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옹달 #3 - 칭다오편 甲 : 드디어 칭다오 +2
기픈옹달
/ 2018-11-01
/ 조회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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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1. 기차표 발권
과거에는 우리네처럼 역에서 자유롭게 기차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분증이 필수이다. 예매한 기차표를 발권하려면 역무원에게 신분증과 예약번호를 보여주면 된다. 출발역이 아니더라도 발권이 가능하다. 발권 시 시간이 꽤 걸릴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한꺼번에 발권하도록 하자.
Tip 2. 기차 탑승
기차를 타려면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역에 들어가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것처럼 짐과 몸을 검색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색대를 통과할 때도 신분증은 필수. 이번에는 과도와 커터칼이 문제였다. 물건을 압수하는 건 아니고, 갖고 탈 수 없을 뿐이다. 돌아와서 찾을 수는 있는데……. 물론 대단히 번거롭다.
[가오티에高铁] 생각보다 빠르고 쾌적하다.
철없는 시절이었다고 해야 할까? 한창 중국을 오갈 때에는 ‘여행’이라는 데 별 욕심이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직 관심은 맛난 먹거리. 역사적 유적지도 안중에 없었다. 누가 알았는가. 훗날 중국 고전을 연구하는 사람이 될지. 그랬던 사람이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읽자며 사람들을 데리고 돌아다니니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처음 칭다오를 방문한 것도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가장 싸게 갈 수 있는 곳을 찾다 고른 곳이 칭다오였다. 다행히 지금도 상황은 똑같다. 하긴 십 년이 지났다고 갑자기 거리가 멀어지거나 그러지는 않으니. 지금도 가장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중국 도시 가운데 하나이다. 중국을 경험하고 싶다면 칭다오부터 시작하자.
2002년 란저우兰州 서북사범대학에 있었는데, 한 친구가 칭다오 출신이었다. 전화번호를 기억하곤 그의 고향 칭다오에서 만났다. 덕분에 여러 곳을 돌아볼 수 있었다. 잔교栈桥와 팔대관八大关, 54광장은 순전히 그 친구 때문에 방문한 곳이었다. 10년이 훌쩍 넘어서야 어떤 의미가 있는 곳들인지 알았다. 여행단을 꾸려 칭다오를 방문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친구의 배려 덕분이다.
지난 4월 여행에서는 첫날부터 꽤 걸었다. 루쉰공원에서 시작해서 팔대관까지 걸어 돌아다녔다. 이번에는 욕심을 줄이고 일정을 넉넉하게 잡았다. 첫째날은 구시가지와 루쉰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팔대관은 나중으로 미루고. 허나 그 역시 가이드의 욕심이었다. 계획과 달리 가 보지 못한 곳이 여러 곳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움은 가이드의 몫. 일행은 너그럽다. 다음에 또 오면 되지 뭐.
[칭다오] 바다와 건물이 잘 어울린다.
칭다오의 날씨는 생각보다 후텁지근했다. 9월이지만 아직 여름 끄트머리의 기운이 남아있었다. 바닷가 도시답게 잔뜩 습기를 머금 바람이 불어댔다. 숙소에 짐을 부리고 잠시 쉬기로 했다. 나야 바로 숙소에 짐만 놓고 움직일 요량이었으나, 동료들의 생각은 달랐다. 일단 좀 쉬고 언제 볼까요? 동료들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바쁜 마음을 접어두고 그동안 나는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찾았다. 시간이 나는 대로 짬짬이 일을 처리할 수 있으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잠깐 쉬고 피차이위엔劈柴院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걸어서 잠깐이다. 우리말로 읽으면 벽시원이라 하는데, 여기서 ‘벽시劈柴’란 땔감을 쪼갠다는 뜻이다.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땔감을 사고 팔던 곳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구시가지를 찾는 여행객들이 꼭 들리는 곳이다. 다양한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하다. 서울로 치면 피맛골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칭다오의 첫 번째 목적지로 이곳을 선택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가이드가 기획한 것은 중국의 과거와 오늘, 특히 근현대사를 보자는 것. 칭다오는 20세기 초반의 흔적과 21세기의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벽시원에서 시작한 것은 그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는 것.
[피차이위엔 입구] 1902라는 숫자가 잘 보인다.
피차이위엔 입구에는 ‘1902’라는 글씨가 쓰여있다. 그 해에 이 거리가 만들어졌단다. 칭다오를 대표하는 칭다오맥주는 1903년부터 만들어졌다. 20세기 초, 칭다오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898년 독일이 칭다오를 점령했다. 청淸, 낡은 제국을 두고 여러 서구 열강이 입맛을 다셨다. 그 가운데 독일은 제법 뒤늦게 발을 들여놓은 쪽에 속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마카오, 홍콩, 광저우, 상하이 같은 곳을 노렸을 것이다. 이미 노른자는 다른 나라들이 차지한 상황에서 독일은 뒤늦게 칭다오를 점령한다. 칭다오 맥주가 유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름 독일 현지 기술로 빚은 유서 깊은 맥주인 셈.
칭다오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190X라는 글자는 20세기 초, 독일에게 점령당했던 시절의 흔적을 말한다. 그런 흔적이 지금도 남아있는 탓에 칭다오를 두고 중국 속의 유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양식의 건물이 푸른 바다와 기묘하게 어울리는 것을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어떤 사람은 '칭다오 맥주가 맛있는 건 슬픈일이다'라는 글을 썼다. 침략의 흔적이기 때문이란다. 헌데 정작 칭다오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가 아닌듯하다. 돌아오는 날, 칭다오 시내의 거리에서는 독일문화축제를 크게 준비하고 있었다.
[강녕회관 가지볶음] 상상하는 것 이상의 바삭함과 고소함!!
점심은 피차이위엔의 강녕회관江宁会馆에서 먹었다. 나름 유서가 깊은 식당이라는데, 음식보다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이곳을 골랐다. 마치 옛날 영화에서 보던 객잔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다. 미리 이야기하면 이곳이 유일하게 사전에 계획한 식당이었다. 이후에는 그때마다 발이 가는 대로, 눈이 가는 대로 골라 들어갔다. 기획하지 않은 식도락은 생각보다 꽤 훌륭했다. 이에 대해서는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자.
여행을 앞두고 다양한 정보를 취합했다. 여행서도 읽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수집했다. 나름 진지하게 준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주먹구구를 선호하는 입장이지만 사람을 데리고 돌아다니는데 그럴 수는 없지 않나. 허나 일부는 도움이 되었고 일부는 방해가 되었다. 특히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식당은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블로그 맛집을 두고 실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한국 여행객들은 피차이위엔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저 눈으로 한번 훑어보는데 그쳤다. 그보다는 칭다오의 거리가, 길에서 만나는 의외의 마주침이 더 의미 있었다. 점심을 마치고 길을 걷다 우연히 문학관을 하나 발견했다. 문학관이라니, 사람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글 읽고 공부하는 사람의 직업병이라 생각하자. 그래도 관광객들로 붐비는, 인사동을 떠올리게 하는 피차이위엔 보다는(그곳엔 떡볶이도 있다!!) 문학관 같이 다른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어떨까?
[문학관에서 찍은 판화사진] 까먹고 제목을 찍어두지 않았다. 아마 문혁 좌우가 아닐까 싶다.
다행히도 일행은 별로 궁금증이 없다. 문학가들의 이름이며, 그들 작품의 상세한 설명까지. 벽에 읽을 거리가 가득하다. 따지고 보면 끝도 없이 질문이 이어지겠지만 일일이 묻지 않아 다행이다. 나도 반쯤은 까막눈이라 모든 것이 생소하다. 각잡고 사전을 펼쳐가며 한참을 들여다보아야 알 수 있겠지.
태반이 읽지 못하는 글이지만 곰곰이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이며, 옛 건물을 그대로 사용한 탓에 멋스런 분위기가 풍긴다. 한쪽에서는 문구류와 책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에는 최근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도 있더라. <小年读史记>, <장자화의 사기>로 반역된 책이다. 반가웠다. 원서로 이 책을 사려는 생각이었으니. 허나 첫날부터 책을 사면 짐만 무거워지니 참자.
[가목미술관嘉木美术馆] 생각보다 보는 재미가 있다.
천천히 걷다, 지난 4월 여행에서 우연히 들린 <양우서방良友書坊>을 찾았다. 옛 건물을 서점과 카페로 운영하는 곳인데, 분위기도 좋고 책도 많다. 일부러 20세기 초 분위기를 물씬 나도록 디자인해 놓았다. 관심 있다면 한번 들려보자. 잔교와 가까우니 일부러 많은 시간을 낼 필요도 없다.
댓글목록
삼월님의 댓글
삼월
체...체력이 문제였던... 겁니다. ㅠㅠ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기픈옹달님의 댓글
기픈옹달
ㅎㅎ 그렇군요.
뒤늦은 여행기이지만 새록새록 생각나는 것도 많고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