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푸코세미나 후기 <성의 역사 1권> _에세이_조유진 20191222 

 푸코의 <성의 역사>는 생에 처음으로 읽는 철학서다. 철학책답게 어려웠고(반장님은 정말 쉽게 쓰인 철학책이라고 했다), 하나도 선정적이지 않아서 분했다. 나는 1권이 제일 어려웠지만 제일 재미있었기 때문에 1권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는 초반부에 성이 억압되었다는 통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성이 억압당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과연 억압이 성의 역사의 전부이냐는 것이다.

 통념과 달리 성이 억압되었다고 말하는 시기에 오히려 성 담론의 폭발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기독교 내의 고백전통과 관련이 있다. 그때 당시에는 지어서라도 고백해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나온다. 금지, 검열, 부인이 확실히 우리 사회에서 권력이 일반적으로 행사되는 양상인가?

 18세기 권력 메커니즘에서 성 담론이 중심이 되었으므로 이 질문은 중요하다.

"권력이 쾌락을 에워싸는 형태가 되자, 권력은 더욱 관능적으로 행사되면서 쾌락과 연결되었다." -본문 중

18세기가 되고 성은 의학, 교육학, 정신의학, 사법 등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고, 권력 메커니즘은 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게 작동하게 되었다.

 <성의 역사 1권>에는 성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한 개도 없다. 왜냐하면 푸코는 성이 허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엔 '성'이라는 글자가 많아서 그렇지, 사실 권력 메커니즘에 대한 묘사가 대부분이었다. 절반의 반 정도 이해해서 더 이상의 설명은 못 하겠다.

 이 책에서 푸코는 프로이트를 많이 비꼰다. 푸코는 무엇이 (있지도 않은) 성을 그토록 중요하게 만들었는지 이유를 밝히려 하는데, 그 중심에 정신분석이 있다. 그래서 그렇게 욕한 것 같다.

 솔직히 읽는 내내 속상했다. 그가 현대 정신치료에 대한 회의적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3년 넘게 상담을 받은 입장에서 좀 뻘쭘하기도 했다.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푸코의 말이 다 맞아서 나는 입만 삐죽거렸다. 똑똑한데 말까지 밉게 해서 진짜 재수 없었다.

 고민에 빠졌다. 푸코가 맞다면? 성이 거짓말이고 프로이트가 진짜 사기라면? 갑자기 풍선을 딛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내 3년은 뭐가 되는 거지?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무엇이지? 나는 왜 상담을 받는 것일까? 자꾸만 자문하게 되었다.

 경제성이 중요한 세계에서는 경제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다른 말로 건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소리다. 성치 못한 영혼은 쉽게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성치 않으면 성치 않은 대로 살아있는 것이 힘든 세상이다.

 그래서 아픈 걸 들키는 순간 우리는 닦달당한다. 너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내게 말해보라고. 나도 그래 봐서 안다고. 가족들, 친구들, 동료들은 진심을 담아 듣고 위로해줄 것이다.

 하지만 진심은 때로 사람을 난도질한다. 백날 진심으로 조언해봤자 그건 니 진심일 뿐이다.

 건강해지라는 닦달도, 판단이나 자기 투영도 없는 공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남들의 닦달과 판단에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기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스스로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했다. 여기에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것은 혼자서는 힘들었다. 홀로 쓰는 이야기처럼 분별력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객관성을 유지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상대가 내게는 상담자였다. 그리고 이 상담의 뿌리에는 프로이트가 있다.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머리를 부여잡고 세미나 회원들에게 물어봤다. 이런 것도 같고 저런 것도 같다고. 횡설수설했다. 그러다 울었다. 혀 깨물고 죽고 싶을 만큼 창피한 기억이다.

"철학에 답은 없어요. 삶의 무기로 만드는 거지, 이걸로 자기를 괴롭힐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울고 있을 때 들었던 이야기다. 뒤통수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있지도 않은 정답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상담에서 발견한 바가, 혹은 철학이 말하는 것이 내가 이용해야 할 도구일 뿐이라는 걸 몰랐다. 판단에서 멀어지려 택한 선택지들 속에서 판단을 하는 꼴이라니.

 여전히 푸코의 프로이트 돌려까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거기에서 헤어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이제 다른 걸 생각하려고.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어떻게 푸코를 내 삶에 써먹을지 궁리하는 것 말이다. 물론 그러기에 나는 푸코를 너무 모른다. 알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기회가 되면 푸코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

 철학책에 마음이 들끓을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신기했다.

 즐거운 세미나였다. 다음 해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