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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새책>『열정과 망상 ― 학계의 감정문화』(샤를로테 블로크 지음, 김미덕 옮김)2019-07-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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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망상
Passion and Paranoia

학계의 감정문화

통제, 권위로 덮인 학계라는 조직에서 작동되는 여러 감정,
내부자가 되기 위해 따르고 익혀야 하는 느낌 규칙과 감정 관리,
그 속에서 확인되는 구성원들의 관계와 감정의 미시정치를 흥미롭게 서술한 책

이 책은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학계 생활 분석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은이  샤를로테 블로크  |  옮긴이  김미덕  |  정가  19,000원  |  쪽수  336쪽
출판일  2019년 6월 21일  |  판형  사륙판 무선 (130*188)  |  출판사  도서출판 갈무리
총서명  Cupiditas, 카이로스총서 57
ISBN  978-89-6195-210-1 03300  |  CIP제어번호  CIP2019023771
도서분류  1. 사회학 2. 인문학 3. 정치학

이 책은 구조, 감정, 감정 문화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둔 ‘감정 사회학’ 분과에 바탕을 두었다. 학계 생활의 사회-감정적 세계는 상이한 국가적·역사적 뿌리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 세계의 학계는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대학 기반의 근대 연구 기관의 구조와 문화적 개념을 공유한다. 나는 한국 학계의 감정 문화를 잘 모른다. 그러나 그 공유된 구조와 가치가 유사한 사회-감정적 과정을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학계의 감정 문화와 한국의 감정 문화 양상을 보다 체계적으로 비교·탐구하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이다.

―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중에서

『열정과 망상』 간략한 소개

학계 조직에서 나타나는 감정과 감정 관리를 분석한 책. 저자 샤를로테 블로크는 감정사회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며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문화사회학과의 명예 부교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에 대한 관심이 조직 동학의 중요한 면을 살펴보는 데 얼마나 큰 통찰을 주는지 보여 준다. 저자는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등 덴마크 학계 위계의 다양한 구성원들에 대한 풍부한 인터뷰 자료를 바탕으로 학계 생활 분석에서 소홀하게 다뤄진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감정이 사회적 유대와 권력 관계 및 위계, 미시정치와 학계 경력의 편입과 배제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열정과 망상』 상세한 소개

학계는 감정과 무관한 공간일까?

이 책은 
“학계는 감정 문화가 부재한 공간인가”라는 질문과 대결한다. 현대 사회에서 학계 또는 대학사회에 대한 통념은, 훈련된 합리적 연구자들로 가득 차 있고, 중립적 시선을 추구하며, 이를 통해 뛰어난 학문적 연구성과를 창출해 내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 50여 명을 인터뷰하여 분석한 학계의 모습은 다르다. 
학계에는 자부심, 기쁨, 화, 수치심, 당황스러움, 혼란스러움, 웃음, 시기, 질투 등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박사과정생들은 지도 교수의 ‘지배력 전시’에 분노와 절망감을 느끼면서도 학계에서는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생명줄”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기를 두려워한다.(박사과정생의 감정을 다룬 3장의 제목이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이다.) 또 조교수 사회의 감정관리 전략으로 저자는 친하기 정치, 속이기 게임, 복화술 등 세 가지를 언급한다. 조교수는 ‘친하기 정치’를 통해 모든 이와 우호적으로 지내고자 노력하고, ‘속이기 게임’을 통해 마음속의 불안과 두려움을 숨기고 통제와 권위를 전시하고자 하며, ‘복화술’을 사용해 자부심 표현 금지라는 학계의 금기를 우회하면서 자신의 자부심을 유쾌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포장한다.

학계 구성원들은, 오늘날 어떤 사회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듯이 경쟁 속에서 온갖 불안함과 감정에 휩싸이지만 때로는 그것을 숨기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들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열정과 망상』이라는 제목의 의미

저자가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는 
학계의 모습은 “불유쾌하고 독살스러운 직장”이다. 그러나 많은 학계 성원들이 학계를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학계에 여러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분노, 실망감, 체념, 시기, 슬픔, 좌절감과 함께 연구와 협력에서 나오는 열정, 기쁨, 만족감 등이 있는 것이다.

학계 구성원들은 사회적 긴장을 완화하는 수단으로 유머를 활용하고, 동료들과 유머를 공유하며 함께 웃는 순간을 즐거운 순간들로 묘사한다. 또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할 수 있는 자유, 동료와의 교우, 학문적인 환경이 주는 영감 등이 학계 생활의 풍요로운 요소라고 밝힌다. 저자에 따르면 
『열정과 망상』이라는 제목은 “여러 느낌의 공존”이라는 학계의 감정적 톤을 묘사하는 것이다.

증언자의 시대, 대학사회 내부의 증언모음집이 출간되다

바야흐로 증언자의 시대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는 윤지오, 김용장, 한서희 등이, 해외에서는 줄리언 어산지, 첼시 매닝, 에드워드 스노우든 등의 증언자, 내부고발자, 공익제보자의 용감한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 책은 대학사회 내부의 증언 모음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 학계 밖의 사람들은 학계 사람들이 어떻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생한 모습들과 갈등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언자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내부의 모습을 드러내준다. 김용장은 5.18 광주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폭로하였다. 윤지오와 한서희는 엘리트 권력층과 연예계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었다. 줄리언 어산지, 에드워드 스우든과 첼시 매닝은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들과 부패한 권력자들의 이면을 고발하였다. 이 책 
『열정과 망상』은 학계에서 다양한 감정이 표현되는 여러 장면을 있는 그대로 우리 눈앞에 상연함으로써 학계가 감정과 느낌으로 흘러넘치는 곳임을 알려준다.

경쟁이 만들어내는 ‘열정과 망상’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

저자에 따르면 최근 전통적인 대학에서 대학의 “현대화” 요구가 급증했는데 그 과정의 “핵심어는 경쟁과 양이다.” 그런데 “모든 수위에서 나타나는 
경쟁은 전 영역에서 경쟁적 투쟁을 증가시킨다.”(310~311쪽) 한국의 학계에서는 강사법 개정 후 “강화된 경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가 벌어지고 있다. 강화된 경쟁은 학계 구성원만의 조건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이후 오늘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이다.

그래서 학계 구성원들이 사회,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 타인과 동료들,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 갖게 되는 
부정적 감정들은 익숙하게 느껴진다. 박사과정생,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들이 개인적으로, 또 동료들과 협력하여 어려움을 이겨내려 애쓰는 모습은, 부단한 감정노동을 하도록 강요되는 인지자본주의에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독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과 망상’으로 가득한 이 세계를 살아가고 변화시킬 방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열정과 망상』 각 장의 내용 소개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서론’은 책의 구성과 각 장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담고 있다. 

2장 ‘이론과 실증자료’는 이 책이 활용한 이론 틀, 이 책이 참조한 자료와 연구 방법을 설명하고 있고, 도시와 지방의 연구 환경이라는 지역 차이가 이 책에서 갖는 의미를 고찰한다.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은 학계의 신입인 박사과정생들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겪는 여러 감정적 어려움을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다.

4장 ‘가시성의 질서’는 조교수에 관한 장인데, 조교수들이 인정과 경력 쌓기 싸움에서 ‘친하기 정치’, ‘속이기 게임’, ‘복화술’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5장 ‘동료평가의 양면’은 동료평가라는 학계의 주요한 관행을 둘러싸고 부교수와 정교수들의 감정 문화를 살펴본다. 동료평가의 잔인한 특징, 동료평가 때문에 생기는 모욕감, 불신, 시기 등과 그런 모든 감정을 동료들로부터 감추려는 노력 등이 그려진다. 

6장 ‘웃음의 정치’는 학계에서 구성원들이 느끼는 부정적 감정들이 웃음과 유머로 상쇄되는 과정을 그린다. 물론 웃음과 유머 속에서도 경쟁이 살아있다. 

7장 ‘구내식당’은 식사를 사회적 형태로 이해하는 게오르그 짐멜의 이론을 참조하여 점심식사 환경이 동료애와 연대감을 낳는 방식을 살펴본다. 

8장 ‘학계의 사회적 유대’와 9장 ‘감정의 미시정치와 젠더’는 감정과 관련한 메타이론을 설명하는 장이다. 8장에서는 미국 사회학자 토마스 쉐프를 비롯한 이론가들을 참조하며, 9장에서는 미국 사회학자 캔디스 클락의 이론을 소개한다.

10장 ‘결론과 주장’은 책 전체의 내용을 요약하고 책의 의의를 밝히는 장이다.

지은이·옮긴이 소개

지은이
샤를로테 블로크 (Charlotte Bloch, 1942~ )
덴마크의 사회학자로서 현재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의 문화사회학과 명예 부교수다. 1972년부터 1976년까지 코펜하겐 대학 문화사회학과 조교수로, 1976년부터 1990년까지 부교수로 재직했다. 1991년부터 2016년까지는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 부교수로 재직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덴마크의 ‘과학연구 부정행위 위원회’의 위원이었다. 2013부터 2014년까지는 코펜하겐 대학 사회학과 ‘감정포럼’(Emotions forum)의 발기인이자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다. 감정 사회학 분야를 연구하면서 관련 논문과 저서를 발표해왔다. 연구의 초점은 구조, 문화, 감정, 사회관계 등의 복잡한 연관성이다. 이러한 틀 안에서 일상생활의 순조로움과 스트레스에 따른 삶의 질, 학계 내 감정과 감정 문화, 직장 내 괴롭힘 과정 등을 연구해왔다. 저서로 『열정과 망상』(갈무리, 2019)이 있고, 논문으로 「알콜 중독자 가족의 공감과 고통」(Sympathy and misery in families with drinking problems, 2017), 「가해자들이 직장 괴롭힘을 경험하는 방식」(How do perpetrators experience bullying at the workplace, 2012), 「부정적 행위와 괴롭힘」(Negative Acts and Bullying, 2010) 등이 있다. 최근에 여러 동료와 함께 길거리 폭력에 대한 연구 논문으로서 「폭력적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방관자의 여러 형태와 집단 돌봄」(Caring collectives and other forms of bystander helping behavior in violent situations, 2018)을 발표했다.

옮긴이
김미덕 (Miduk Kim)
정치학자. 미국 럿거스 뉴저지주립대학에서 젠더정치, 정치사상, 비교정치·정치인류학을 전공했다. 저서로 『페미니즘의 검은 오해들』(2016)이 있고, 역서로 『공간 침입자 : 중심을 교란하는 낯선 신체들』(2017)과 『열정과 망상』(2019)이 있다. 최근 연구논문으로 「베트남의 미국 전쟁, 여성, 그리고 ‘기념’」(2018), 「무지의 인식론」(2017), 「특권과 차별에 대한 한 고찰」(2017) 등이 있다.

추천사

저자는 자신이 수행한 인터뷰 자료와 능숙한 논거를 적절하게 적용해, ― 감정이 부재하거나 중요하지 않다고 오랫동안 생각되어온 ― 핵심적인 학문 실천들에서 감정이 어떻게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해묵은 관습을 뒤엎고 새로운 관습을 만들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독자는 마땅한 놀라움과 기쁨을 느낄 것이다.

― 잭 바바렛, 홍콩 침례교 대학

대학 내부에 대한 흥미진진한 관찰. 대학 교수자들과의 인터뷰는 그들 또한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냥 그런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아마도 그들이 더 감정에 얽매여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은 고등 교육의 전율과 오싹함을 매우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학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와 어떻게 곤경에 빠져있는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그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느린 과정까지도 설명한다. 특히 조직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 토마스 쉐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산타 바바라) 명예교수

깔끔한 형식과 풍부한 인용을 담은 이 책은 학계의 경력 사다리와 내부의 전형적인 상황들로 독자를 안내하면서 사회과학의 감정적 내부를 드러내고 있다. 왜 박사과정생들이 감정을 숨기는지, 왜 여성은 유머 공동체에서 배제되는지, 왜 남성은 공격적이 되고 화를 내는지 밝힌다. 학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이, 이 탁월한 책을 읽는다면 학자로서의 열정이 왜 그토록 어마어마한 감정적 고충을 낳는지 바로 알게 될 것이다.

― 헬레나 플램,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

책 속에서 1 : 학계 내부의 목소리

남보다 한 발 앞서는 상황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내가 몇 차례 저널에 글을 실었는데, 다른 동료보다 훨씬 많은 논문을 발표했어요. 그렇지만 점심시간에 가만 앉아서 자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아요. 그런 걸 삼가는 태도를 가져야 해요. 학계에서는 즉각 행복에 빠져들어서는 안 돼요. 언제나 다른 사람들 상황을 신경 써야 해요.

―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 78쪽

금세 퇴사하는 임시직 직원은 임시직이기 때문에 그들이 자부심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요. 개인적인 카리스마가 넘치는 예외적인 사람들은 빼고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든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는 아주 많은 임시적 직원이 있어요.

― 4장 가시성의 질서, 121~122쪽

질투와 시기는 비슷한 데가 있죠. 온통 여기저기 없는 데가 없어요. 한 동료가 갑자기 저명한 출판사에서 책 출판을 하면 뒤처진 느낌이 들죠. 종종 보게 되는 동학이지요. 어느 정도 경쟁심이 있어서겠죠.

― 5장 동료평가의 양면, 151쪽

식당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완벽한 장소죠! 당신도 틀림없이 전에 들었을 거예요. 거기서 사람들이 연구위원회나 교육부, 다른 연구자들에 대해 비꼬는 논평을 들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게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어나고 긴장을 푸는 즐거운 대화의 일부죠.

― 7장 구내식당, 195쪽

… 내가 여성이니까 뭔가 잘못된 것처럼 보이죠. 아, 이 환경에서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잘못이에요. 사람들이 그걸 기꺼이 믿고, 만약 내가 해결이 안 된다고 말하면 그 사람들은 내가 뭘 많이 해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할 틈을 안 줘요. 여긴 남성을 위한 직장이고 약점을 보이면 안 되니까. 그래서 나도 내 약점을 안 보입니다.

― 9장 감정의 미시정치와 젠더, 264쪽

책 속에서 2 : 증언들이 학계에 대해 알려주는 것

대학은 반드시 뛰어난 연구를 생산해야 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그 조직 구조에는 평범한 인간이 가득 차 있어서 동료 관계, 연구 행위, 연구 환경, 개인의 자존감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감정이 작동한다.

― 1장 서론, 12쪽

박사과정생은 외부 세계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방관자’로 남은 채 정서적 중립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학계의 감정 문화는 방관자 이상이 되기를 요구한다. 학계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성공의 필수 조건은 출세와 가시성에 도움 되도록 자기 자신을 잘 연출하는 수완이다.

― 3장 박사과정생의 극심한 감정적 고충, 82~83쪽

공식적으로 학계는 가장 높은 과학적 레벨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장이다. 그러나 실상 학계의 삶은, 그곳에 적당한 방식으로 자신의 가시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 4장 가시성의 질서, 122쪽

칼은 상대방을 쳐 손에 든 무기를 떨어뜨리는 데 사용된다. 이 투쟁의 톤은 생생한 날것 그 자체이다. 외국인 부교수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덴마크 동료들을 설명했다. “전쟁 치르는 사람들 같죠, 공격적이고 대부분은 모순적인 태도. 여기서 일 시작하기 전에 전임자가 여기 사람들이 다소 사악하더라도 너무 역정 내지 말라고 일러줬어요, 대부분이 그런 종류라고.”

― 5장 동료평가의 양면, 128쪽

이 책의 목적은 감정 이론의 시각에서, 고전적 형태의 대학을 포함한 학계의 구조와 문화 속에 내재된 모순과 함정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 분석은 소위 말하는 대학의 현대화 추세가 십중팔구 그 경향을 가속하고, 특히 연구에 대한 자기-초월적 감정을 희생시키고 자기-단언적 감정을 양산함을 제시하고 있다.

― 10장 결론과 주장, 312쪽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정동 이론』(멜리사 그레그, 그레고리 J. 시그워스 엮음, 최성희, 김지영, 박혜정 옮김, 갈무리, 2015)

아프 꼼 총서 2권. 정동 연구라는 이제 막 발아하는 분야를 정의하는 시도이자, 이 분야를 집대성하고 그 힘을 다지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들은 정동 이론의 주요 이론가들을 망라하고 있다. 정동이란 의식적인 앎의 아래와 곁에 있거나 그것과는 전반적으로 다른 내장[몸]의 힘으로서, 우리를 운동과 사유, 그리고 언제나 변하는 관계의 형태들로 인도한다. 정동을 인식하는 것이 어떻게 인류학.문화연구.지리학.심리학은 물론이고, 철학.퀴어 연구.사회학에 이르는 분과학문들에서 흥미진진하고도 새로운 통찰력을 열어 주는가를 보여 준다.

『정동의 힘』(이토 마모루 지음, 김미정 옮김, 갈무리, 2016)

포스트포디즘적 산업구조와 글로벌화의 진행 과정에서 이렇듯 다양한 특이성을 띤 미조직 노동주체들이 존재한다. 이 새로운 집합적인 주체는 종래의 사회시스템의 구조적 틀로는 포섭되지 않는, 제도적 틀을 넘어서 존재하는 사회적 주체이다. 그들은 네그리와 하트가 다중이라고 부른 특이한 사회적 주체와 겹쳐볼 수 있는 존재이다. 지금 이들이 새로운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의 조건 속에서 강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그들의 정동, 감정, 의견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정동정치』(브라이언 마수미 지음, 조성훈 옮김, 갈무리, 2018)

정동(affect)은 지난 수년간 인문학계의 핵심적 키워드이자 치열한 논쟁의 주제다. 우리 시대에 정동 개념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정동의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브라이언 마수미가 2001~2014년 사이에 동료 학자, 활동가, 비평가, 예술가 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모은 대담집이다. 이 책의 여러 곳에서 마수미는 정동 개념에 대하여 명쾌하게 정의를 내리며, 이해하기 쉬운 생활 속 사례를 들어 정동 개념을 설명한다. 지금까지 정동(affect) 개념에 대해서 모호하다고 느껴왔던 독자라면 이 책에서 불분명함들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여자떼 공포, 젠더 어펙트』(권명아 지음, 갈무리, 2019)

정동과 페미니즘, 페미니즘과 젠더 정치의 정동 효과들에 대한 이론적 연구이자, 온 힘을 다해 무언가 '다른 삶'을 만들어보기 위해 부대낀 날들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페미니즘과 젠더 어펙트에 대한 이론적 탐색과 실천적 개입은 하나의 몸과 다른 하나의 몸이 부대껴 만들어내는 힘, 마찰, 갈등에서부터, 개별 존재의 몸과 사회, 정치의 몸들이 만나 부대끼는 여러 지점들까지, 그리고 이런 현존하는 갈등 너머를 지향하는 '대안 공동체'에서도 발생하는 '꼬뮌의 질병'을 관통하면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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