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리딩 R&D] 비인간과 민주주의의 확대 (생동하는 물질 7장 정치생태학 발제)2022-10-2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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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물질7장 정치생태학

 

제인 베넷은 이 책의 7장에서 물질의 생기를 가진 비인간 신체와 새로운 정치를 연결하려 한다. 또 행위소의 정치적 능력을 말하며, 생태계와 정치 체계의 관계를 묻는다. 비인간 신체가 생기를 가지고 공중 내에서 행위할 때 우리는 그 행위가 정치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비인간 신체가 공중에 포함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우리의 정치 논의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비인간 신체의 행위성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제인 베넷은 다윈의 지렁이 연구와 라투르가 언급한 아마존 초원 이야기를 끌어온다. 다윈은 지렁이를 관찰하며 지렁이가 인간의 역사에서 수행한 역할을 강조한다. 물론 다윈은 지렁이가 이런 효과를 의도했다고 말하지 않고 신성한 의도가 불러온 결과라고도 말하지 않았다. 지렁이들은 다만 다양하고 변덕스러우며 생동하는 물질성 무리에 분배된 이질적인 배치에 참여하고 있었다. (240)

 

다윈은 이 지렁이들의 행위가 나름의 자유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지렁이들의 결정은 예상할 수 없었고, 특정 상황과 가능성에 따라 이루어졌다. 일반적인 생리적 반응을 번복하거나, 때로는 특정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행위를 철회하는 모습을 볼 때 이는 기본적인 반사작용과는 달랐다. 다윈이 관찰한 지렁이들은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고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반응하기도 했다. (242)

 

라투르도 아마존의 숲을 통해 여러 행위소들 간의 예측 불가능한 만남의 장으로 자연 속 식물의 행위성을 이야기한다. 초원의 식물과 토양, 미생물, 토착민과 외래종들은 서로에게, 그리고 배열을 전환하는 집단적인 힘에 반응한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과 비인간 행위소가 추구하는 행위 양식을 더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이들 관계를 보다 수평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때로는 벌레들의 작은 행위성이 인간의 행위성보다 더 많은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제인 베넷은 비인간 행위성을 인간 행위성의 가능조건으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의인화에 의존하는 결과를 불러오며, 제인 베넷이 보기에도 의인화는 치명적인 문제를 수반한다. 분명한 사실은 다윈이 지렁이를 관찰한 방식도 의인화였고, 이 관찰은 나르시시즘적 응시의 한 형태이다. 의인화라는 전략을 통해 우리는 다양하게 구성되어 연합을 형성하는 물질성의 세계를 발견할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246)

 

듀이는 정치 체계가 일종의 생태계를 구성한다고 말하며, 정치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론적 간극을 줄여나간다. 듀이에게 공중은 신체들의 연합이며, 나타났다 사라지는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구성물이다, 공중은 특수한 문제에 선행하지 않으며, 어떤 문제에 반응하여 창발한다. 듀이에게 모든 행위는 교호-작용(交互-作用: 둘 이상의 요인이 조합되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작용)이며, 정치적 행위의 장은 일종의 생태계이다. (249)

 

교호-작용의 결과 정치적 행위는 일련의 간접적이고 예상할 수 없는 결과들을 낳는 연합행위가 된다. 듀이는 공중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기보다 인도된다고 보았다. 연합행위의 책임은 수많은 행위자에게 분배되며, 정치적 행위의 기원도 인간의 신체일 필요가 없다. 인간의 계획조차 인간에게만 제한되지 않으며, 인간의 신체가 외부와 맺는 활발한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는 행위를 탈-인간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생기적 유물론자가 아닌 듀이는 연합행위의 주체를 여전히 인간으로 가정하면서, 인간중심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 다만 스피노자를 통해 듀이가 자아로서 환경을 대하는 자세를 이해할 수 있다. 스피노자의 말처럼 우리는 다른 의욕적 신체의 존재를 인정할 때조차 인간의 노력을 특별하게 여긴다. 모든 종류의 신체들이 연합할 수 있으나, 실용주의자들은 특정 신체들만이 연합을 힘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라투르는 행위소집합체개념을 통해 듀이의 이론을 생기적 유몰론으로 밀고 나간다. 라투르는 다양한 명제와 변용된 신체들의 힘을 발효라고 여기며, ‘사건에도 행위적 능력을 분배한다. 듀이에게 공중의 정치 체계는 자연의 생태계와 닮았다. 모든 공중은 생태계에 적합할 수 있지만, 모든 생태계가 민주적이지는 않다. 더구나 세계의 수평화는 이루어지기 어려우니, 구성원들이 더 많이 소통할 통로를 가진 정치조직을 추구해야 한다. (256)

 

듀이와 달리 랑시에르는 공중의 창발에 관심을 덜 가지며, 공중 안에서 잠재적으로 분열하는 인간의 힘에 주목했다. 민중의 힘 또는 인민의 힘이라 불리는 이 힘은 특정 사람들을 정치적 행위자로 가시화하면서 다른 이들을 보이지 않게 밀어낸다. 랑시에르에게 정치는 신체들이 분배되는 질서의 분열이다. (258) 이 분열은 논쟁을 구성하고, 보이는 것과 말할 수 있는 것의 관계를 재배치하면서 말하는 존재자들의 평등에 관해 말한다.

 

평민이 귀족의 특권을 문제 삼으며 권력을 재배치하는 혁명이 랑시에르가 말한 분열의 힘이다. 여기서 분열은 언어와 관련이 깊다. 불공평에 대한 이의 제기는 언어의 형태로 이루어지며, 비인간 존재는 이 분열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랑시에르는 분명 고정된 실체가 아닌 휘어잡을 수 없는 활동이나 비결정적인 에너지의 흐름으로 인민을 바라본다. 이 점에서 랑시에르는 역설적으로 분열의 권력이 인간 발언자에만 제한되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주의 이론이 인간중심적이며 정치적 참여자에게 언어와 사유 능력을 전제하는 일은 언뜻 불합리해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정치를 인간의 활동으로만 제한하는 일은 명백하게 편견이며, 주체/객체를 구분하는 기존의 사유 속에서 우리가 생동하는 물질의 세계와 조우하는 일을 방해한다. 랑시에르가 정치를 말하면서 인민에 대한 플라톤의 편견에 저항했듯이, 우리는 랑시에르에 맞서 민주주의 안에 비인간 신체들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제인 베넷의 말대로 인간은 광대한 비인간 환경과 함께할 때 행위한다. 능동적 주체와 수동적 객체를 가정하는 민주주의의 이론이 빈약하며 낡았다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 이론의 분석 단위가 될 공중의 의미도 변화해야 한다. 개별 인간과 인간 집합을 포함하여 질적으로 다양하게 연합된 공중은 우리 정치 생태계의 건강과 직결된다. 민주화의 범위는 더 많은 비인간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인정할 때 확장될 수 있다.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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