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과학읽기] 어중간계에서 어중간한 존재로 살아가는 법 <고양이와 물리학>1장2023-08-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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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물리학> 1장 물리학 발제 _ 아라차


어중간계에서 어중간한 존재로 살아가는 법 


미시와 거시의 간극을 논하겠다는 이 책의 저자는 물리학이 다루는 법칙들을 논하며 “양자물리학자들이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만 있다면 여러분의 간극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요상한 선언을 하고 있다. 여기서 여러분은 화학자, 생물학자, 심리학자, 경제학자 등의 전문가들이다. 


어떤 분야에서건 일정 규모에서 통하던 법칙이나 이론이 그 규모를 벗어나면 통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집단 차원에서 해결되는 문제도 개인 각각에 적용하면 통하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나 과연 물리학 분야에서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의 어긋남을 해결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깔끔하게 문제가 해결될까. 농담섞인 선언이지만 의미심장하기는 하다. 우리가 놓여있는 이 물질 세계는 현재 근본부터 어긋나 있고, 세계를 설명할 수 있는 통일이론의 발견은 100년 전부터 부침을 겪고 있다. 어중간계(?)에 놓인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의심을 놓지 못하는 입장에서, 어쨌든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 본다. 일단 물리학부터. 


우리는 현재 전자와 쿼크의 시대를 살고 있다.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원자의 시대를 지나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또 양성자는 업쿼크와 다운쿼크로 나뉜다. 이는 물질의 미시세계를 확대해주는 현미경과 거대강입자충돌기의 발명으로 가능해졌다. 거시세계는 어떤가. 분자들의 집합체인 물질의 세계는 지구와 태양계로 확대되고, 나아가 무인 우주 망원경은 우리 은하를 넘어 129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별과 은하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 모든 것이 138억 년 전 한 번의 빅뱅으로 시작되었고 그 폭발의 여파와 팽창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원자 속으로 들어가는 미시 세계 탐구와 우주로 확대되는 거시 세계의 탐구를 획기적으로 확장해 준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는 기체의 집단 운동 법칙을 다루는 열역학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브라운 운동의 원리와 광전효과를 알아냈다. 이는 원자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론이었으며, 나아가 원자 속 입자들이 에너지 덩어리인 양자 상태로 존재한다는 양자역학의 증거가 되었다. 


우주의 네 가지 근본 힘인 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력 중에 전자기력, 약력, 강력은 원자 내부를 다루는 양자적 움직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력이 문제다. 중력은 뉴턴 역학으로 성립된 이후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좀 더 정확한 설명이 가능해졌다. 텅 빈 공간 안에 놓인 물질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있다는 뉴턴의 설명은 한계에 부딪혔고, 물질이 질량에 따라 곡률을 만들며 공간을 형성하게 된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더 많은 현상을 올바르게 설명해 준다. 그러나 양자역학과 중력을 다루는 일반상대성이론은 하나의 수학 공식으로 합쳐지지 않는다. 중력을 다른 세 가지 힘처럼 양자화하는 방식은 수많은 오류를 낳는다. 


저자는 물리학에서의 마이크로와 매크로의 통합, 즉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의 통합을 위한 가설로 나아간다. 핵심에는 열역학과 정보 이론이 있다. 이 이론들은 모두 확률과 무작위성에 근거하고 있다. 저자는 2022년 노벨물리학상이 선택한 ‘양자얽힘’, 엔트로피와 면적 사이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홀로그래피’ 원리를 활용하고자 한다. 세상이 모두 정보로 이뤄져 있다면, 중력도 정보로 설명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저자의 가설이다. 1995년 데드 제이콥슨은 중력이 세상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힘이 아니라 열역학이 만들어낸 일종의 양자 소음에 불과하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폴 데이비스와 빌 언루의 온도와 가속도 이론도 저자의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저자가 발을 딛고 있는 열역학은 에너지는 항상 보존되고(열역학1법칙),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열역학2법칙)는 법칙을 기본으로 한다. 열역학은 양자역학을 거치면서도 버려지지 않고 세상을 설명하는 맞는 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열역학은 세상을 설명하는 옳은 방법은 확률과 엔트로피 증가라고 말한다. 열역학 원리는 기본적으로 정보 이론이자 메타이론이다. 양자역학이나 일반상대성 이론보다 더 근본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저자는 열역학에서 영감은 받은 물리학 공식들이 결실을 본다면 우리는 새로운 확실성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우주의 탄생과 구조, 화학과 생물의 문제까지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 낙관하면서 말이다. 음...


열역학 법칙과 양자중력이론을 연결하여 대통일이론을 만들려는 과학자들의 야심이 엿보인다. 응원하면서도 어중간계(?)에 사는 존재로서의 한계에 대해서도 숙고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일정 규모에서 발견되는 현상이 그 규모를 넘어서면 달라보일 수밖에 없다. 다른 차원의 존재가 이 차원의 존재와 똑같은 세상을 마주할 수는 없다. 규모를 넘어서도 통하는 단 하나의 이론을 구현해내겠다는 웅장한 포부에 늘 놀란다. 그럼에도 정보이론과 홀로그래피 이론의 실질적 형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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