별한 고통과 자기파괴를 요구한다. 민주노조의 투쟁을 통해 자본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전진하였던 마창지역의 경우, 민주노조의 기반을 뿌리로부터 흔드는 고용불안은 단지 경제적 고통뿐 아니라 더욱 중요하게는 노동자의 자존심과 노동운동의 대의를 파괴하는 과정인 것이다.
4. 창원기계공단의 상대적 과잉인구 생산과정
상대적 과잉인구는 노동에 대한 자본의 독재를 완성한다. 맑스는 자본축적의 결과물인 상대적 과잉인구가 이번에는 자본축적의 지렛대가 된다고 한다. “산업예비군은 호황ㆍ활황ㆍ공황ㆍ침체의 사이클에서 자본이 받을 충격에 대한 완충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임금을 감내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실업화의 압력은 노동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더 자본의 지배 아래 묶어놓는 내면적 속박이며, 이런 방식으로 자본의 독재를 관철시킨다. “상대적 과잉인구를 언제나 축적의 규모 및 활력에 알맞도록 유지한다는 법칙은 헤파이토스의 쐐기가 프로메테우스를 바위에 결박시킨 것보다도 더 단단하게 노동자를 자본에 결박시킨다.”
[1] 폐업의 경우 : OEC(동양전장), 대한광학, 삼우산기
폐업은 일반적으로 부도ㆍ폐업설, 임금체불 등 폐업에 대한 위기의식을 조장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물량감소, 라인축소, 휴가, 자진퇴사자 모집(정리해고) 등 폐업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와 절차를 밟게 된다. OEC는 90년말부터 임금체불(연말 상여금 무기한 지급연기) ······> 91년 3월 임투전 신문지상에 OPC그룹 매각설이 등장하면서 부도폐업설 ······> 물량감소, 라인축소, 부서이동 ······> 6월 물량반출, 직장폐쇄 ······> 7월 공식적 부도, 단전ㆍ단수의 과정을 거쳐 ······> 10월에 폐업, 147명 강제해고를 단행하였다. 대한광학은 91년 7월 기업도산ㆍ법정관리로 넘어간 뒤 임금체불, 조업단축의 과정을 거쳐 11월 폐업하였다. 삼우산기의 경우, 연덕공장에서 시작된 폐업에 대한 위기가 한순간에 본공장(신촌)으로까지 확대되었는데 처음 연덕공장의 고용불안이 삼우산기 전체의 폐업으로 확대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91년 10월 연덕공장의 물량축소와 작업중단으로부터 시작된 고용불안은 92년 4월부터는 삼우산기 전체를 뒤덮으면서 자진퇴사자 모집(4.5월. 2차에 걸쳐 약 25명 퇴사), 휴가조치(4월말부터 4차에 걸쳐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상습적인 임금체불(92년 9차례)을 거쳐 10월 강제청산=폐업과 454명에 대한 강제해고에 이른다.
먼저 사측의 폐업에 대한 위기의식으로부터 많은 노동자가 스스로 퇴사하는데 OEC는 91년 초 250명에서 6월 파업당시 이미 100명선으로 반이상이 준 상태였다. 다음으로 물량감소 ······> 라인축소 ······> 휴가 ······> 자진퇴사자 모집 등 사측의 폐업을 위한 실질적인 절차가 하나하나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은 실업에 따른 생계의 위협과 더불어 이 사회에서 노동자로서의 무력감을 절감하게 된다.
[2] 공장자동화의 경우 : 전체 29개 사업장 13개 사업장
쌍용중공업, 두산기계, 대원강업, 동서식품, 현대정공, 삼미특수강, 한국중공업, 동명중공업,
센트랄, 화천기계, 세신실업, 신동광학, 대림자동차 등
“요즘 들어 창원에서는 5천만원을 투입해서 한사람을 줄일 수 있다면 자동화를 하겠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매일경제신문. 90.1.1.) 말 안듣는 노동자를 쫓아내고 말 잘듣는 기계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이는 공장자동화가 생산성향상뿐 아니라 노동운동 활성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계에 의한 노동의 대체가 미치는 영향 - 고용불안이 확산된다.
기계에 의한 노동의 대체는 일차적으로 단순반복적 육체노동을 기계로 대체하여 인원을 감소시킨다. 자동화는 단순반복적 육체노동을 기계로 대체하여 광범한 과잉노동력을 해고시킨다. 기계에 의한 노동의 대체, 즉 기계가 사람을 쫓아낸다. 공장자동화 설비투자의 효과는 가장 직접적으로 인원감축으로 나타난다. 90년 7월 192개 사업체의 공장자동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동화시스템의 운영효과로서 가장 큰 것이 인원감소(-32.2%)이며, 그 다음이 생산량증가(+30.9%)였다. 이러한 임원감소의 효과는 특히 전기전자 및 자동차산업, 화학산업의 경우가 가장 두드러지는데, 이러한 고용변화는 자동화투자의 확대가 고용절약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창원공단은 쌍용중공업(90년에 비해 93년 현재 생산직 100명 감소, -12.6%), 동명중공업(90년에 비해 93년 현재 생산직 13명 감소, -4.5%), 센트랄(90년에 비해 93년 현재 생산직 63명 감소, -17%), 동서식품(91년 220명에서 93년 198명으로 22명 감소)로 나타났다. 특히 쌍용중공업은 생산이 확장되고 있음에도 자연감소를 충원하지 않고 있는데, 이러한 인원감소에는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추구하는 경영합리화정책이 결합되어 있다.
∎공장자동화는 불안정한 부서이동․강제적인 배치전환을 가져온다.
창원공단은 자동화가 있었던 13개 중 7개 사업장(쌍용중공업, 두산기계, 동명중공업, 화천기계, 삼미특수강, 한국중공업, 세신실업, 세일중공업)에서 자동화로 인한 부서이동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쏘니는 공장자동화와 경영쇄신의 기치 아래 전사적으로 부서체계 개편과 함께 부서이동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동화되는 공정의 남는 인원과 부가가치 낮은 생산품목의 생산량 감소로 남는 인원을 부서이동시키고 있다. 회사는 “인원이 남아돈다, 그러니 라인을 돌거나 부서를 바꾸는 건 어쩔 수 없다, 경영권문제니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부서이동, 라인이동이 잦고, 핵심조합원의 부당 부서이동으로 조합원의 반발도 광범위하게 존재하나, ‘경영합리화’와 ‘관리적 측면(경영상의 이유)’이라는 회사의 공세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공장자동화는 노동강도의 강화를 가져온다.
조사사업장 가운데 공장자동화로 인한 영향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이 바로 노동강도의 강화이다. 최근 자동화를 지적한 창원의 13개 사업장 중 6개(쌍용중공업, 동명중공업, 센트랄, 화천기계, 신동광학, 두산기계)에서 자동화 이후 노동강도가 강화되었음을 말했다. 쌍용중공업도 자동화로 인원감소를 충원하지 않고, 남는 인원에게 작업량이 강요되고 있다. 과거 1인당 장비 하나 맡던 것이 지금은 2~3개를 맡고 있으며, 감원된 인원으로(8명에서 5명) 과거와 같은 생산량(2대-2대반)을 뽑아내고 있다. 컴인스부서의 경우 33명에서 최근 10여명으로 줄었는데 물량은 2배 이상 강화되었다.
[3] 노동통제의 경우 : 전체 사업장
「근무체계 확립」은 일정한 별도의 지침을 통한 노동통제로 창원공단을 중심으로 하는 민주노조에서 노조무력화의 수단으로 주로 나타난다. 회사와 노조의 힘관계의 변화로부터 특히 90년 이후 총자본의 전면적 공세 속에서 91년․92년의 임단투를 거치면서 제기되고 있다. “파업으로 흐트러진 근무기강을 확립하겠다!”는 명분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민주노조와 투쟁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가 함께 수행된다. 92년 임투 이후 회사에서 「근무체계 확립」을 들고 나온 사업장만도 다음과 같이 확인되고 있다. 세신실업 - 「근무기강 확립」 / 루카스디젤 - 「근무질서 확립」 / 경남금속 - 「근무체계 확립」 / 세일중공업 - 「근무기강 확립」 / 현대정공 - 「근무질서 확립」 / 대원강업 - 「근무기강 확립」 / 대림자동차 - 「근무기강 확립」 / 화천기계 - 「근무평가제」
특히 세일중공업은 92년 7월 파업 이후 회사는 노조와 현장에 대해 강압적인 자세로 변화하였는데, 「근무기강 확립」 공문을 부서별로 현장에 부착하였다. 기존에 12:30~1:30분까지 사용하던 식당을 1:15분까지 사용하라! 기존에 커피를 자판기 앞에서 마셨는데 현장에 가서 마시라든가, 3번 적발되면 징계하겠다! 또한 임투 직후 휴가에 반대하여 조퇴한 조합원 7명에 정직처분을 하였다. 회사는 “근무기강 확립을 위해 이 부분은 회사가 문을 닫더라도 책임지고 87년 이전으로 돌려놓겠다. 회사는 이제까지 노조에 이끌려 왔으므로 앞으로 폭력행위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처벌하겠다”고 나왔다.
루카스디젤도 92년 8월 임단투가 공권력 투입으로 깨지면서 노조무력화를 목적으로 현장통제를 강화하였다. 회사가 제시한 「근무질서 확립」을 보면 ‘근무시간 엄수, 근무지 이탈금지, 작업태도, 휴일근무 잔업 강제, 기술력 강화를 위한 다기능화 강요, 부서이동 배치근무에 무조건 따를 것’등을 요구하고 지키지 않을시 징계하겠다고 나왔다.
현대정공도 93년 2월부터 노조의 공장이전 반대투쟁 과정에서 회사는 「근무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하는 현장통제를 본격적으로 실시하였다. 근무질서 확립, 시간준수, 원가절감 캠페인 등의 명분으로 관리자가 ‘근무기강 확립’이라는 완장을 차고 다니면서 화장실, 식당가는 시간을 체크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장에 대한 감시체계의 확립은 현장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강압적인 노동통제이다.
이와 같은 「근무체계의 확립」을 통한 현장통제의 강화는 직접적인 생산성향상이나 노동강도의 강화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노조에 대한 공세, 투쟁에 대한 공세의 성격을 갖는다. 현장으로부터 감시체계를 확립하여 조합원을 위축시키고 노조활동을 저지시키겠다는 의도이다. 이러한 현장통제의 강화는 87년 민주노조의 건설로 확보한 자유로운 현장분위기를 제거하고 일시에 87년 이전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4. 상대적 과잉인구 생산과정의 계급적 성격
[1] 고용불안 / 자본주의 사회 / 노동계급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노동계급의 존재 )
∎고용불안은 그 본질적 성격에 있어 노동계급으로 하여금 이 자본주의 자체와 맞서게 한다.
이 사회 속에서 회사로부터 혹은 개별자본으로부터 가해지는 일상적인 억압과 횡포와는 달리, 고용불안은 자본주의 사회와 그 가운데 노동계급의 처지로부터 직면하게 되는 폭력이다. 따라서 고용불안에 관한 한 그 대상은 개별자본이나 회사가 아니라 이 자본주의사회 전체이다. 이러한 고용불안의 성격은 자연스럽게 노동계급으로 하여금 엄청난 무력감과 패배주의를 강요한다.
∎고용불안은 이 자본주의체제가 노동계급에 가하는 계급적 폭력이다.
개별자본가가 아니라 현재의 자본주의적 경제구조로부터 고용불안은 강요된다. 사장에 의해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경제에 의해 일시적으로 추방당하는 것이다. 사장의 횡포에 의해 고용불안과 노동강도, 저임금이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경기불황과 산업구조조정에 의해 이러한 경제적 고통과 고용불안은 강요된다.
경기침체에 따른 도산ㆍ폐업, 감량경영 등 자본의 불안정성으로부터 고용불안은 강요되고, 이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산업구조조정=자본의 재편이 생산현장에서 고용불안으로 창출된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필연적인 과정이며, 이러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대규모의 자본의 몰락을 동반하는 새로운 산업구조의 재편=산업구조조정 역시 자본주의 경제의 필연적인 요구이다. 즉 현재의 경기침체나 산업구조조정은 이미 자본가계급의 주관적 의지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개별자본가의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고용불안을 강요하는 경기침체나 산업구조조정이 이 사회로부터 제기되는 것이라면, 고용불안은 이미 회사의 권한을 벗어난 것이며, 사장의 손을 떠난 문제이다. 대규모의 자본의 자기파괴를 동반하는 경제불황을 거쳐 새로운 산업단계로 진입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법칙 속에서 개별자본의 몰락과 희생 역시 불가피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경기침체나 산업구조조정은 개별자본의 통제력을 벗어난 것이며, 개별자본으로서도 어쩔수 없는 고통스러운 과정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는 더 높은 이윤을 위한 새로운 단계로 발전한다.
이제 노동계급은 이 자본주의 체제로부터 계급적 폭력에 처하게 된 것이다. 고용불안에 관한 한 그 대상은 사장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계급적 적인 이 자본주의 체제 전체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요구로부터, 경기침체와 산업구조조정의 요구로부터 노동계급은 생산현장에서 추방되거나 극단적인 노동조건의 악화를 강요당한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고용불안은 강요되고, 산업구조조정에 의해 고용불안은 요구된다. 경기불황 속에서 불필요한 노동력은 생산현장으로부터 방출당하며, 자본의 재편=산업구조조정을 위해 노동력은 새롭게 재편을 강요당한다. 오직 자본의 이윤이라는 이 하나의 이유에 의해 자본주의는 노동계급의 고용불안과 생존권 악화를 강요한다. 광범한 노동자의 생존을 짓밟으며, 생존의 고통 위에서 자본주의는 전진하고 자본주의 사회는 발전한다. 이 사회가 끝장나지 않는 이상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강요되는 고용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2] 고용불안과 노동계급의 계급적 후퇴 (고용불안과 노동계급의 약화)
∎고용불안은 노동계급의 계급적 위기상황이다.
고용불안을 둘러싼 갖가지 총체적 상황은 노동계급의 계급적 위기상황을 창출한다. 고용불안은 노동계급의 정치적 경제적 지위를 전부면에 걸쳐 후퇴시키며, 더 나아가 노동계급의 자본가계급에 대한 굴종과 계급적 후퇴를 강요한다. 이는 일시적인 후퇴나 개별적인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적 후퇴와 계급적 패배를 예고하는 계급적 위기를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자본가계급의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배의 구축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노동계급의 태도는 무엇인가?
∎고용불안은 노동계급의 정치적ㆍ경제적 지위의 하락을 강요한다.
고용불안은 그 자체로서 실업을 포함한 경제적 생존권의 침탈일 뿐 아니라 민주노조 무력화로 표현되는 노동계급의 정치적 권리를 박탈한다. 즉 고용불안은 현재의 노동계급의 경제적.정치적 지위를 위협하는 가장 공격적인 무기이다. 고용불안의 위기의식 속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확보한 우리의 진지가 하나 둘 침탈당하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쟁취한 정치적 경제적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 모든 상황이 87년 이전으로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급의 계급적 지위는 전부면에 걸쳐 하락하고 있다.
∎고용불안은 자본가계급에 대한 노동계급의 계급적 대립을 소멸시키고, 내부로부터 노동계급을 해체시킨다.
고용불안의 위기의식은 자본에 대한 대립이 아니라 자본에 대한 굴종적인 태도를 강요하여, 일시에 자본가계급에 대한 대립을 소멸시킨다. 또한 고용불안은 노동계급의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며 내부로부터 노동계급의 계급적 단결을 파괴하고, 노동계급의 전투성과 계급성을 해체시킨다. 이렇게 고용불안은 자본가계급 대 노동계급의 대립에서 노동계급 내부의 대립으로 대립의 성격을 변질시킨다. 고용불안에 관한한 자본의 공세에 의해서 깨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규정적으로는 노동계급 내부의 갈등과 경쟁에 의해 노동계급은 해체된다. 노동계급을 위협하는 것은 자본의 공세가 아니라 우리 내부의 분열과 갈등과 계급성의 해체에 있다.
[3] 고용불안과 자본가계급의 계급관계재편 : 고용불안과 자본가계급의 공세
고용불안은 자본가계급과 노동계급의 계급관계의 재편을 강요한다. 이러한 계급관계의 재편은 자본가계급과 노동계급의 형식적 힘관계의 재편뿐 아니라 자본가계급과 노동계급의 내용적ㆍ계급적 관계의 재편을 말한다. 고용불안은 현재의 자본가계급의 우위에서 보다 안정적인 힘의 우위를 보장해줄 뿐 아니라, 자본가계급과 노동계급의 대립관계에서 자본가계급의 노동계급에 대한 지배종속관계로 재편시킨다.
광범한 고용불안 속에서 노동계급의 정치적 경제적 지위는 점차 하락하고 계급적인 무장해제까지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이제 자본가계급은 고용불안이라는 노동계급의 위기상황을 계기로 계급적 재편을 수행한다. 자본가계급의 안정적인 지배를 구축하기 위하여 일시적인 공세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정책적인 공세를 펼친다. 개별적인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이 아니라 노동계급 전체를 겨냥한 공세를 감행한다. 노동계급을 분할하고, 노동조합을 자본에 종속시킨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지배를 위해 노동계급에 대한 분할지배정책을 수행하며, 자본의 이해에 복무하는 기업주의 노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제 체계적이고 정책적인 차원에서 자본가계급의 공세는 시작된다.
*참고자료 ································································
『자본1-1』, 『자본1-2』 칼 맑스
『마산ㆍ창원 고용문제자료집1』, 『마산ㆍ창원 고용문제자료집2』, 마산창원 민주노동자협의회
「부의 축적과 빈곤의 축적」, 고병권
『자본을 넘어선 자본』, 이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