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과 발견을 거듭하며 우리는 나아간다.
3. 블랙홀의 발견과 부정
뉴턴의 고전 물리학이 지배하던 1738년 영국 자연철학자 존 미첼은 빛이 입자라는 생각을 가졌다. 이에 뉴턴의 중력이론을 결합하여 별의 밀집성(compact stars)들이 어떻게 보일 것인지를 예측했다. 미첼이 추론해낸 것 중에는 임계원둘레라는 것이 있다. 임계원둘레를 가진 별에서의 빛의 탈출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 미첼은 별의 임계원 둘레가 18.5km로 계산했고 질량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해 임계원둘레도 커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18세기의 그 어떤 물리법칙도 그토록 밀도가 큰 별의 존재를 부정하지 못했기에 미첼은 그런 암흑의 별들이 무척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별들은 임계원둘레 안에서 잘 지내고 있을 것이며 그 별들에서는 빛 입자가 빠져나올 수 없기에 지구에서는 볼 수 없다고 추측했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론 법칙을 만들어낸 1915년 11월이 되자 물리학자들은 별의 중력이 빛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할 수 있을 정도로 중력과 빛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물리학자들은 이때가 되어서야 암흑의 별(블랙홀)에 대한 확신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첫 발걸음은 20세기 초 천문학자였던 카를 슈바르츠실트이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을 이용해 모든 회전하지 않는 구형 별 외부의 시공간 곡률을 매우 정밀하게 계산했다.
하지만 2차원만을 가진 우주 속에 살며, 시공간의 곡률을 인식할 수 없는 인간과 같은 2D 존재들은 이를 느끼거나 인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2D 존재들은 연구과 측정을 통해 우주가 휘어졌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그들의 경험이 2차원에만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3차원 초공간으로 나갈 수 없으며 초공간을 결코 볼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3차원 존재이다. 그리고 휘어진 3차원 공간에서 산다. 3차원 공간이 끼워 놓인 고차원의 평평한 초공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별의 질량은 별의 안쪽과 그 주변에서 3차원 공간을 뒤틀어버린다.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에 대한 슈바르츠실트의 풀이는 공간의 휘어짐(뒤틀림)뿐만 아니라 별 주변 시간의 뒤틀림도 그려낸다. 별의 표면 근처 시간은 별의 표면에서 멀리 있는 것보다 더 느리게 흐른다. 그리고 별의 중심에서 시간은 현저히 느려진다. 이런 시간 뒤틀림으로 일어나는 결과 중 하나가 중력 적색 이동이다. 진동수가 작다는 것은 파장이 더 길다는 것을 의미하며, 빛 스펙트럼에서 적색 쪽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별에서 방출된 빛은 표면 시간 지연에 비례해서 적색으로 이동한다. 1960년대 초 기술이 발전하며 아인슈타인의 중력법칙을 포착할 수 있게 되었다. 짐 브롤트는 매우 정밀한 실험을 통해 태양 빛의 적색 이동을 정확히 측정했고 이것은 아인슈타인의 예측과 훌륭하게 맞아떨어졌다.
슈바르츠실트 기하학은 모든 별이 임계원 둘레를 가진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1920년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예측은 별의 실제 원들레가 임계원둘레와 꼭 같은 경우였다. 그런 별들은 공간과 시간의 휘어짐은 더욱 더 현저할 것이며 별 표면에서의 시간 흐름은 무한대로 느려져서 아예 시간이 흐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런 별의 표면에서 출발하는 빛은 원래 색이 무엇이든간에 무한한 파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이것을 블랙홀의 지평면이라 부른다.
1920년대와 1930년대까지 가장 명성 있는 일반상대론에 대한 전문가는 아인슈타인과 영국의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이었다. 이 둘은 블랙홀에서 ‘옳은 냄새'를 맡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엉뚱하고 기괴했으며 우리 우주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그들의 직관에 맞지 않았다. 많은 이들의 비합리적 저항으로 반세기 동안 진보는 멈춰 있었다.
4. 백색왜성의 신비
백석왜성은 극도로 높은 밀도를 가지고 있고, 이는 인간이 경험한 것보다 훨씬 큰 것이다. 1925년 인도의 찬드라세카르는 태양과 시리우스 B같은 별들의 내부구조가 어떤 내부 압력으로 중력의 압축력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발견했다. 그는 새로운 양자역학적인 현상에 의해서 시리우스 B와 다른 백색왜성의 내부 압력을 설명했다. 그것은 바로 전자의 축퇴운동이다. 물질이 높은 밀도까지 압축되어 이웃한 전자들부터 강한 힘을 받아 전자들이 극도로 좁은 방 안에 갇히게 될 때, 전자들은 파동과 같은 행동을 하게 된다. 매우 작은 파장을 가지게 된 입자들은 필연적으로 높은 에너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압력을 축퇴압이라고 한다. 굉장한 밀도 속에서 축퇴압을 지니고 있는 백색왜성의 특징들을 추론해본 후, 찬드라세카르는 믿기 어려운 결과를 도출해냈다. 별의 질량이 태양의 1.4배보다 작은 경우에만 중력에 의한 압축에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딩턴을 비롯하여 찬드라세카르의 증명을 이해할 수 없었던 다른 과학자들을 위해 그는 백색왜성 물질에 대한 밀도에 대한 저항의 상태방정식과 중력-압력 간의 균형에 대한 법칙과 결합시켜 항성의 내부 구조를 설명하는 미분방정식을 풀어야 했다. 결국 그는 대표적인 10개의 백색왜성 내부 구조를 계산하여 별들의 전체 질량과 둘레를 풀어냈다. 별들의 질량은 모두 태양의 1.4배보다 더 작았다. 그리고 이들은 점점 식어가서 흑색왜성으로 바뀌어가며 영원히 존재할 거라 추측했다. 하지만 태양질량의 1.4배라는 질량의 한계치보다 더 큰 질량을 가진 별의 종국적 운명은 이와 다르다. 열에 의한 압력이 줄어들고 중력의 압축은 그 별을 점점 더 수축시킨다.
하지만 찬드라세카르의 증명은 당대 저명한 천문학자 에딩턴과 계속 대립했다. 그리고 모든 천문학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는 마음에 20대 중반, 그는 결국 이 연구에서 25년이 지나도록 등을 돌리게 된다.
머리말에서 저자가 15년간의 집필 끝에 독자들이 배웠으면 하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스스로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 우주의 복잡성을 해명하고, 궁극적 간결성과 우아함 그리고 그것을 지배하는 근본 법칙의 영광스러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인간 정신의 놀라운 능력. 연구를 준비하고 시작한 이래 막다른 골목에 부딪히더라도 뛰어난 통찰로 난관을 뛰어넘는 인간 정신의 놀라운 능력. 바로 이것을 독자들이 배우기 바란다.” 오늘의 나의 옳음이 내일 어디서, 어떻게 실패하고 무엇이 그것을 대치할 것인지 발견하기 위하여 오늘도 나는 과학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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