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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약물학] 당뇨약, 약과 독의 변증볍2021-02-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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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라는 병명은 포도당이 섞인 소변을 본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우리가 당을 섭취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여 혈액 속의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 세포 안에 들어간 포도당은 에너지를 만드는 원료이다. 인슐린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거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액 속에 남아 혈당을 높인다. 고혈당은 미세혈관을 변형시켜 망막과 신장, 신경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고열량 식단, 정제된 곡물 섭취, 설탕과 당류의 과다한 섭취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당뇨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외에 유전적 요인과 과식, 비만,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도 당뇨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당뇨는 대부분 증상이 없이 진행되어 자신이 환자임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환자임에도 치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를 받아도 혈당을 낮추기 힘든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효과가 좋은 당뇨약이 많이 개발되어 있지만, 당뇨는 약 복용과 함께 생활습관의 개선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병이다.

 

당뇨의 확산과 치료의 역사는 약과 독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당뇨의 전 세계적 확산에는 설탕의 공이 크다. 설탕 때문에 수많은 아프리카의 흑인들이 노예가 되어 아메리카로 끌려갔다. 흑인들은 설탕을 만들다 죽어갔고, 이들이 만든 설탕이 영국을 거쳐 전 세계로 팔려나갔다. 부자들은 고급 차에 설탕을 넣어 마시는 문화를 즐겼고, 노동자들은 설탕의 단맛으로 지친 몸을 회복했다. 16~17세기에만 해도 귀했던 설탕은 결핵과 감기를 치료하는 약으로도 쓰였다.

 

설탕이 넘쳐나기 시작하자, 곧 약이었던 설탕이 독이 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한때는 부자들만 걸리는 병이라 불렸던 당뇨에 걸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갔다. 약이 독이 된 시대, 당뇨를 치료할 약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당뇨 치료에는 인슐린 주사와 함께 먹는 약도 쓰인다. 한 번 먹으면 효과가 천천히 발휘되어 하루 정도 약효가 지속되도록 하는 약이다. 최근에는 음식을 먹었을 때만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하는 호르몬 주사제도 나왔다. 재미있는 점은 이 주사제의 성분이 아메리카 독도마뱀의 맹독에서 왔다는 사실이다. 약이 독이 될 수 있다면, 독도 얼마든지 약으로 쓰일 수 있다.

 

약과 독의 변증법을 통해 우리는 신체를 더 세밀하고 복잡하게 바라보게 된다. 췌장의 소화효소들 안에서 인슐린을 발견하는 과정이나 동물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리해내는 과정, 인슐린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효소의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과정, 인슐린 유전자를 대장균에 복제하여 인슐린으로 만드는 과정 등은 그 자체로 현대 의학과 약학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준다. 한편으로 당뇨는 약물이나 치료만으로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이다. 완치가 아닌 관리를 목적으로 치료해야만 하는 병의 존재는 의학이나 약학이 환자와 맺는 관계 역시 크게 변화시켰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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