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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독립영화관 5월 상영작 <초행> +4
마시멜로 / 2018-05-22 / 조회 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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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실험자들 [독립영화관] 5월 상영작 <초행>  /  0512 오후3시 상영

관람자: 거은, 소소, 오라클, 모로+친구 3人, 라라, 마시멜로 (이상 9人)

 

  지난 5월 12일 오후 3시, 우리실험자들 영화관에서 6월 상영작 <초행>을 함께 봤어요. 이 날은 코뮨 세미나에서 세 분이 오셨고, 니체 세미나의 모로 님과 친구 세 분이 오신 덕에 첫 상영 때보다 훨씬 풍성했어요. (다시 한 번 함께 볼 친구들을 많이 데려오신 모로 님과 오라클 님께 정말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오라클 님과 소소 님은 코뮨 세미나를 마치자마자 주변에서 간식을 사와서 식사시간도 아껴가며 준비를 도와주시기까지 했어요. 이번에도 인디서울2018 담당자 고유진 매니저님이 직접 영화를 가져오셨고 인디서울 사업에 대해서 소개도 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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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초행> 속, 인상적이었던 대사들

 

#1.

지영 모- 할머니 팔순 때 너 혼자 와라!

지영 – 나랑 수현이(남자친구) 다 맘에 안 들지?

 

#2. 

지영- 나는 우리 엄마 같은 엄마 될까봐 엄마가 못 되겠어

 

#3.

수현 모(남자친구의 엄마)- 한 집에서 같이 살아보고 결혼해라.

지영 - …살아봤는데도 모르겠으면요?

 

#4. 

지영 (차 밖으로 나와서 차창을 두드리며) 나 너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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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관람 후 이야기 나누기

 

  영화를 다 보고나서 함께 보았던 분들과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30분 정도만 할까 했는데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진행했던 것 같아요. 그때 나눴던 이야기를 대강 메모를 했는데 그 내용들을 정리해서 아래에 올려요. (시작하기 전에 이름이나 별명을 확인하는 시간을 따로 갖지 않아서 호칭을 모르는 분들이 있었어요. 그런 분들은 ‘?’로 처리를 했어요. ^^;:)

 

 

마시멜로- 각자 가장 마음에 다가왔던 장면들(인상적인 장면,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 등)은 어떤 게 있었나?

 

기민- (지영이 시댁에 가서) ‘전 부치는 장면’! 꼴 보기 싫었다. 왜 여성은 시댁에 가서 무플 꿇고 전을 부치나? 그런데 이런 건 다 아는 이야기 아닌가?

 

? - 이 장면을 본 여성들 입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일깨워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남성들 입장에서는 ‘왜 보여주나?’ 싶을 것 같다.

 

모로: 남성들은 대체로 무기력한 캐릭터로 나오는 것 같다.

 

? - ‘보여주고 싶은 건 뭐지? 이미 알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는 여자네 집에 가자마자 차를 얻어 마시는데, 여자는 가자마자 전을 부친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라는 TV프로그램이 생각났다.

 

기민 – 이 영화는 현실의 문제를 보여주기는 하는데, 대충 봉합하고 받아넘기는 것 같다. ‘왜 결혼을 못했느냐?’를 보여주는데, 왜 그래야 했나?

 

모로 – 지금의 젊은 세대는 자기 자신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세대이다. 이 영화는 그런 무기력한 현실 속의 이 세대를 고발한다. 이 영화 안에는 그런 것들이 상징적으로 보여지는 것 같다. 주인공들의 자동차 안에 네비게이션은 어설프게 있다. 이들은 주차 딱지를 떼이기도 하고 어딘가로 들어갈 때 거부당하는 일이 자꾸 생긴다. 주인공인 두 사람은 자동차 안에 있거나 집에 있을 때 편하게 보인다.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렇게 거부당한다.)

 

오라클 – 가치관의 차이가 보인다. 양쪽 집안의 문화는 다르지만 부보들은 자녀들이 결혼해야 한다는데는 동의한다. 그런데 정작 결혼을 앞둔 당사자들은 자기 가치관이 없으니 결혼한 사람들이 부럽지도 않고 결혼에 동의가 되지도 않는다.

 

기민 –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젊은 세대의 무기력이 주는 메시지는 뭔가? 볼수록 짜증만 난다. 그 감정의 한계를 못 넘는 것 같다.

 

라라 – 이 영화는 현실 속에서 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우리가 보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부모님 세대가 보면 다른 느낌일 것 같다.

 

오라클 –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결혼에 대해서는 ‘자기 이유’가 있어야 한다.

 

소소 – 영화를 보며 짜증스러웠다. 찌질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결혼 앞에서 무기력하다. ‘애가 생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결혼의 ‘정의’는 다시 내려야 하지 않나? 결혼의 경계는 뭔가?

 

라라 – 요즘은 결혼해도 따로 살지 않나?

 

기민: 주말 부부가 자연스러워 보이니까…….

 

라라 – 요즘에는 결혼률이 국가별로 'U자' 형태로 나타난다고 하더라. 선진국과 후진국은 결혼율이 높아지는데, 한국 같은 중간에 있는 나라들의 결혼률이 떨어진다고 한다. 요즘은 연애도 어렵다. 소개팅을 하나 해도 모든 조건을 다 따진다고 하니 소개팅을 주선해주기도 어렵다.

 

기민 – 관계에 실패했을 때 입는 데미지가 감당 가능한지, 거기에 대한 비용과 에너지를 감당할만한가를 따져봤을 때 그 데미지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아예 연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라라- 그래서 썸만 타거나 본격적으로 관계 맺기 전까지만 진행하다 끝낸다.

 

소소 – 이 영화는 제 또래의 이야기다. 요즘은 결혼을 강압하지 않는다.

 

라라 – 요즘은 결혼을 안 한 자식이 있을 때 부모가 좋아한다. (손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기민 – 당사자가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내지 않을 때 ‘결혼하라’고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사회에서는 공공연히 하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공공연히 해서는 안 될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소소 – 친척들끼리 오랜만에 보면 그들이 나에 대해서 잘 몰라서 고작 꺼낸 이야기가 결혼 이야기이고, 그래서 어설픈 질문을 하는 거라고 이해하기도 한다.

 

오라클 – 오히려 친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들끼리 더 심한 폭력을 행하기도 한다. 그건 가족이 행하는 폭력이다.

 

소소 – 지금 세대에게 결혼은 리스크이다. 무의미하다면 거부하거나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민 – 이미 결혼의 무의미성을 느끼고 있다. 단순히 경제문제만이 아니다. 나 자신(개체)의 안정성을 위협한다.

 

거은 – 영화의 제목이 ‘초행’이다. 지영이 차 앞에서 “나 무서워!”하고 소리 지르는 것을 보며 처음 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주인공 둘 다 비정규직이고, 그들의 부모들도 서로 좋아 보이는 관계는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다. 그래서 소소하게 느껴졌다.

 

라라 – 모르니까 아예 시도하지 않는 지금 세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런 무기력을 표현하는 것 같다.

 

?(기민 님의 우측에 앉은 분) - 독립영화의 특성 상, 살짝 얘기를 던진다. 스케치하듯 보여준다. 나도 똑같은 범위 안에 있는 것 같다. 결혼이 내 삶의 기반이 되는 것을 쉽게 선택할 수 없다. 더 어려워지고 뻗어나가지 못하는 것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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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제 메모는 여기에서 끝났어요. 그래서 이렇게만 하고 마무리 지으려고 해요. 이번 상영회에 함께 해주신 분들께 다시금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6월에 볼 작품은 <B급 며느리>에요. 또 우연찮게 '결혼', '시월드' 이런 주제들이 연관이 되는 것 같네요. 6월에도 많이 보러오세요. ^^

 

댓글목록

모로님의 댓글

모로

열심히 필기하시더니 상세한 후기를 남기셨네요.
간단히 지인들을 소개했어야 했는데 제가 무심했습니다.
성북동에서 진행하는 저소비생활자 모임분들이고요.
그리고 전 여성이 아니라 남성들이 무력한 캐릭터로 묘사됐다고 발언했는데 반대로 기록하셨나보네요. 설마 마시멜로님의 무의식의 발현은 아니겠죠 ㅎㅎ

마시멜로님의 댓글

마시멜로 댓글의 댓글

모로님, 반갑습니다. 세세하게 댓글까지 달아주셔서 더 고마워요. 전에 기민 님한테 '저소비생활자 모임' 얘기는 들었는데, 거기에 함께 하는 분들을 뵙게 되었네요. 더 반갑게 느껴지는군요. ^^ 그날 저는 그래도 간단하게 서로 통성명이라도 해야 하겠다 생각했는데, 그때 다같이 이름이나 닉네임을 말하지 않고 그냥 해도 좋다는 얘기가 나와서 저도 뭐 그 분위기를 따라갔어요. 다음에는 적어도 이름이라도 물어보는 게 서로 얘기하는데도 편할 것 같아요.

아무튼 제 무의식의 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메모를 잘못했네요.^~* 본문에서 모로님의 해당 발언은 '남성들이 무기력한 캐릭터로 묘사되었다.'는 표현으로 바꾸었어요. 그래도 이렇게 잘못된 기록도 바로 잡아주셔서 좋네요.
다음 상영회 때도 또 뵈면 좋겠네요. 그때도 많은 친구 분들과 함께 오시면 좋겠어요. ^^

소소님의 댓글

소소

마시멜로님! 영화관람 후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나 영화보면서 짜증났다고 안했는데 -_-;;
표현에 따라 다르게 이해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을 보태자면,
결혼이 이전에는 안정이라는 가치를 주었다면, 지금  세대들에게는 그 가치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현재 결혼에 대한 정의와 방식을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 거 아닐까? 라는 의미로 이야기 했어요~
아무튼 덕분에 영화 잘 봤습니다!

마시멜로님의 댓글

마시멜로 댓글의 댓글

답글을 너무 늦게 달았네요. 다른 사람의 발언을 소소님이 한 발언으로 잘못 적은 것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 미안해요. 소소님 의견을 부연설명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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