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럽고 불평등한 코스모스] 12장 식민주의 과학과 마우나케아의 교훈 2023. 11. 14 걷는이 마젤란 망원경이 있는 칠레의 천문대를 방문한 후 저자는 자신 또한 망원경 건설을 위해 원주민에게 폭력을 가하는 전문가 집단의 일원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스스로 물었다. “내가 과학에서 고통을 받고, 타인까지 고통에 빠뜨린다면 과학에 무슨 의미와 소용이 있겠는가?” 저자는 하와이 마우나케아에 새로 지어진 천문대의 망원경 기술자 일자리 제안을 거절했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그 망원경 건설은 우주를 이해하려는 탐구 과정에서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처음부터 그 시설에 대한 하와이 원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존재했으나 무시당했다. 망원경 건설이 자금을 지원받는 것은 군사적 목적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과학은 자본주의 기업의 식민주의와 지적 노동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과학은 사회와 분리된 진공 상태에서 나오지 않는다. 한때 천문학자들은 정확한 거리를 측정하여 노예와 상품을 더 빠르게 나를 수 있도록 아이티에서 일식을 관측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오늘날에는 군사 기술인 적응 광학을 개발하기 위한 자금을 지원받는다. 천문학의 식민주의적 유산이 유럽에서 아이티로, 하와이로 이어졌다. 이전의 어떤 망원경보다 산을 더 영구적으로 파괴할 마우나케아의 열네 번째 망원경이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진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30미터 망원경 건설을 중단하기 위한 ‘우리는 마우나케아’ 운동은 반식민지 문화 부흥사업에서 비롯했다. 서구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는 과학과 함께 해왔다. 식민주의는 단지 땅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문화와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언어와 역사의 부정은 식민지 사업의 본질적인 특징이며, 원주민들이 스스로 대항하고 종식할 힘이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과학을 비롯해 탈식민지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핵심은 정착형 식민주의를 근절하는 것이다. 정착형 식민주의, 세계화, 제국주의가 만들어낸 뒤섞인 공동체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현재의 권력 배치와 우리의 관계는 바꿀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과학을 하는 의미에 대한 질문은 과학과 권력의 관계를 묻는 것이다. 권력이 과학의 핵심인가? 무엇에 대한 권력이며, 누구에 대한 권력인가? 저자는 이제 권력을 중심으로 조직화 되지 않은 경험적 실천으로서의 과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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