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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리딩 R&D] 엔드오브타임 -4, 5장 2021-06-1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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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우리의 탄생

 

 

 

 

지구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생명체는 어떤 원리로 생겨난 것일까?’ 이런 질문은 존재론적 문제의식인 동시에 물리학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가모프와 앨퍼는 원소 생성 가설을 내세워 빙뱅 직후 양성자와 중성자가 충돌해 다양한 원소가 만들어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물질이 생성되었다고 했다. 이 가설은 여러 과학자들의 보완 연구를 통해 객관화되었다. 별의 내부에서 생성되어 초신성이 폭발하거나 중성자들이 충돌할 때 원소들은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진다. 원소들이 거대한 기체 구름으로 뭉쳐져 별과 행성이 되었으며 그중 일부는 우리의 몸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구로부터 약 3000광년 떨어진 메시에67’에 있던 태양 역시 마찬가지이다. 태양은 초신성 폭발로 자신의 고향인 메시에67’에서 떨어져나와 충격파가 무거운 원소구름을 관통하면서 중력과 회전, 엔트로피의 증가, 핵융합을 통해 탄생했다. 그렇다면 지구는 어떠한가?

지르콘 결정을 분석해보면 지구는 작은 육지가 간간이 점처럼 박혀있는 물의 세계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행성 테이아와 충돌해서 지구 지각이 증발했을 뿐 아니라 사계절이 생기고 자전축이 기울어졌다고 한다. 여기서 물은 생명을 탄생시킨 중요한 물질이다. 문제는 이렇게 생성된 생명체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었고, 미세한 차이가 장구한 시간을 거쳐 다른 종류의 생명체들이 되었다는 점이다. 아인슈타인과 나의 염기체 서열의 차이는 0.2%에 불과하며 심지어는 침팬지하고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결국 유전자 암호를 보면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보편적 특징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생명의 정보에 존재하는 통일성이라는 것이다.

생명이 에너지를 취하는 방법 또한 통일성이 있다. 음식을 통해 유입된 전자는 화학적 계단을 타고 내려오면서 각 층마다 에너지를 방출하고, 이 에너지는 모든 세포에 설치된 생물학적 배터리를 충전해 분자를 합성하는데 사용된다. 그리고 이 분자들은 세포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곳곳에 에너지를 배달한다. 모든 생명체는 이런 식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한다.

그렇다면 생명의 유전적 요소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생명의 신진대사 기능은 어떻게 생겨나고 그것을 담는 자루(세포)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의문이 생긴다. 다윈은 유전자가 부모와 비슷하지만 같지 않다고 했으며 적자생존의 법칙에 대한 진화론을 주장했다. 이를 생명이 아닌 다른 영역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하기 훨씬 전에 존재했던 복제 능력이 있는 분자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분자는 그 이전의 분자들을 복제한다. 하지만 복제가 계속될수록 원본과 다른 다양한 분자들이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다. 이 분자진화론은 RNA에 기초하고 있다. RNA는 소프트웨어이면서 하드웨어로 장구한 세월 동안 분자 진화를 실행해 세포에 필요한 화학 물질로 변신한다.

생명 탄생에서 중요한 원인으로 중력과 핵력을 빼놓을 수 없다. 중력은 물질을 안으로 응축시키면서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고, 핵력은 수십억 년 동안 고품질 광자를 대량으로 생산하여 지구 생명체를 먹여 살려왔다.

분자진화론을 통해 생명의 탄생을 이해했다면 다음 질문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생명은 어떻게 의식을 갖게 되었는가?

우리가 생각하고 행하는 모든 것은 입자의 운동에 기인한 현상이며 모든 입자들은 수학적 법칙을 따른다고 보는 것이 환원주의적 관점이다. 양자물리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미래에 일어날 사건을 명확하게 예측하지 않고 발생할 확률만을 예측한다. 예견된 미래가 많을 뿐 이 역시 결정론적인 구조를 갖는다.

우리는 모든 선택과 결정, 행동의 주체가 나 자신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은 물리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결국 주체적 인간이라는 인간 중심 사고는 폐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책임을 역할에 대해 말하며 나는 나다라고 말한다. 나를 구성하는 입자의 행동이 곧 나의 행동이며 저변에 물리 법칙이 나의 입자를 제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물리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나에게서 탈출했던, 벗어나고자 하는 돌연변이 입자들이 과연 전혀 없을까? 언젠가는 이 모든 수수께끼들이 수학적으로 밝혀질 거라는 그의 호언장담만이 물리 법칙에 들어맞는 가장 분명한 입자운동 아닐까? 아니면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지도. 새로운 가능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럽고 알 수 없는 세계로의 진입, 또는 탈출을 꿈꾸는 것, 그것이 지금 나의 입자들의 물리적 법칙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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