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옹달 #7 - 취푸편 乙 : 니하오 콩쯔
기픈옹달
/ 2018-11-20
/ 조회 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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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1. 가벼운 신발과 물통
여행은 많이 걷기 마련이다. 걷지 않는 여행도 가능하겠지만 이래저래 돌아다니다 보면 평소보다 많이 걷게 된다. 가볍고 편한 신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불어 가벼운 배낭과 개인 물통이 있으면 좋다. 외부활동을 많이 하면 자연스레 목이 마르기 마련인데 아직까지 시원한 물을 쉬이 구하기가 어렵다.
Tip 2. 협상의 기술
택시나 버스 등을 대절할 때도 있다. 이 경우에는 협상의 기술이 필요하다. 바가지를 쓰지 않으려면 적정 가격을 알아야 한다. 무리해서 터무니없이 깎지는 말자. 어느 세계 건 적정 시장 가격이라는 것이 있으니. 다만 협상을 시작할 때 목적지를 정확하게 정하도록 하자. 중간에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효율적인 여행을 위해서는 많이 걷고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쾌적한 여행을 위해 고려해야 할 것이 여럿 있지만 적정 인원도 그중에 하나이다. 지난번 여행은 6명이었는데 이 경우, 중국어 가능자가 둘은 되어야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승합차 택시도 있었는데 이번 여행 중에는 영 구경을 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8명이 넘으면 좀 골치가 아프다. 택시 3대로 이동해야 할 때가 있는데, 한 대라도 어긋나면 큰일이다. 택시 3대를 잡기도 어렵고...
중국을 오가며 가능한 육상 교통수단은 다 이용해 보았다. 예를 들어 침대버스, 삼륜차, 인력거 심지어 오토바이까지. 깐수성 궁벽진 시골에서 있었던 일인데, 날이 저물어 읍내까지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나와야 했다. 정말 불빛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을 작은 라이트 불빛에 의지하며 달렸다. 뒷좌석에서 먼지를 마시며 돌멩이라도 하나 걸리면 크게 다치겠다 생각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교통수단은 침대 버스를 탔던 일이다. 란쩌우에서 지우자이거우(九寨溝)까지 가는 길에 16시간인가 침대 버스를 탔다. 하도 무료해서 2층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친구들과 화투를 치며 시간을 때웠다. 한 번은 저 남쪽, 구이저우성에서 침대버스를 탄 적도 있었다. 계곡의 좁은 길을 어찌나 겁 없이 달리던지. 까마득한 절벽을 수 없이 마주하며 구불거리는 길을 끊임없이 달렸다.
보정 사진이 아니다. 九寨溝에 다녀온 썰은 나중에 시간이 되면...
대중교통 수단이 변변치 않으면 차를 빌리는 수가 있었다. 보통 기차역이나 버스 터미널 근처에 승객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 취푸역에서 내리니 허허벌판이 우리를 맞는다. 고속열차가 지나는 역을 새로 지었기 때문에 시가지와 꽤 멀리 떨어져 있다. 정보를 찾아본 바로는 버스가 있다는데 4월과 9월 두 차례 여행에서 모두 버스를 구경하지 못했다. 결국 차를 빌리기로 한다.
기사는 넉살이 좋다. 이런저런 말을 하며 숙소까지 이동하는데 얼마를 얹어주면 커다란 공자상이 있는 데까지도 갈 수 있단다. 니구산尼丘山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시간이 충분치 않다. 오늘 일정의 주요 목표는 공묘孔庙를 둘러보는 것이다. 혹시 모르니 기사의 연락처를 받아두었다. 한참 수다를 떨다 보니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 앞 공자상이 우리를 맞는다.
수다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중국어를 잘 모르는 사람은 내가 중국어를 꽤 잘하는 줄 안다. 실상은 그렇게 많은 말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실력은 아니다. 헌데 재미있는 건 처음 만나는 중국 사람도 내가 중국어를 꽤 잘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야기를 나누다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어디 사람이냐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猜猜吧: 알아맞혀 봐'라고 말한다.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뉘앙스를 잘 살리기 때문일 테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하도록 하자.
호텔 앞부터 공자가 우리를 맞는다.
숙소에서 나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이드로서는 좀 난감한 상황이다. 일단 주변 지리를 숙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난감하다. 하는 수없이 호텔 직원에게 길을 물었다. 저쪽에 가면 뭐가 있다고 하니 가보는 수밖에. 다행히 얼마 가지 않아 식당을 발견했다. 면을 파는 식당. 매콤하고 뜨끈한 국물에 모두 만족했다. 한 사람, 나만 빼고.
국물은 좋지만 면은 영 아니올시다. 본디 면식을 좋아하기도 하나 중국에서 면을 먹는다면 좀 까다롭고 싶다. 바로 란저우에서 보낸 시간 때문이다. 가끔 중국에서 '우리 동네'라는 말이 튀어나오곤 하는데, 서북 변방에서의 생활이 그만큼 몸에 익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거의 매일 니우로미엔(牛肉面)을 먹었다. 방금 손으로 뽑아 나온 면발의 탄탄함은 여느 지방의 면과 비할 바가 아니다. 면발에 까다롭다 보니, 힘도 탄력도 없는 면발이 영 성에 차지 않는다.
쓸데 없는 '면부심'일지 모르나... 기억하자 중국에서 면은 무조건 흰 모자를 쓴 회족에게!!
배를 채웠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취푸 탐방을 할 차례이다. 취푸는 공자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어느 곳을 돌아다니든 공자와 연관된 곳을 수 없이 만날 수 있다. 도시 전체가 공자 테마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헌데 이렇게 먼 나라까지 와서 공자라니. 산 넘고 물 건너, 공자를 만나러 수백km를 달려와야 했을까? 실제로 여행단을 모집할 때 중국은 마음에 들지만 공자를 보러 갈 필요가 있냐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공자라니 좀 식상하다.
하긴 공자는 중국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신문화의 수도'라는 안동에만 가도 공자와 얽힌 곳이 얼마나 많은가 서원이며 향교며... 서울은 성균관대학교만 가도 공자를 만날 수 있다. 아니, 애당초 그렇게 수고롭게 발걸음을 옮길 만큼 공자는 매력적인 대상이 아니다. 게다가 공묘孔庙, 공자 사당은 취푸까지 와서 볼만큼 특별한 곳도 아니다. 잘 찾아보면 주요 도시마다 공자 사당이 남아있다.
일행을 이곳으로 이끈 것은 순전히 나의 생각이다. 중국을 보려면, 단순히 여행자로 중국을 보고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배운다고 하면 공자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자는,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현재인 과거이자 미래인 과거이다. 그는 분명 전통사회의 인물이고, 중국적 표현을 빌리면 봉건사상의 대표주자이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이 새로운 제국으로 모습을 재정비할 때 공자는 단순히 낡고 닳은 구닥다리가 아니다. 이미 중국은 공자로부터 많은 것을 새롭게 길어내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많이 참고할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공자의 제자들이 등장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공자의 위상은 더 커졌다. 앞으로는?
단언컨대 중국을 이해하려면, 현재의 그리고 미래의 질문거리인 중국을 이해하려면 공자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또한 텍스트 안에서 읽는다면 그런 실상을 알 수 없으리라. 그래서 직접 수고롭게 이곳을 찾았다. 그러니 중국을 잘 알고 싶다면 한 번쯤은 취푸를 가도록 하자. 장가계와 만리장성 혹은 그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곳이 많을 테지만 눈호강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런 곳을 찾아야 한다.
공묘 앞에 이르니 재미있게 생긴 공자 캐릭터가 우리를 맞는다. 나중에 찾아보니 '헬로우 콩즈(Hello Kongzi)라는 사업이 있었다. 공자가 어떤 얼굴로 우리를 맞을지, 우리 앞에 나타날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는 그의 캐릭터가 어떤 모습이냐 하는 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양상으로 공자의 무엇이 우리에게 쑥 얼굴을 들이밀 것이라는 예감을 말하는 것이다. 어느 날 중국의 어느 기업가, 어떤 학자, 나아가 정치인이 공자의 말을 빌려 혹은 공자의 가면을 쓰고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헬로우.. 아니, 니하오 콩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