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옹달 #2 - 출국편 : 네? 샌드위치요? +2
기픈옹달
/ 2018-10-30
/ 조회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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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에서 보는 것이 보기 더 좋을 거예요. https://brunch.co.kr/@zziraci/156
Tip 1. 예약 및 예매
여럿이 여행한다면 항공권과 숙박, 기차표 예매 등은 필수다. 인터넷 예매를 이용하도록 하자. trip.com을 이용했다. 다만 일단 정하면 환불 및 변경이 어렵다. 수수료를 물어야 하거나 취소를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특히 숙소 예약시 ‘사전결제’를 주의할 것. 변경은커녕 환불도 어렵다. 일정이 꼬이면 노쇼로 돈만 날릴 수도 있다. 인원을 잘못 계산한 바람에 문제가 생겼는데, 다행히 직접 호텔과 통화해서 해결했다.
Tip 2. 환전
서울에 있다면 명동 환전소가 가장 환율이 좋다. 지난 4월보다 9월에는 환율이 더 떨어졌다. 환율 및 환전소 위치는 ‘마이뱅크(mibank.me)’를 참고. 명동 주변에는 워낙 환전소가 많으니 환전소 위치를 따로 찾지 않아도 된다. 환전소마다 환율이 조금씩 다른 것같은데, 수 천만 원 환전할 것이 아니라면 발품 파는 게 그리 이득이 되지는 않는다.
대행 업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중국비자서비스센터(https://www.visaforchina.org/SEL1_KO/)’를 이용하자.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점을 이용했다. 서류 준비가 좀 까다롭다. 준비 사항을 잘 읽고 꼼꼼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수. 꼭 본인이 직접 방문해야 하는 건 아니다. 본 여정에서는 옹달 가이드가 모두 처리했다.
컴컴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집을 나선다. 수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중국으로 떠난다니 살짝 흥분이 앞선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버스도, 택시도 다니지 않는다. 겨우 택시를 잡아 서울역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공항철도에는 사람이 많다. 자칫하면 자리도 잡지 못하고 서서 갈뻔했다.
첫날부터 하루를 충실하게 지내고 싶어 아침 항공편을 예매했다. 넉넉히 칭다오 시내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칭다오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외국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짧은 항공 시간을 이야기해주면 많은 사람이 깜짝 놀란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활주로와 이착륙에 보내는 시간을 생각하면 체감상 시간은 그보다 훨씬 짧다. 게다가 1시간의 시차 때문에 현지 시각으로 계산하면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15년 전, 처음 칭다오를 다녀왔을 때는 배편을 이용했다. 가능한 경비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에 선택한 것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지혜로운 방법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시간을 많이 소모해야 했으니 말이다. 기억하기로는 오후에 배에 올라 이튿날 아침에 내렸다. 17시간인가 걸렸을 테다. 아주 넉넉한 시간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경험이기는 하다.
[칭다오의 명물 잔교栈桥] 칭다오 맥주에 새겨져 있다.
일찍 공항에 도착해서 구매해둔 유심칩을 찾았다. 그런데 물건이 없단다. 아마 지난 주말 늦게 유심칩을 구매하는 바람에 명단이 넘어오지 않아서 그렇다는 듯. 한참 통화하고 수소문하더니 겨우 유심칩을 건네준다. 와이파이 도시락도 있고, 현지 로밍도 있지만 짧은 여행이라면 와이파이 유심칩 구매가 가장 좋다. 통화는 불가능하지만 ‘카톡 무료통화’를 이용하면 된다.
다행히 여행단은 모두 지각하지 않았다. 막상 출발하려니 모두 흥이 나는 모양이다. 여행을 재미없어하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우려는 접어두어도 되겠다. 출국 심사니 뭐니 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치고 공항 로비에 앉으니 감회가 새롭다. 아침 햇살도 좋고, 무엇보다 이 땅의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게 좋다.
지난봄 여행에는 제주항공을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산둥항공이다. 예전에는 중국 항공기를 타면 특유의 냄새가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중국이 이전과 달라졌기 때문이 아닐지. 실제로 지난 4월의 함께 여행한 청소년들도 중국에 대한 인상이 소문과 크게 달랐다는 반응이었다.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 들은 중국은 지저분하고 더러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는. 반문명의 세계 중국은 점차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아침 비행기고, 항공 시간이 짧아 기내에서는 물만 줄 거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는데, 어라? 기내식이 나온다. 사전 정보가 틀렸다며 동료에게 구박받았다. 아…. 철저한 준비와 기획, 예외의 상황까지 고려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출국 항공기에서 어그러지다니! 더 문제는 무어라 말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汉堡? 三明治? : 햄버거를 드릴까요? 샌드위치를 드릴까요?”
결국은 내용물을 열어보고서야 무슨 말인지 알았다. 아직 국경을 건너지 않고 하늘 위에 있는 터라 귀가 트이지 않았기 때문일까? 솔직하게 말하면 들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시장바닥에서 굴러가며 중국어를 배운 탓에 햄버거니, 샌드위치니 하는 고급진(?) 표현은 한 번도 쓸 경험이 없던 탓이다. 샌드위치를 반쪽 먹고서야 ‘三明治’가 샌드위치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어느 책에선가 스치듯이 읽었던 것을 용케 떠올렸다.
[칭다오 해변] 붉은 빛의 돌과 푸른 빛의 건물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하늘 위의 식사는 나쁘지 않았다. 옛날 중국 항공기에서 접했던 정체 모를 기내식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사회의 변화는 미각의 변화로도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저마다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집어 들고 맛있게 먹어치우는 중국인들을 보니 낯설기도 하고 친숙하기도 하다.
공항에 내려 우리를 처음 맞는 것은 기묘한 기계였다. 아뿔싸. 입국 심사를 하기 전 지문 전체를 스캔하란다. 치사하게 입국 심사 코앞에 기계를 가져다 놓고 지문을 채취하다니. 이건 뭐 따질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지문 인식이 되는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생체정보 수집을 따지는 것도 우습지 않나 잠깐 생각했을 뿐. 열 손가락의 지문을 다 넘겨주고서야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지난 4월에 방문했던 탓에 공항이 낯설지 않다. 서둘러 시내로 가는 공항버스를 탔다. 일요일이어서 그럴까? 버스에 사람도 많고 분주하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을 꺼내 놓고는 동영상도 보고, 위챗으로 음성채팅도 하며 시끄럽다. 스마트폰의 주요 시장이 중국이라는데 어디를 가나 스마트폰을 손에 쥔 사람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꼭 지도를 샀다. 버스 노선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한눈에 습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 커다란 땅에 전부 통신망이 깔린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이동하는 곳에서는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없었다면 꽤 발품을 팔았어야 했으리라.
[Bidu Map] 중국어를 조금 알면 꽤 편리하다.
버스에 앉아서 공항에서 사 온 유심칩을 갈아 끼웠다. 포장을 벗기고 내용물을 보니 태국 유심칩이다. 싼값에 이용할 수 있으면 되지 유심칩의 국적이 무슨 상관이랴. 아니, 태국 유심칩이라 더 좋다. 중국 내 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일부 사이트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그런데 태국 유심이라 그럴 염려가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헌데, 구매한 4개의 유심 가운데 1개가 문제가 있다. 처음에는 무슨 설정 문제 인가 했는데 끙끙대며 원인을 찾아보니 유심칩 자체가 불량이구나. 결국 중국에서 유심칩을 하나 개통해야 한다. 예전 같았으면 선불 유심칩을 그냥 구매하는 방법도 있을 텐데, 이제는 별 방법이 없는 듯. 끙끙대며 궁리하다 보니 칭다오 공항을 떠난 버스가, 시내를 지나 기차역 앞에 섰다. 드디어 칭다오의 공기를 마음껏 마실 시간이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오 기억력 최고십니다. 읽으면서 나도 새록새록.
그날의 기록이네요. 피곤하고 숙취에 절어 있었는데, 모든 게 신기하고 신이 나서 잠도 잘 안 왔던 그날.
이어지는 여행기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은근히 재밌습니다!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ㅎㅎ 숙취에 고생하셨군요.
잠도 잘 못 주무셨다니...
시간이 지나 다 까먹기 전에 어서 빨리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마구마구 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