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전쟁은 자칫 '관문'처럼 지나치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중국 근현대사 책 들머리에 단골로 등장하는 아편전쟁은 이후 중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의 원인/원흉으로 특정됩니다. 또한 아편전쟁은 서구 제국주의가 동아시아로 진격하게 된 기점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편전쟁에 대한 이런 인식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이 사건은 영국과 청나라가 부딪힌 것임에도, 한쪽이 다른 한쪽에만 영향을 준 것처럼 이해되고 있을까요?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소할 방법을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편전쟁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이기 때문에 ‘그냥 도식적으로 이해하고 말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아편전쟁을 ‘서에서 동으로’, ‘가해국이 피해국에게’ 일방적으로 영향을 준 사건으로 이해하지 않으려면 이 사건을 깊이 바라보아야 하고, 다각도로 분석해야 합니다. <충돌하는 제국>이 바로 아편전쟁 깊이 보기 위한 좋은 힌트가 될 것입니다.
저자 리디아 류는 외교문서의 교환, 서적의 번역, 심지어는 두 국가의 여성 통치자 (빅토리아 여왕과 서태후) 사이에서 일어난 선물 교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청과 영국이 교차ㆍ충돌했던 지점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역사서에서 판에 박힌 모습으로 서술되었던 아편전쟁은 <충돌하는 제국>에서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요?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소개글을 이만 줄입니다. 새로운 책과 함께 3월에 뵙겠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나는 제국 정체학의 본질, 그리고 그것의 다양한 형식과 동시대에 대한 지속적인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 19세기의 제국의 기록물을 연구하면서, 1990년대 미국의 여론을 들썩이게 했던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이 다방면으로 여론을 오도하면서 제국의 지정학적 역사를 왜곡시켰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내가 여기서 제시한 증거들은 문명은 충돌하지 않지만 제국은 종종 문명의 이름으로 충돌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따라서 항상 문명과 제국을 주의 깊게 분별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충돌하는 제국>, pp.5~6)
일 시: 2020년 3월 12일 ~ 2020년 4월 16일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교 재: <충돌하는 제국>, 리디아 류 지음, 글항아리, 2016. 반 장: 에레혼 (핸드폰_ 공I0 – 사오73 – l6구오 / 카톡ID_ psww2121) 방 식: 매주 정해진 분량을 읽고 발제 및 토론 (첫 시간 발제는 반장이 준비합니다.) 회 비: 월 2만원 신 청: 댓글로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3월 12일
한국어판 서문 _ 005 서론: 제국의 충돌인가, 문명의 충돌인가 _ 016 제1장: 국제정치의 기호학적 전황 _ 025 제국을 의미화하기: A(· ―) B(― · · ·) | 초기호: 서로 다른 언어들이 어떻게 함께 던져졌나 | 상호 주체적 소통의 공포 | 욕망과 주권자의 주체 | 폭력과 근대 주권의 식민주의적 기원
3월 19일
제2장: 초기호의 탄생 _ 069 금지 조치 | 누가 야만인이었는가? | 문자 ‘夷’를 둘러싼 논쟁: 1832년 | 야만인의 눈 | 영국인의 명예 | 식민주의적 상처 담론
3월 26일
제3장: 주권 상상 _ 133 夷: 주권 통치의 경계를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 | 지시 대상을 상실한 Cina, Shina, “China” | 옹정제와 문자옥 | 대일통의 제국 이데올로기 | 夷라는 유령 몰아내기 | 아편전쟁과 “외국 귀신”
4월 2일
제4장: 『만국공법』의 번역 _ 189 상호 번역가능성: 식민주의 사학의 맹점 | 외교관으로서의 번역자, 마틴 | 헨리 휘턴의 『국제법 원리』 | 보편성은 어떻게 수립되었나 | 공약성 찾기
4월 9일
제5장: 그녀의 위대함의 비밀 _ 239 제국 간의 선물 교환: 신약성서의 헌정 | 빅토리아 여왕과 자희태후 | 모범적인 해외 선교 | 군주의 교환에서의 사소한 여성 용품 | 사랑과 정치의 삼각구도 | 국모에 대한 옹호
4월 16일
제6장: 문법의 주권 주체 _ 307 인도유럽어족의 가설 | 마건충과 그의 문법서 | 문법성,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기 | ‘자字’와 ‘word’ 사이의 초기호 결론: 황제의 텅 빈 보좌 _ 353 식민주의적 시각성 | 빅토리아 앨버트 미술관 | 자금성 보좌의 분실과 발견 | 욕망의 팰림세스트, 베르톨루치의 「마지막 황제」
※ “차이나 리터러시(China Literacy)” 세미나는
중국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함께 기르기 위한 세미나입니다. 2020년에는 중국 근대사, 그리고 명나라-청나라와 관련된 서적을 위주로 읽습니다. 1. 중국의 영토 및 민족 의식: 거자오광, <전통시기 중국의 안과 밖> 2. 아편 전쟁 다르게 바라보기: 리디아 류, <충돌하는 제국> 3. 국정 파업을 선언한 명나라 황제, 그리고 당시 인물들의 이야기: 레이 황, <1587 만력 15년 아무일도 없었던 해> 이외에도 명청시기에 살았던 지식인의 글, 혹은 해당 시기에 발표된 문학 작품 등을 몇 권 더 읽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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