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스] 에세이 계획서 +1
토라진
/ 2017-05-26
/ 조회 827
관련링크
본문
에어리언 : 호모 프롤레타리우스의 탄생
맑스는 <자본>을 쓰면서 두 가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 또 다른 하나는 역사유물론적 자본주의 분석 지도의 완성이다. 그는 이 두 가지를 모두 프롤레타리아트에게 바친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곳이 자본주의의 이후의 세계,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원시림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새로운 세계는 점진적인 역사적 토대 위에서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또한 맑스에 의하면 그 세계는 ‘우리 사회의 말라붙은 지각의 조그마한 틈과 균열들을 통해 보여진 심연’을 펼쳐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세계의 주체가 될 새로운 인류인 호모 프롤레타리우스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일까? 맑스가 쥐어준 지도를 그들은 어떻게 사용하게 될까?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 1 새로운 탄생
원시림에서 호모 프롤레타리우스는 한 인간의 심장을 뚫고 깨어난다.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원시림은 스마트 기기나 사물 인터넷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은 인간의 비유기적 신체의 모습으로 나타남’(맑스)) 그는 두려운 마음으로 서서히 발을 뗀다. 그는 자신이 자본주의의 어느 시대에 살았던 몇몇 기억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경험인지 알 수 없다. 여러 인격들이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때 누군가가 다가온다. 자신을 맑스라고 소개하며 앞서 걸어간다.
(*호모 프롤레타리우스는 도스토예프스키와 <필경사 바틀비>의 ‘바틀비’, 비자본주의적 경험을 한 개인의 총합으로 이루어진 신인류이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아닌, 새로운 생명체 또는 기관 없는 신체일 수도 있다.)
다음의 장면들은 <자본>과 강의록에 있는 맑스의 말을 중심으로 호모 프롤레타리우스의 대화로 구성한다. 원시림을 이동해가면서 주변의 달라진 환경과 사물에 대해서도 묘사한다. 대화를 통해 호모 프롤레타리우스가 가진 경험과 감각이 새로운 세계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보여준다. (도스토예프스끼의 낭비벽에 대한 감각이 ‘연대’의 중요성으로 나아가게 된 연유와 바틀비의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자본에 대한 거부투쟁이 어떤 새로운 실천으로 나아가게 될 것인지 공동체 경험을 통해 상상해본다.)
#2 풍요의 컬렉션
“자유인들의 연합체’를 결성할 수 있다. 이 결합체 전체의 욕망과 각종 노동기능의 비율을 ‘노동시간’을 척도로 관리할 수 있고, 또 공동노동에 참여한 개인의 분배 몫의 척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잉여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대신 필요노동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그것은 자발적인 욕구에 의해서이다.” – 잉여시간이 부의 척도, 상품에 대한 감각, 협업, 잠재적 역량의 강화 등.
#3 살아 있는 강력 유산균
자본주의 – 잉여가치를 증식시키는 상품으로서의 노동력/ 새로운 세계 – 삶의 가치를 증식시키는 잠재력으로서의 노동
“교환가치가 아니라 사용가치가 지배하는 경제적 사회구성체에서 잉여노동은 대체로 한정된 욕망의 범위로 제한되며, 잉여노동에 대한 욕망이 생산 자체의 성격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 인간의 합목적적 의지로서의 노동, 노동에 대한 새로운 의미 규정
#4 안테나와 현미경
동일한 것을 다르게 감각하는 것
기계의 활용에 대하여 – 위버멘쉬......
#5 드물게 흔한 것
“하찮은 것은 없다. 세세한 행동과 경험들은 얼마나 소중한가. 중요한 것은 사소한 것들에 있다.” - 호모 프롤레타리우스의 가능성과 공동체적 감각의 경험
#6 반올림 – ‘도약’
원시림의 끝에서 벼랑이 펼쳐진다. 그곳에 호모 프롤레타리우스들이 모여 있다.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가능성의 길을 걸어온 이들이다. 그들이 통과한 길 끝에 비로소 새로운 세계가 있다. 그곳은 추락이자 상승의 장소이다. 이제 호모 프롤레타리우스들은 함께 그 끝에 서 있다. 그리고 그들은 뛰어내린다. 그들이 가 닿은 그곳에 또 다른 차원의 새로운 원시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프리퀄
자본주의의 처절하고 광폭한 상태의 원시림(이곳은 호모 프롤레타리우스가 깨어난 원시림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다.)과 자본주의의 쇠사슬에 묶여 있는 인간 군상들을 보여준다. 한 남자가 지하 계단을 내려가 동굴과도 같은 방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그는 기도한다. ‘잠에서 깨면 다시 이곳이 아니었으면 .......’
댓글목록
케로로님의 댓글
케로로잠에서 깨면 다시 이곳이 아니었으면...T.T 지난번 저희 세미나 팀에서 <자본>을 연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근데 아무도 대본 쓰겠다고는 안 하고 배우 경쟁률만 엄청 높았어요ㅎㅎ), 토라진님이 저희를 위해^^ 그간 토라진님의 과제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들어 있어서 반갑고, 볼드 표시된 내용들, "공동체 경험을 통해 상상"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너무너무 기대돼요. 도스토옙스키와 바틀비의 결합, 정말 신인류적 캐릭이네요(변증법스러운). 바틀비에 가까운 제가 어떻게 변할 수 있을지... 롤모델 등장 카운다운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