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리딩R&D] 아인슈타인의 베일 1장_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2022-11-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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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R&D_<아인슈타인의 베일> Ⅰ장 발제_아라차



모든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19세기 말, 산업화를 시작한 국가들은 거리를 조명하는 방식을 놓고 논쟁한다. 가스등이 좋을까, 아니면 막 개발된 전기등을 쓰는 게 좋을까. 국가 권력의 보호 하에 제국 물리학 공학연구소에 임무가 내려진다. 서로 다른 조명 방식을 공학적으로 비교할 것. 두 광원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영향받는 조건들이 너무 많았다. 이상적인 광원 하나를 이용해 비교하는 것이 더 유리했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그런 이상적인 광원을 발견한 상태였다. 그것은 빈 공간이었다. 빈 공간은 닫힌 공간이므로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래서 아주 큰 빈 공간을 만들고 아주 작은 슬릿을 뚫는다. 슬릿은 빈 공간 속에 있는 빛의 본성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만큼 작아야 한다. 물리학자들은 빈 공간을 흑체라 부르고, 슬릿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빛을 흑체복사라 불렀다. 흑체복사는 가스등과 전기등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이용됐다. 가스등과 전기등의 경쟁은 시장의 힘으로 결정났지만, 이 실험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빛은 파장과 진동수를 가진다. 가시광선은 1초에 약 500조 번 진동한다. 파장이 가장 긴 것은 붉은 색, 가장 짧은 파장은 보라색을 띤다. 빛나는 광원은 다양한 파장을 가진 수많은 빛들을 방출하여 스펙트럼을 이루게 된다. 흑체에서 나오는 빛의 스펙트럼은 온도에 의해서만 결정된다. 형태가 어떨지는 실험으로 밝혀내야 했는데 제국 물리학 공학 연구소의 실험이 바로 그 형태를 밝히는 실험이었다. 그러나 실험을 거듭할수록 형태가 밝혀지기는커녕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막스 플랑크이다. 플랑크는 빛을 파동으로 보는 이론을 바탕에 두었지만 그 방식으로는 해결점을 찾을 수 없었고, 빛이 흑체의 벽들로부터 파동으로 방출되는 것이 아니라 분할할 수 없는 개별적인 알갱이, 이른바 양자들로 방출된다고 가정했고, 이를 양자가설이라 명명했다. 오늘날 우리는 플랑크 작용양자 h가 보편적인 자연 상수라는 것을 안다. 빛은 분할할 수 없는 빛의 양자인 광자들로 이루어졌다. 아인슈타인은 플랑크의 발상을 채택하여 빛이 광자들로 이뤄졌고 개별 광자가 금속에서 전자를 곧바로 떼어 낸다는 광전효과를 발표하여 노벨상을 수상한다. 


플랑크 자신을 비롯하여 물리학자들은 양자가설을 동원하지 않고 다른 설명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고전물리학에 따르면 모든 각각의 결과에 대해 원인이 있어야 하고, 명확히 정의된 원인은 다양한 결과들이 아닌 오직 하나의 결과만을 일으켜야 한다. 플랑크의 작용양자는 이 생각에 커다란 제한을 가했다. 양자를 정확히 서술하는 이론은 광전효과 이후 20년 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와 에르빈 슈뢰딩거에 의해서였다.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수학적으로는 다르지만 물리학적으로는 동일한 현상을 설명했다. 이제 양자역학의 불확정성과 상보성 없이는 해석할 수 없는 세계에 도달했다. 물론 세계의 작동은 여전히 가능하다. 새로운 양자 이론은 원자에 관한 많은 질문들을 해결했다. 원자핵을 잡아당기는 전자(-)가 왜 결국 원자핵(+)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는지, 원자들 간의 화학결합이 일어나는 방식 등을 정확히 서술했다. 양자물리학은 반도체, 레이저, 핵분열과 핵융합, 별의 생성과 우주의 탄생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물리학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심스러운 양자역학의 물음이 있다. 관찰 이전에도 확고한 속성을 가진 물리적 세계가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바라보지 않아도 달이 저기에 있다고 믿고 싶다며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자역학 정리(ft. 코펜하겐 해석)

- 입자의 작용은 파동함수에 의해 결정된다.

- 모든 물리량은 관측 작용의 영향을 받는다.

- 물리량은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 모든 입자는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갖고 있고 서로 상보성을 띈다.

- 양자 상태는 불연속적이고 특정한 물리량만을 갖고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전환될 때 양자도약이 일어난다.


빛은 파동일까 입자일까. 17세기까지만 해도 뉴턴의 강력한 권위로 인해 입자 이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1802년 영국의 의사인 토마스 영의 이중슬릿 실험에 의해 균열이 시작된다. 두 개의 슬릿을 통과한 빛은 서로 상쇄하고 보강하는 파동의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빛이 파동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하고 뉴턴의 견해를 무너뜨린 것이다. 영의 실험 이후 물리학자들은 빛을 파동으로 보고 파동이론을 발전시킨다. 그렇다면 그 파동 속에서 진동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눈에 지각되지 않으면서도 퍼져 나가는 물질? 실마리는 19세기 전기와 자기 실험에서 나왔다. 패러데이는 전류가 자기장을 산출할 수 있고 자기장의 변화가 전류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알아냈다. 맥스웰은 추가적으로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다. 빛은 전자기장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플랑크의 흑체복사 설명에 의해 빛의 입자 이론이 다시 복권된다. 빛은 파동이면서 동시에 입자인 것. 빛이 궁극적으로 광자라는 개별 입자로 이뤄졌다는 앎과 두 슬릿을 통과하여 간섭무늬를 만드는 파동의 양상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까? 


이는 아인슈타인과 보어의 논쟁의 주된 내용이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각각의 입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했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고, 보어는 개별 입자의 경로를 알면 동시에 간섭무늬를 관찰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했다. 현재까지 승리는 보어의 주장이다. 양자역학은 특정한 개별 입자가 어디에 도달할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특정 영역에서 발견될 확률만을 말할 수 있다. 개별 입자 하나가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는 우연에 맡겨진다. 숨은 변수라도 있는 것일까? 숨은 변수가 있다 하더라도 그 속성들은 아주 기묘한 것이어야 한다. 한 입자의 행동이 동일한 시점에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비국소성 문제). 


양자역학에서는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대상에 대해 원인과 결과를 완벽하게 설명하려면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광자와 같은 매우 작은 대상이라면 얼마나 많은 정보가 필요할까? 분명 작은 대상들은 큰 대상보다 더 적은 정보로 서술될 것이다. 계가 점점 작아진다면 그 계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중 슬릿을 통과하는 광자는 매우 적은 정보만을 가진다. 그 정보는 입자가 어느 슬릿을 통과하는지, 아니면 간섭무늬를 만드는지 확정할 수 있다. 어느 것이 확정되든 그 개별입자는 추가 정보를 지닐 수 없다. 순전히 우연적이어야 한다. 이 우연은 우리가 아는 것이 너무 적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우연이다. 개별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연 자체가 전혀 확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보가 양자역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다음 챕터에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우연의 필연성. 양자역학 세계관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은 주관적인 무지를 넘어 객관적 무지를 인정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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