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엮는 관계의 그물망
얽힘. 거시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매우 멀게 느껴지는 현상이다. 양자 얽힘은 양자 중첩 상태로 얽혀있는 두 광자가 서로 연관된 특성을 가지고 있고,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상태로 관측되는 현상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우리는 얽힌 상태에 있는 두 대상을 “유령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거시세계의 관점에서는 멀리 떨어진 두 대상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카를로 로벨리는 관계론적 관점에서 얽힘을 설명한다. 대상의 속성은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얽힘 상태의 멀리 떨어져 있는 두 광자를 관측할 때도, 광자의 속성은 상관관계에 놓여 있는 무언가와 관련되어 정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양자 얽힘을 관측하려면 두 광자 양측의 신호가교환되는 상관관계가 실현되고, 이 상관관계(얽힘 상태)와 관계하는 제 3의 대상이 필요하다. 따라서얽힘은 제 3의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관측되고 존재한다. 로벨리는 얽힘 상태가 특별한 현상이 아닌 어떤 물리 상태 외부의 관점에서 상호작용을 볼 때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라 말한다. 외부에서 보면 세계의상태에 관한 모든 정보는 상관관계 속에 있다. 그리고 모든 속성은 오로지 상대적인 속성일 뿐이기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얽힘의 그물망 속에서만 존재한다.
정보는 한 변수의 값이 다른 변수의 값에 대한 어떤 함축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물리적 물체의 속성은 또 다른 물체에 대해 실현되며, 우리는 그 속성을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이 상관관계를 두 번째 물체가 첫 번째 물체에 대해 갖는 정보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양자 물리학을 물리계들이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이론으로 생각할 수 있다. 양자 물리학과 고전 물리학의 차이점은 1. 한 물리적 대상에 관해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관련 정보의 최대 양은 유한하다. (이는 하이젠 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로, 물체의 위치와 속도에 관한 정확도의 곱은 플랑크 상수의 절반보다 작을 수 없다고 증명되었고, 이는 빛의 알갱이인 광자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입자성으로 귀결된다.) 2. 대상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우리는 항상 새로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가환성)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요약은 입자성, 플랑크 상수, 순서의 중요성, 비가환성 등을 나타낸다.
거시 세계의 논리로는 통하지 않는 양자 세계의 논리에 다가가기 위해 우리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 우리가 편의를 위해 사회적으로 약속한 말, 숫자, 입자, 파동이라는 이 말들에 거시세계의 관점을 넣으면 양자의 세계에 다가가기 어렵다. 거시 세계의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양자 세계를 왜 우리는 당연하게 고양이에 빗대어 이해하려하고 할까. 양자는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거시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세계에서 소통가능한 말로 양자를 알아가야한다. 그렇기에 양자는 우리에게 상상을 일으키는, 신비롭고 멋진 세계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