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과학읽기] 2.극단적인 아이디어를 모은 기묘한 동물화집 2024-01-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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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발제

 

극단적 아이디어를 모은 기묘한 동물 화집

 

 

 

이번 장에서 까를로 로벨리는 양자 중첩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광자 실험에서 알 수 있듯 양자 중첩이란 하나의 광자가 두 경로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광자를 보면 도약하여 한쪽 경로로만 존재하고 간섭이 사라진다. 이 문제는 기묘한 동물화집의 고양이 편에서 이어진다. 바로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수면제병이 들어 있는 상자 안의 고양이는 잠들어 있는 것일까, 깨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잠들어 있으면서 동시에 깨어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세계, 숨은 변수, 한 번도 관찰된 적이 없는 물리적 붕괴 현상 등이 전개된다.

우선 다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고양이가 깨어 있고 내가 깨어 있는 고양이를 보고 있는 세계가 있다. 그리고 고양이가 자고 있고 내가 자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있는 세계가 있다. 그래서 각 세계에 한 명씩 두 명의 내가 존재한다. 나는 고양이 외에 수많은 시스템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평형 세계가 있을 수 있다. 나의 복사본이 수없이 많은 세계에서 다른 경험을 하고 있다는 만화 같은 상상이 다세계 이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는 파동 함수가 실제로 관찰하는 현실의 현상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현실은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암흑이며 현실의 우리는 그림자나 복사본일 뿐인 것일까?

복사본이 무한 증식하는 문제를 피하기 위한 방법이 숨은 변수이론이다. 데이비드 붐이 발전시킨 이 이론은 전자의 파동함수가 실제로 있다고 가정한다. 이 가정에 의하면 물질 입자는 항상 확고한 위치에 존재한다. 고양이는 깨어 있거나 자거나 둘 중 하나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파동함수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실제 고양이의 파동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 고양이가 없는 빈 파동이다, 하지만 빈 파동은 실제 고양이의 파동에 간섭 효과를 일으킨다. 고양이는 한 상태에 있지만 다른 상태 속에는 간섭을 일으키는 파동의 일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파동 변수를 우리는 결코 찾아낼 수 없다. 뭔가 확실한 듯 보이지만 이 이론은 복잡한 대상에 적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성을 위반하게 되고 과거 고전역학의 결정적인 변수와 숨겨진 변수, 이 모두를 받아들여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다음으로 대두되는 해결책은 물리적 붕괴 이론이다. 우리의 관찰과는 무관하게 물리적 과정이 자발적으로 발생하여 파동이 분산되는 것을 막는다는 가정이다. 이를 통한 파동함수의 붕괴는 우리가 관찰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일어나며 대상이 거시적으로 더 빠르게 일어난다. 여기에서 거시적 물체는 양자역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가정이 들어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을 거부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앞서 이론들이 파동함수를 실재하는 대상으로 간주함으로써 불확정성을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파동함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인식론적 해석이 있다. 파동함수를 관찰할 때 우리가 인식하는 정보로 파악하고 상충되거나 중첩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를 큐비즘이라 한다. (큐비즘은 브라크와 피카소 등의 입체파의 상호 영향을 주고받았다.) 이 이론은 우리에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큐비즘은 과학을 철저히 도구로만 생각할 뿐 아니라 관념론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세계에는 내가 관찰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이 장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이 시작된다. 정보를 보유하는 주체는 나인가, 세계인가? 관찰하는 주체는 무엇인가? 나는 관찰자인가, 대상자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세계와 어떻게 관계되고 연결되는가? 모호하고 불확실한 양자역학 안에 질문과 대답이 안개처럼 퍼질 것 같은 예감으로 다음 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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