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읽기]《나의 사랑스럽고 불평등한 코스모스》 Phase1 공정한 물리의 세계_1024 발제
물리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공정할까
물리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공정할까. 연구의 주체가 누구인가와 상관없이 같은 결과값을 가지게 될까. 연구자가 달라지면 우주의 역사도 달라지는 건 아닐까. 주지하다시피 양자역학의 세계가 드러난 이후에는 해석이 중요해졌다. 같은 현상을 보고도 전혀 다른 해석을 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이 해석은 맞고 저 해석을 틀렸다고 정확히 말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의 층은 잘게 쪼개져있고 복잡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서양/백인/남성들의 물리학이 아니라 다른 층위에서 물리학을 만나볼 필요가 있다.
찬다 프레스코드와인스타인은 입자물리학을 연구하는 최초의 흑인 여성 교수로 우주론, 중성자별, 암흑물질을 연구한다. 하버드대, MIT, 미국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연구했으며, 우주 가속에서 양자중력의 실마리를 찾고 암흑물질 후보로서 엑시온을 탐구한다. 입자우주론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물리학회 ‘에드워드 보쳇 상’을 받았으며 2020년 네이처에서 선정한 ‘과학 형성에 도움을 준 10명’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까지 보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천재 물리학자의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흑인 여성이며, 에이젠더로 성소수자다. 그의 어머니는 비혼모로 흑인 여성운동가였다. 그는 멕시코계 갱단과 흑인, 미국 원주민들이 사는 로스앤젤레스 동부의 노동계급 가정에서 자랐다. 강간 피해자(생존자)이며, 강간범은 그가 속한 과학계의 동료 과학자였다. 그는 학부 시절 인종·성별·계급적 출신과 연관된 복합적 이유로 물리학에 재능이 없다는 지도교수와 동료의 혹평에 시달리며 한때 물리학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한다. “우주를 다루는 수학이 인종차별과 성차별이라는 현실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과학계가 사회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는 문제를 모두 모아놓은 현장이다.”(찬다 프레스코드와인스타인 인터뷰 내용 중)
책은 입자물리와 우주론의 최신 논의를 먼저 다루고 있다. 첫 번째 장은 표준모형, 암흑물질, 상대성이론, 우주 생성기의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소립자와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 우주에 존재한다고 알려진 네 가지 힘 중 세 가지(전자기력, 약력, 강력)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쓰인다. 저자는 “잘 짜인 우주를 여러 부분으로 세심하게 나누어 깔끔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표준모형에도 한계가 있다. 중력을 다루지 않고, 우리가 아직 관찰하지 못한 암흑물질을 포괄하지 못한다.
저자는 ‘표준물리학을 넘어서는 물리학’을 꿈꾼다. 저자는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합하는 루프양자중력에 대한 최신 연구로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우주의 역사에서 벌어진 중요한 사건들의 세부 정보를 채워 넣는 것, 즉 수학을 이용해 우주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는 자신이 “우주의 ‘그리오(서아프리카 지역의 음유 시인이자 구전 역사가)’이며 이야기꾼”이라고 말한다. ‘그리오’는 영화 <블랙팬서>의 슈리 공주가 이용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이름이기도 하다. 저자는 뉴턴이나 오펜하이머가 되기보다는 백인 남성의 서구적 사고방식을 넘어 새로운 관점에서 입자물리학을 바라보는 ‘슈리’가 되고자 한다.
‘멜라닌의 물리학’, ‘강간은 과학 일대기의 일부이다’, ‘식민주의 과학과 마우나케아의 교훈’, ‘전체주의 아래에서 꾸는 우주론적 꿈’, ‘세상의 끝에서 흑인 여성주의 과학을 외치다’ 등 아직 열어보지 못한 장들의 이야기가 휘어진 시공간에 꽉꽉 들어차 있다. 어떻게 요동하고 파동칠지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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