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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 에세이] 계획서 +1
걷는이 / 2017-05-24 / 조회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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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 - 에세이 계획서

                                                                                                                 2017. 05. 24 걷는이

 

[ 제목: Age of Capital ]

 

 

1. 영화 '시빌 워 (Civil War)'

군수회사 재벌남, 토니 스타크. 그가 남는 돈, 남는 시간에다 한 줌의 정의감을 보태 영웅 노릇을 할 때 쓰는 이름은 따로 있다. 아이언 맨. 그의 친구로는 힘 좀 쓴다는 캡틴 아메리카, 블랙위도우, 토르 말고도 여럿이 있다. 모두를 한 묶음으로 엮어 어벤져스라고 부른다. 번쩍이는 슈트든, 망치든, 방패든 다들 대단한 무기를 장착하고 악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지킨다며 요란스레 몰려다닌다. 그들의 주특기는 고층건물 무너뜨리기, 도로나 전철 선로 끊어놓기, 달리는 자동차 날려 버리기 등이다. 그런데 그 건물 속에, 길 위에, 차 안에 보통 사람인 우리가 있다. 그들 눈엔 우리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이 세상을 구했는지는 몰라도 ‘사람’을 구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결국 혼란의 상황을 국가가 관리를 하겠다고 나서는데...

 

2. 미드 ‘파워리스(Powerless)'

슈퍼 히어로들과 빌런(악당)들이 싸우고 부수는 광경이 일상이 되어 버린 곳에서 사람들은 덤덤하게 제 할 일을 하며 산다. ‘힘없는 사람’들은 그런 난리 법석을 요령 있게 피하고 출근시간에 늦지 않도록 조심한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드라마의 주인공인 웨인 보안회사의 직원들은 힘 있는 자들의 싸움 때문에 생기는 피해를 줄일 일종의 생존물품들을 개발하고 생산한다. 예를 들면 악당의 등장을 미리 알려주는 알람, 날아오는 파편들을 막아주는 우산 같은 상품들이다. 힘없는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로부터 힘없는 사람들을 지켜주는데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힘 있는 사람들의 배를 불려준다!

 

3. 쓰고 싶은 이야기

여기서 어벤져스에 속한 각각의 슈퍼히어로들을 거대 자본가라 생각해보자. 날이 갈수록 그들의 무기(자본)는 더 거대해지고 그들의 힘자랑(경쟁)은 더 강력해진다.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퍼부으면서 우리가 바로 너희들을, 세상을 지키는 영웅이라고 말한다. 이는 자본가들이 자신들이 노동자들을 먹여 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말이야 어찌 됐든 영화에서 Civil war의 발단은 국가의 개입이다. 과연 국가가 자본가들의 경쟁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기대하지 않는 게 좋겠다. 자본을 읽으며 수없이 보았지 않은가? 다들 자본에 빌붙은 한 통속임을.....게다가 경쟁을 위한 경쟁과 축적을 위한 축적이 자본의 본성이라면 더더욱 불가능 할 것이다.

 

그럼 이제 보안회사의 직원들에게 눈을 돌려보자. 전형적인 월급쟁이들인 그들은 회사에 별 쓸모없는 사람들이라는 이유로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다. 다행히 대박 상품을 개발해 해고는 면했지만 그마저도 유보적이다. 회사에 큰 돈을 벌어 줄 상품을 계속해서 생산해 내지 못하면 곧바로 실업자가 돼버리는 것이다. 힘을 가진 자들(자본)의 소란(횡포)을 고스란히 겪을 수밖에 없고, 그것을 피하고 피해를 줄일 방법도 스스로 찾아야 하는 고단한 노동자의 모습이다. 게다가 자본에 저항할 궁여지책을 찾아내야 할 곳도 결국 자본의 손바닥 위에서다. ‘자본의 시대’를 살아가는 ‘힘없는’ 노동자들은 ‘보이지 않는 실’을 단칼(혁명!)에 끊어낼 수는 없을 거다. 그러나 무딘 칼이라도 여러 사람이 여러 번 힘주어 자르면 그 질긴 실도 언젠가 끊어지지 않을까?

 

4. 걱정거리

이 영화와 드라마를 떠올렸을 때는 논리는 부족해도 재미있는 에세이를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세이 형식에는 제한이 없다 했으니 짧은 콩트형식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나 계획서를 쓰면서 틀이 잡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뭘 쓰고 싶은 건지 애매해진다. 아무래도 계획서라고 쓴 이 글에 살만 조금 붙인 이도 저도 아닌 잡문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자본을 읽은 보람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댓글목록

케로로님의 댓글

케로로

와 너무 재밌어요. 슈퍼히어로에게 거대자본가의 모습을 발견하시다니, "힘없는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로부터 힘없는 사람들을 지켜주는데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힘 있는 사람들의 배를 불려준다!" <자본>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 그들이 악당이라고 주장하는 세력(그럼으로써 그들의 폭력도 정당화되는...)의 정체를 대체 무엇일까요? 자본주의를 극복할 어떤 묘안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사람들에게 알려진 작품에 비유해서 자본주의가 어떤 모습인지 설명해 보는 것 자체로도 <자본>을 읽은 큰 보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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