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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리딩R&D] 마음의 미래 - 이제는 양자적 의식을 마주할 때2021-03-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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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R&D_마음의 미래 0312 발제_아라차



이제는 양자적 의식을 마주할 때



관찰이 정말 관찰 대상의 움직임을 교란시키고 있는 것일까? 양자역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의문시되는 지점이었다. 마치 의식이 있는 것처럼 관찰자가 있을 때만 입자가 되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시세계의 미립자들은 관찰자가 내보내는 미립자의 영향(전자기력/빛)을 받게 된다는 설명으로 어느 정도 이해의 문턱에 도달했다. 그러나 관찰이라는 행위는 의식이 있는 지능과의 관계에서만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의식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양자역학 질문들을 마주하면서 제일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은 역시 ‘상보성’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과학이란 단순히 자연을 기술하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와 자연과의 상호작용의 한 부분이다. 자연과학은 우리의 질문방식에 따라 자연을 기술한다.” 정해져 있(다고 여겨지는)는 것을 발견하려 노력하기보다, 상호작용의 양상에 더 초점을 맞춰 세계를 탐험해 봐야 한다. 


양자역학은 정신세계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던 의식의 문제를 과학의 영역으로 데리고 왔다. 바깥의 연구가 내면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물리학의 상당 부분이 정신세계를 연구하는 기술로 발전했고, 이제 뇌과학자들은 생명체 안에서 진행되는 생각을 어느 정도 추적하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전자기학과 핵물리학은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이 있는 비밀을 과학적인 언어로 풀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올라온다. 과연 의식이 깃들어 있다고 여겨지는 뇌 연구를 통해 의식의 비밀이 풀릴 수 있을까. 물질의 법칙을 알아내기 위해 전자까지 꿰뚫어 보다가 결국 왜 전자가 그렇게 움직이는지를 모른다(모르지만 관측 결과상 그렇게 움직이더라)는 결론에 도달한 물리학자들처럼 되지 않을까.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게 되겠지만 그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고 우주에 편재에 있더라는 결론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어쨌거나 그 미래가 궁금하기는 하다. 


뇌과학의 발전 역사를 보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이루어질 때마다 새로운 두뇌모형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시절의 과학자와 발명가들은 인간의 두뇌를 ‘바퀴와 기어로 이루어진 기계장치’로 생각했다. 1800년대 말 증기기관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증기기관’ 두뇌 모형이 제시되었고, 이 모형이 프로이트의 두뇌이론에 영향을 미쳤다. 20세기 초에는 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전화교환기와 비슷한 두뇌모형이 관심을 끌었다. 그 후 트랜지스터의 발명으로 컴퓨터에 기초한 두뇌모형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등장한 두뇌모형은 수십억 개의 컴퓨터를 하나로 연결한 ‘인터넷 모형’이다. 인간의 의식을 “수십억 뉴런의 행동이 하나로 종합되어 나타나는 기적 같은 현상‘으로 설명한다. 이 책의 저자인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는 두뇌를 거대한 주식회사에 비유한 CEO 모형으로 제시한다. 


물리학자들은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을 때 먼저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한다. 그 다음 연구 대상을 기본적 특성을 잘 담아낸 ‘모형’을 만든다. 모형은 일련의 변수들(온도, 에너지, 시간 등)로 표현되며, 물리학자들은 이 모형에 기초하여 향후 움직임과 물리적 상태를 예측한다. 하지만 모형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기본변수의 재현 가능성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뉴턴의 변수는 공간상에서의 ‘위치’였고, 아인슈타인의 변수는 ‘시공간의 곡률’이었다. 저자는 이 방법을 의식이론에 적용하여 ‘시공간의 의식 이론’을 주장한다. 


시공간 의식이론은 여러 개의 변수(공간, 시간, 다른 개체와의 관계 등)로 이루어진 다중 피드백회로를 이용하여 의식의 수준을 정의한다. 인간의 의식은 여러 개의 피드백회로를 조정하여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의 의식과 구별하고 있다. ‘농담’과 ‘놀이’, ‘지능’도 미래 시뮬레이션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두뇌스캔을 이용해 인간의 뇌가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 과정을 부분적으로 알아냈다. 


시공간 의식이론이 옳다면 자아인식에 관하여 유용한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자아인식이란 자신이 등장하는 미래모형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는 행위다. 인간의 미래 시뮬레이션은 어찌나 왕성한지 필사적인 욕구에 가깝다. 멈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인간의 뇌에는 좌-우뇌에서 생성된 신호를 하나로 매끄럽게 결합하여 ‘나’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부위가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 같다. 생물학자 칼 짐머는 내측 전전두피질이 ‘나’라는 인식을 관장한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두뇌스캔을 해 보면 이것이 어느 정도 사실임을 알 수 있다. 


마이클 가자니가는 “하나의 뇌 안에 서로 다른 두 개의 의식이 공존”하지만 좌뇌의 해석 장치로 인해 “하나의 통일된 존재”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간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고 모든 것을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로 엮으려는 경향이 있으며, 이 모든 것을 좌뇌가 관장한다”고 설명한다. 아무런 규칙이 없는 풍경에서 어떻게든 패턴을 찾아내려 애를 쓰고 다양한 가설을 내세우는 것도 이와 같은 성향 때문이라는 것이다. 답이 존재하지 않는 때조차 좌뇌는 “왜?”라는 질문을 퍼부으며 변명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자는 왜 궤도상에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가?" 왜? 왜? 좌뇌의 영리한 패턴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합리화는 꾸준히 하지만 물리 세계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쨌든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결과만 마주한 채로 이 거시세계를 조금 더 탐험해 봐야 한다. 어쩌면 전자의 능력 중에 텔레파시와 염력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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