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제 E=mc2을 이해하셨나요? E=mc2은 지구를 벗어나 우주 전체를 휩쓸고 있다. 이 방정식은 별의 탄생에서 사멸까지 우주의 모든 것을 통제한다. E=mc2을 지구의 속박에서 풀어준 사람은 영국의 세실리아 페인이다. 그녀는 태양의 90퍼센트 이상이 수소로 되어 있고 나머지도 대부분 가벼운 헬륨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태양 중심에 가까운 곳에 갇혀서 무거운 물질이 수십만 킬로미터 두께로 짓누르면 수소 핵들은 서로 충분히 가까워지면서 합쳐져 헬륨 원소가 된다. 그리고 수소 핵 네 개가 서로 합쳐질 때마다 그 합은 4가 아닌 약간 모자라는 0.7퍼센트가 포효하는 에너지가 된다. 태양의 부피는 지구의 백만 배쯤이며 태양은 이 막대한 부피에 들어 있는 수소를 연료로 써서 1초에 4백만 톤의 수소를 순수한 에너지로 바꾸어낸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따라 수소 4백만 톤은 매 순간 에너지가 되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숫자 c2이 곱해지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행성과 생명이 의존하고 있는 탄소, 산소, 실리콘을 포함해서 여러 원소를 만들어내는 장치가 필요하다. E=mc2에 의해 헬륨보다 더 복잡한 원소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헬륨 핵을 압축해서 더 큰 원소로 만들려면 높은 온도가 필요하다. 프레드 호일은 원자폭탄의 원리를 천문학에 적용시켜 별의 폭발을 연구했다. 별에서 내파가 일어나면 별의 중심부는 1억 도에 가까워지고 이 온도에선 가벼운 핵을 뭉쳐 무거운 핵뿐만 아니라 산소, 실리콘, 황을 비롯한 다른 원소들도 만들 수 있음을 알아냈다. 별은 상대적으로 뜨겁지 않은 2천만 도에서 수소만을 태우며 만들어진 헬륨이 난로의 재처럼 쌓인다. 수소가 타고 있는 동안 열에 의해 헬륨이 별의 상층부로 밀려나지만 연소가 끝나면 헬륨을 상층부로 밀어낼 수 없어서 별은 안쪽으로 무너지게 된다. 별에서 내파가 일어나 안쪽으로 무너지고 연료가 다 소진되면 더 많은 재가 축적되어 다음 단계가 일어난다. 온도는 계속 올라가고 이 일들이 거듭된다. 수소, 헬륨, 탄소의 순서로 연소가 일어나며 각각의 단계에서 E=mc2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질량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지구가 생성될 때 우주에 떠다니던 부스러기들이 계속 충돌하면서 생긴 열과 함께, 우라늄 등의 무거운 원소에서 나오는 방사능 때문에 지구의 내부는 계속 뜨겁게 유지됐다. E=mc2의 폭발이 거듭되면서 생긴 많은 열로 지표면 아래가 휘어지고 지구의 맨 위층에 대륙이 만들어졌으며 어떤 곳은 지각이 밀려 알프스, 히말라야, 안데스 등으로 부르는 주름이 잡혔다. 지구에 갇힌 대량의 수소는 산소와 결합하여 물이 되었고 지구 내부 깊숙한 곳의 철은 지구의 자전에 떠밀려 출렁거렸다. E=mc2이 끊임없이 작동하면서 생기는 열 때문에 화산이 분출했고 깊은 땅 밑에서 나오는 컨베이어 벨트 같은 역할을 했다. 핵심적인 미량 원소들이 공중에 내뿜어져서 비옥한 흙을 만들었으며 함께 내뿜어진 대량의 이산화탄소는 지표에 온기를 주었다. 그리고 수십억 년을 뛰어넘어, 탄소 원자로 이루어진 움직이는 덩어리들, 바로 우리 인간들이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 또한 E=mc2은 원자폭탄으로, 핵잠수함으로, 고속 입자의 마찰열로 터빈을 돌리는 거대한 발전소로, 암 치료와 우리 주방의 화재감지기로도, 비상구 표시 등에서도 우리 옆에서 지금도 늘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 태양은 거대하지만 영원히 타지 못한다. 앞으로 50억 년 뒤에는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소는 모두 고갈된다. 그런 후 태양의 외곽 층이 부풀어 오르고 태양은 팽창하면서 수성도 금성도 잡아먹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내뿜는 에너지가 약해지면 태양은 줄어들기 시작하고 태양계도 부서질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별은 무겁고 단단한 중심부와 상층부가 충돌해서 폭발할 수 있는데 폭발 뒤 남아있는 중심부에선 어떤 일이 생길까? 그렇다. 우리가 잘 모르지만 알고 있는 그것.. 블랙홀이다. 질량은 자체가 에너지이고 빛이나 압력이 가진 에너지는 그 자체가 질량이다. 찬드라는 에너지와 질량의 관계를 통찰하면서 블랙홀의 개념을 구체화했다. 60억 년 뒤 연료가 떨어진 태양으로부터 지구는 풀려나고 날아다니다가 어디선가 마침내 거대한 충돌이 일어날 것이다. 지구가 우리 은하의 안쪽으로 향하면 수천만 년 안에 은하 중심부의 거대한 블랙홀에 흡수된다. 지금부터 1018년 뒤에, 은하의 별들도 이러한 충돌 때문에 사라지고 은하 중심부의 블랙홀은 천천히 이동하면서 다른 물체들을 만날 때마다 질량과 에너지를 빨아들인다. 1032년 뒤에는 양성자 자체가 붕괴되기 시작하고 보통의 물질은 아주 조금만 남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음의 전하를 띤 전자와 반물질인 양전하, 뉴트리노와 그래비톤과 함께 부풀어 오른 블랙홀이 있을 것이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블랙홀도 증발할 수 있다. 그때 블랙홀이 삼킨 모든 것이 다시 나온다. 나온 그것들의 모습은 동등한 양의 전자기파로 나오게 된다. 태양이 생기기 오래전인 창조의 순간에 우주는 엄청난 밀도로 농축되어 있었다. 밀도가 높다는 것은 전자기파가 E에서 m쪽으로 ‘밀려갔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낯익은 보통의 물질은 순수한 에너지에서 나왔고 이것들이 궁극적으로 우리가 아는 항성과 행성과 생명을 만들었다. 종말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모든 것이 훨씬 더 퍼져 있고, 훨씬 더 번져 있다. 이제 질량과 에너지가 서로 변환되는 일은 매우 드물어지며 거대한 침묵과 함께 E=mc2 의 역할도 이제 끝난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탄생시키고 바꾸었으며 소멸시킨 저 짧고 간결한 방정식을 이제 이해했냐고 말할 수 있느냐고? 글쎄.. 난 아직도 아닌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