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희망] 3장 과학의 혈류 2022-07-01 라라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은 순수할 수가 없다. 과학은 존재(인간과 비인간)와 그 존재를 포함하는 시대와 환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과학을 바라보는 관점은 과학 분과와 그것이 속한 사회(또는 맥락)에 따라 이해해왔다. 지금은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혈액순환(체순환, 폐순환)은 윌리엄하비((1578~1657)가 발견했다. 하비의 발견 이전에는 혈액은 음식물이 위, 장을 통해 만들어져 온몸에 퍼져 영양분으로 사용된다는 갈레노스(129~199)의 주장을 따르고 있었다. 하비는 그 많은 양의 피가 매일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것을 믿을 수 없었고 실험을 통해 피의 흐름을 확인하였다. 하비는 누구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계속된 실험을 통해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 라투르 또한 지금까지의 과학학과는 다른 개념(이론)을 알리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과학학은 과학적 사실에 ‘사회적 설명’을 덧붙이는 방식이었다. 또는 순수한 과학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전자는 외재론자라고 부르는데 맥락(context-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환경)에 초점을 둔다. 후자는 내재론자라고 부르는데 과학의 내용(content)에 중점을 둔다. 환경은 과학의 발전을 방해할 수도 지지할 수 있지만 과학의 내용 자체를 구성하거나 만들 수 없다.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과학학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지만 저자는 졸리오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과학학이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졸리오는 사회적인 고려들과 과학적인 고려들은 더욱더 친밀하게 번역할 뿐만 아니라 인식론적 질문(세계에 대한 우리의 재현은 어떠한가?)과 존재론적 질문(세계는 실제로 어떤가?)을 매일 더 완전하게 뒤섞는다. ‘번역 모델’이라고 불리는 과학학의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번역 모델에서 과학학은 완전히 재배열된다. 연속적인 번역의 연쇄가 한쪽 끝의 개방적 자원들(신문에서 읽는 것에 가까운-대중교양서?)과 다른 쪽의 비전적인 자원들(대학 교과서에서 읽는 것에 더 가까운-대학교재, 전공서적)을 포함한다. 둘 사이에서 동일한 설명이 양쪽 방향에서 번역된다. *번역(translation)은 근대주의의 합의(settlement)를 종횡무진 가로지는 용어다. 언어적이고 물질적인 함축을 볼 때, 이것은 다른 행위자를 통해서 일어나는 모든 변위를 가리키는데, 어떠한 행위의 발생을 위해서는 이 다른 행위자의 매개가 필수적이다. 맥락과 내용간의 엄격한 대립 속에서 번역의 연쇄는 행위자가 그들의 다양하고 역설적인 관심들을 변형하고, 옮기고, 번역하는 것을 통한 작업을 가리킨다. 새로운 과학학에서는 과학자가 설득을 위해 고안한 인간과 비인간의 놀라운 혼합을 따라가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과학적 사실을 제시한 진술이 확신의 단계로 가려면 다른 이들을 차례차례 설득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회의적이고 훈련되지 않았고 심지어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설득해야한다. 하지만 과학자를 오직 인간에게만 말하는 존재로 묘사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연구에서 다루는 것은 정확히 인간이 아니라 이상한 잡종이기 때문이다. 과학자가 말하는 진실성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많은 사람의 발화 행위를 변경하고 제한하면서 수많은 변형과 번역을 거쳐간 순환하는 지시체에 의해 제공된 안전성에서 나온다. 비인간의 친밀한 연결을 위해 권력을 다하기 때문에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다. 더 연결된 과학일수록 더욱 정확해진다고 보는 과학학의 관점이다. 일상적인 제도화에서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 지식을 변형하고 그 지식들의 연결에 있어서 안전성을 보장하면 비인간에 대해 소통(접속)하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하고 설득하려는 능력은 커질 수 있다. 과학학에서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연관되지 않았던 요소들이 이질적으로 조합하여 동일한 집합체에서 같은 운명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조합된 집합체 전체가 어떻게 순환하느냐에 따라 과학은 진실 혹은 거짓이 된다. 과학학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를 위해서 특정 분과로 나누어 설명해 본다면 다섯 가지 회로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한다. 다섯 가지 활동들을 기기, 동료, 동맹, 대중 그리고 연결(또는 매듭)이라고 부를 것이다. 개념이라는 말 대신 연결, 매듭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많은 역사적 사건(짐)이 따라오기 때문이다. 각각의 활동들은 다르고 각각 중요하다. 활동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 새로운 순환적 활동을 만든다. 각각의 회로를 살펴보면 먼저 세계 동원하기는 비인간이 점진적으로 담론에 쌓아지도록 하는 모든 수단을 말한다. 최소 2차 세계대전 전에 거대과학의 역사를 구성해왔던 기기와 주요장치를 말한다. 300년 또는 400년 동안 세계에 보내진 탐사를 말한다. 사회나 경제의 상태에 정보를 모았던 설문과 같은 서베이를 의미한다. 이 회로에서는 탐사와 서베이를 다루는데 기기장치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동원된 객체가 모이고 포함되는 장소도 다룬다. 과학자는 객체 주변을 맴도는 것이 아니라 객체를 자신의 주위로 움직이게 한다. 이러한 동원을 통해 세계를 불변하고 결합 가능한 가동물로 변형시키는 역사를 쓰게 된다. *설문조사(Survey)란 미리 구조화되어 있는 설문지나 면접을 통하여 사회현상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다. 서베이의 목적은 어떤 모집단을 대표할 것이라고 추정되는 대규모 응답자들을 통하여 정보를 구하는데 있다. -위키백과- *불변의 가동물(immutable mobiles)란 여러 행위자들 사이에서 맥락을 변형하고 의미를 응축시키는데 중심적 역할을 하는 행위자이다. 네트워크 상에서 먼거리를 쉽게 돌아다니며 지배력을 유지시키는데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 뉴노멀 시대의 한반도 경제에서 발췌- 순환계의 두 번째 회로는 자율화(autonomization)이다. 과학자나 연구자들이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분과의 충돌이 과학발달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동료 집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조직, 자원, 규정, 규제는 반드시 존재해야한다. 획득한 데이터의 균일한 흐름만큼 논쟁의 해결책을 위해서 제도는 필수적이다. 세 번째 회로는 동맹(alliance)이다. 동맹이 없다면 어떤 기구도 발달될 수 없고 분과도 자율적일 수 없다. 새로운 제도 또한 만들 수 없다. 과학 작업을 발전시키려면 자원과 재능을 갖춘 집단이 동원되어야한다. 과학의 정보가 수많은 동맹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을 때 일탈운동(창발?)은 창조된다. 사회적이고 물질적 세계도 마찬가지이다. 네 번째 회로는 대중적 재현이다. 새로운 대상을 집합체로 만드는 대규모의 사회화가 요구된다. 이 회로는 다른 회로에 필요한 능력과 관련이 없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과학자에게 요구한다. 이 회로는 다른 세 개의 회로로부터 단순히 흐르는 것이 아니라 과학자들이 연구 대상을 대하는 전제조건의 대부분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대중적 재현에 대한 우리의 감성은 더욱더 민감해져야한다. 다섯 번째 회로는 연결과 매듭이다. ‘개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매듭은 수많은 이질적인 자원들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인체의 순환계에서 심장과 혈관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순환하는 흐름으로 이해되는 것처럼 과학학의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다섯 번째 회로가 없다면 다른 네 개의 회로들이 차례로 죽어갈 것이다. 세계는 동원가능하지 않게되고 동료들은 사라지고 동맹들은 흥미를 잃고 그러한 표현은 대중들의 관심도 사라지게 된다. 과학의 개념적 내용의 중심성(연결과 매듭)을 이해하려 노력할 때 과학학은 풍부한 혈관(나머지 네 가지 회로)에 산소를 공급하는 폐세포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과학학은 집합체 전체의 혈관을 다루는 것이다.
다섯 가지의 회로들이 동시에 고려될 때 과학은 견고함을 얻고 우리는 실재론을 얻을 수 있다. 더 연결된 과학이 더 튼튼하다. 그런데 만약 원인 개념적 차원의 매듭이 나머지 회로로부터 삭제된다면 중심회로는 핵으로 변형이 될 것이다. 또 분리된 4가지 회로가 다시 연결될 때 다시 내핵(과학적 정의)과 (사회적)맥락으로 분리될 것이다. 흐름,표류,미끄러짐,번역,치환의 과학학은 사회라는 개념을 포기해야 다섯 회로로 순환하는 풍부한 혈관화을 가진 과학학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