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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는 옹달 #6 - 취푸편 甲 : 멀리서 왔어요 +2
기픈옹달 / 2018-11-15 / 조회 1,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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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1. 기차역 확인은 필수

우리도 그렇지만 기차역이 두 개인 도시가 있다. 구도심을 지나던 철로를 내버려두고 새로 역을 지었기 때문이다. 고속열차(高铁)는 역이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가 있다.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자. 생각보다 도시가 크고, 구역사와 신역사 사이가 멀어 자칫하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기차를 타는데 넉넉한 시간은 필수!

 

Tip 2. 기차표와 신분증은 꼭

탑승 전에 신분증이 필요하지만 탑승 이후에도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티켓과 함께 준비할 것. 단체로 여행할 경우에는 티켓이 섞이지 않도록 주의하자. 티켓에 이름이 적혀있다. 나중에 출구로 나설 때에도 티켓을 이용해야 한다.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티켓을 잃어버리면 영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조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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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열차지도] 라싸까지 이어진 철로를 보면 대단하기만 하다. 그래도 라싸까지는 고속철도가 놓이지 않는다. 고원을 뚫기는 쉽지 않은 법.

칭다오에서 란쩌우까지. 2003년 침대 기차를 탔다. 몇 시간이었을까.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만 하루 이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시안에서 란쩌우까지 정확히 12시간이 걸렸다는 점. 베이징에서 시안까지도 12시간이었다. 베이징과 란쩌우를 오가는 열차는 딱 24시간이었다. 그러니 24시간은 족히 넘었을 테다. 한정 없이 조그만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어찌나 무료하던지. 당시 열차는 칭다오에서 둔황까지 가는 열차였던 것 같다. 나는 란쩌우에서 내렸지만 열차는 한참이나 더 가야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나 기억이 희미하다. 혼자 기차를 탔는지 누구와 함께 탔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다만 우연히 마주 앉은 중국인과 말을 트고 정겹게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았던 것은 기억한다. 정저우를 지날 때쯤이었을까? 그는 대뜸 칭커请客, 자기가 밥을 사겠다고 했다. 중국 식당 칸에서 간단한 식사를 나누었다. 콰이찬快餐, 일종의 간단한 도시락 같은 것이었다. 그는 밥을 사면서 맥주도 함께 사주었다. 그때 처음 칭다오 맥주를 입에 대었다. 잔을 따라주며 한 잔의 의미는 뭐, 남은 양을 보여주며 이건 무슨 의미 등등을 이야기했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푸른 병과 붉은 라벨만이 기억난다. 10년도 훌쩍 넘어 한국에서 칭다오 맥주를 발견했을 때 적잖이 반가웠다.

 

중국을 오가며, 사람들을 이끌고 여행을 하면서 꺼리는 것이 있다. 현지에서 한국 음식은 입에 대지 말 것. 지금은 많이 너그러워졌지만 과거에는 철의 원칙이었다. 나아가 현지인이 먹는 것을 먹을 것. 사람들과 뒤섞여 먹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배운다. 십수 년 전, 모 대안학교 학생들을 데리고 베이징에 갔다. 학생 몇몇을 데리고 훈툰馄饨을 먹으러 갔다. 허름한 식당의 낡은 식탁, 군데군데 금 간 그릇에 담긴 훈툰을 그들은 도무지 입에 대지도 못했다. 슬쩍 비치는 경멸 어린 눈빛에 나도 그만 그들에게 경멸 어린 시선을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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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油条와 豆浆] 생각보다 밍밍하다는 반응이 다수. 

 

기차역 주변 작은 식당에서 아침을 들었다. 요우티아오油条와 또우장豆浆, 그리고 멀건 죽. 예전에는 아침이면 자전거에 싣고 다니며 파는 이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도무지 보지 못했다. 우리네와 마찬가지로 기차역 주변은 말끔하게 정리되어 버렸다. 다행히 일행은 맛있게 아침을 들었다.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는 너그러운 위장이 필수다. 탈이라도 나면, 제대로 먹지 못하면 이래저래 고생이다. 봄과 가을 여행 모두 먹는데 문제없었다. 우리네 입맛이 너그러워진 것인지, 아니면 중국의 입맛이 부드러워졌는지 그것도 아니면 가이드의 ‘안배安排’ 때문인지는 궁리해보아야겠다. 미리 말하면 여행 끄트머리에 탈이 나긴 했다. 이유는? 매일 끼마다 너무 많이 먹어서;;

 

고속열차 때문에 예전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버스를 타고 한참을 걸려야 했던 것이 지금은 몇 시간이다. 고속열차로 칭다오에서 취푸까지는 3시간 반,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450km가 넘는 거리이니 그래도 감안할 만한 시간이긴 하다. 지금도 고속열차가 아니면 7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있어야 한다. 3시간이 넘지만 그래도 영 불편하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KTX보다 넓고 편했다. 나만 느낀 것인지 궁금해서 몇 번이나 일행에게 물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니 나만의 억측은 아닌 게 분명하다. 

 

좌석은 한 줄에 5명이 앉을 수 있게 되어있다. 한쪽에는 2명 다른 한쪽에는 3명이 앉는다. 그 사이에 복도가 있고. 좌석을 뒤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지난 4월 여행에서는 6명이 얼굴을 마주 보며 앉았다. 이번에는 총 4명 일행인데, 멀리 자리가 떨어진 까닭에 네 명이 얼굴을 마주 보고 기차에 앉는 일은 없었다. 아마 그랬다면 적잖이 소란스러웠겠지. 듣자 하니 지난밤 어찌나 수다가 많았는지 잘 시간도 없었단다. 고작 4명이었지만 여행 내내 끊임없이 떠들었는데 상세한 내용을 다 적을 수 없어 아쉬울 뿐이다.

 

속도도 빠르고 자리도 푹신하다. 오가는 승무원들도 친절하다. 과일을 팔기도 하는데 깔끔하게 손질되어 보기도 먹기도 좋다. 지난 4월에는 비파를 먹었다. 아주 별미는 아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그러나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옛날, 기차에서는 꼭 누구와 얼굴을 보고 마주 앉아야 했다. 마주 보는 형태로 자리가 고정된 까닭이다. 좌석(硬座)이건 침대(硬卧)건 상관없이. 그러나 이제는 그럴 일이 없다. 낯선 사람을 마주할 일이 없으니 심심하기도 하다. 예전에는 길고 긴 기차에서의 시간을 때워보자고 되도 않는 중국어로 마주한 중국인과 한참을 떠들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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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枇杷] 시원한 맛이다. 

 

그래도 차이가 있다면 우리네 객실보다는 좀 부산스럽다. 시끄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벅적거리는 맛이 있다. 십 수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달라진 모습이다. 십 수년 전 기차를 탈 때에는 자리를 맡기 위해 헐떡 거리며 달려야 했다. 객실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었다. 해바라기 씨를 먹고 바닥에 뱉으면 역무원은 비질을 하며 먼지를 쓸어 담았다. 이제는 그런 모습이 다 보이지 않는다. 제법 비싸고 빠른 고속열차 때문일 수도 있다. 완행열차에는 그런 맛이 남아있을 수도. 나중에 넉넉한 시간이 있으면 완행열차를 타고, 혹은 침대차를 타고 그 자리에서 친구 하나를 사귀어 볼 일이다. 

 

주변의 풍경이 바뀌고 바뀌고 바뀌어서 드디어 내릴 때가 되었다. 취푸동부역(曲阜东站)이다. 공자의 고향, 사서史书에는 ‘노나라 창평향 추읍’으로 기록되어 있는 곳을 방문하러 왔다. 누구는 말하기를 도시 전체가 공자로 먹고 산다고 하던데. 내리자마자 유풍儒风을 풍기며 맞는다. 군데군데 적혀있는 경문经文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크게 새겨진 익숙한 구절이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을 환영하고 있다. 有朋自远方来不亦乐乎. <논어>를 펼치면 바로 맞는 구절이다.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즐겁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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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인사] 맞아요. 멀리서 왔어요. 바다 건너, 산 넘고 물 건너!!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나고, 너무 떠들어서 잠을 못 잤지만 그때가 그립구먼요.
또우장은 예상과 달리 단맛이 나서 처음엔 별로다 싶었는데, 요즘 가끔 그맛이 떠오릅니다.
뭔가 중독된 느낌!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댓글의 댓글

ㅎㅎ 또우장은 아마 설탕을 넣어서 좀 달았을 거예요. 조금 텁텁하고 밋밋한 맛이 있는데 나름 매력이 있기는 하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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