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 관한 질문들》 2부 국가에 대한 지식들과 실천들 이 책의 2부는 정치철학이 경제학과 사회학을 마주치면서 변화되는 과정을 다룬다. 정치철학은 이 과정에서 위상과 역할, 목표가 변화한다. 먼저 1장에서는 경제와 정치의 만남 안에서 자유주의 국가 패러다임이 거론된다. 경제적 자유주의는 정치적 자유주의로부터 기원하지 않았으며, ‘관방학’(또는 행정학)이나 ‘내치학’이라 부를 담론들 안에서 나타났다. 새로운 통치 합리성과 함께 출현한 정치경제학은 이전과 다른 국가 목표를 제시한다. 정치경제학의 발전에서 중요한 문제는 내치police이다. 내치에는 구성원들의 안전이나 질서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과 복지, 국가 역량 전체가 포함된다. 정치경제학과 함께 주권에 대한 논의는 대상과 목적, 도구가 모두 변화한다. 정치경제학에서 주체들은 부유해지기 위한 자유(경제적 자유)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여기서 개인의 자유와 군주의 권리는 충돌하지 않으며, ‘내치’를 잘 수행한다면 군주의 권리는 오히려 강화된다. ‘내치’를 통한 구성원들의 행복은 공권력을 제한하거나 강화하는 방식 모두에 사용될 수 있다. 자유주의는 내치의 양가성 안에서 복지국가의 반작용으로 출현하며, 법을 도구 삼아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원리를 제공한다. 프랑스 혁명기에 혁명을 종결하기 위한 사유는 국가의 합리성 안에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원리마저 끌어들인다. 이런 제한과 수정은 국가의 합리성을 강화하고 보장하며, 정치경제학을 새로운 통치방식으로 주목받게 한다. 새롭게 도입된 국가 합리성 안에서 피통치자들의 독립성은 경제적 시장 법칙에 국가가 개입하는 일이 유효한가 아니면 무효한가, 하는 기준에 따라 변화한다. 국가 전체의 합리성, 곧 효용성이 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는데, 효용성은 계산과 합리성의 요소이다. 정치적 합리성에 대한 복잡한 논의는 동일한 척도를 통한 동일한 합리성 안에서 효용 계산의 차원으로 수렴된다. 이때 외교와 군사적 문제도 교역과 상업의 문제로 대체된다. 혁명으로 인한 경제적 변화는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확대된다. 자유주의자들이 정치경제학을 국가 개입 제한 원리로 보았다면, 생-시몽은 이를 사회질서 조직의 개입 원리로 파악한다.(169쪽) 이와 관련된 논의들은 점점 사적 소유를 비판하는 사회주의적 견해로 나아간다. 바자르는 중앙집중적 계획 경제의 관점을 주장하면서 계급을 정치적 특권의 문제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차원으로 이동시킨다. 통치는 점점 정치 문제에서 경제 문제로 나아가고,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등으로 등장한 “통제경제”에 대한 비판도 활발해진다. 신자유주의는 이런 국면에서 탄생한다.(178쪽) 흥미로운 점은 통제경제에 대한 비판 역시 통제의 불확실성이나 낮은 효용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점이다.(하이에크) 결국 경제적 탈중앙집중화는 계획의 무효화가 아닌 새로운 조절 메커니즘을 목표로 하게 된다. 국가는 시장의 조절을 망치는 반-경쟁 메커니즘 축소에 집중한다.
다음으로 정치는 스스로 사회에 대한 과학이라 주장하는 사회학과 만나면서 다시 정치 자체를 재구성한다. 사회학은 혁명을 종결하는 문제에 더 집중하며, 정치를 사회 조직화와 관련된 실천의 문제로 접근한다. 콩트는 정치경제학을 혁명기의 낡은 문제로 치부하며, 정치에서 사회학의 영역을 확장한다. 귀르켐은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학을 제도화하면서 국가를 정당성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집단적이고 실천적인 표상들로 그려낸다. 정당성 문제가 유보되면서 국가는 절대적 주도권과 멀어지지만, 국가장치라는 사변적 개념 속에서 더 필연적인 존재가 된다. 국가는 일종의 효과에 불과하지만, 개인들의 삶 속으로 점점 침투한다. 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존재가 아니라 개인이 다른 개인으로부터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로 이해된다. 이제 개인은 ‘사회적’ 개인이며, 개인성은 사회적 연대 구조들이 지니는 기능으로 나타난다.(215쪽) 뒤르켐은 ‘모든 사회는 독재적이다’라고 말한다.(217쪽) 집단이 개인을 키우는 상황에서 개인은 집단이 원하는 것을 원하게 되며. 이를 의식하고 저항하려는 개인주의적 열망도 나타날 수 없다. 국가는 조절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의 다양한 집단들 외부에 있는 기관으로서 이를 해결할 주체로 등장한다. 뒤르켐에게 개인은 국가의 산물이며, 국가가 강해질수록 개인도 존중받는다. 국가는 개인과 갈등하는 존재가 아니라 갈등을 중재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사회학은 국가를 다시 규정하면서 사회학의 영역을 만들어간다. 정치에서는 경제학과 사회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관료주의라는 중요한 현상이 나타난다. 관료주의는 국가의 근대적 행정관리 형태 속에서 국가권력을 분석한다. 또 사회의 국가화와 국가의 사회화라는 이중 문제를 자본주의 합리성과 연관 지어 제기한다.(233쪽) 이 문제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상 모두와 관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