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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푸코] 성의 역사1 ::4장 성생활의 장치 발제2019-10-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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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성생활의 장치


디드로의 소설에서 정령 퀴퀴파는 조그마한 은반지를 호기심 많은 술탄에게 선사한다. 반지에 박힌 보석을 뒤집으면 여자의 성기가 말을 한다. 이 기적의 반지. 어떤 이의 손가락에 이 반지가 끼어져 있고, 그것에 의해 어떤 권력작용이 허용되었는지 보라. 타인이 말하게 할 때는 그토록 입이 가벼우면서도 그 자체의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벙어리가 되는 이 보석에 관해 말할 필요가 있다. 즉, 진실을 지향한다는 이 의지, 성을 번쩍거리게 하는 이 지식의 요청에 관한 역사를 기술할 필요가 있다. 


  1. 쟁점

권력의 이론이 아닌 권력의 분석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때의 분석론은 권력의 어떤 표상에서 벗어나는 조건에서만 성립 가능하다. 이 표상들은 부정적 관계, 규범의 심급, 금기의 순환, 검열의 논리, 장치의 단일성 등의 특징을 갖는다. 시대와 목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표상은 여전히 군주제에 사로잡혀 있다. 권력은 법적인 형태로 도식화되고, 권력의 효과는 복종으로 규정된다. 지배, 복종, 예속화의 모든 방식이 결국 준법 효과로 귀착된다. 

성과 권력의 관계에 관한 분석에서도 표상이 작용한다. 욕망이 이것이건 저것이건, 계속해서 욕망을 법적이고 담론적인 권력, 즉 법의 언술에 중심점이 있는 권력과 관련하여 이해한다. 푸코는 법을 모델과 코드로 간주하지 않을 권력의 분석론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권력의 법적이고 부정적인 표상을 벗어던지려고 시도하자고, 법, 금기, 자유, 주권의 관점에서 권력에 관해 사유하기를 단념하자는 것이 푸코의 주장이다. 권력에 관한 또 다른 이론을 설정함으로써 역사 해독의 또 다른 격자를 마련하고, 권력에 대한 또 다른 이해방식 쪽으로 나아가보자는 것이다.


2. 방법

억압이나 법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권력의 관점에서 성에 관한 어떤 유형의 지식이 형성된 과정을 분석해야 한다. 그 전에 먼저 ‘권력’이란 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푸코가 보기에 권력은 우선 작용영역에 내재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다수의 세력관계, 끊임없는 투쟁과 대결을 통해 다수의 세력관계를 변화시키고 강화하고 뒤집는 게임이다. 권력은 도처에 있는데, 이는 권력이 모든 것을 포괄하기 때문이 아니라 권력이 도처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권력은 제도도 아니고, 구조도 아니며, 몇몇 사람이 부여받았다고 하는 어떤 역량도 아니다. 권력은 어느 주어진 사회의 복잡한 전략적 상황에 부여되는 이름이다. 저항은 권력 관계의 다른 항이고, 요지부동의 맞은편으로서 권력관계에 편입된다.

바로 이 세력관계의 영역에서 권력의 메커니즘을 분석하려고 시도해야 한다는 것. 군주라는 인물에 기대지 않고 세력관계에 내재하는 전략으로부터 권력 메커니즘을 해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 문제와 관련된 담론 역시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국지적인 권력관계에서 봐야 할 것이고, 성에 관한 담론의 풍부한 생산을 다양하고 유동적인 권력관계의 장으로 봐야 할 것이다. 



3. 영역

근대의 서양사회는 혼인관계의 장치와 겹치고 혼인관계의 장치와 단절되지 않으면서 이 장치의 중요성을 축소하는 데 일조한 새로운 장치를 고안하여 배치했다. 그것이 바로 ‘성생활의 장치’이다. 혼인관계의 장치는 허용된 것과 금지된 것, 규정된 것과 비합법적인 것을 확정하는 규범체계를 중심으로 구축되고, 성생활의 장치는 유동적이고 다형적인 권력의 기술에 따라 작동한다. 고해의 실천, 그다음으로 자기 성찰과 영성 지도의 실천은 성생활의 장치를 형성하는 핵심이었다. 성생활은 끊임없이 가족제도와 관련하여 가족제도에 기대면서 작용했다. 어린이에 대한 성적 특성의 부여, 여성의 히스테리화, 성도착자들의 범주별 명시, 인구의 조절 등 모든 전략은 성생활의 장치가 확장되는 과정이었다. 이 가운데 정신분석이 혼인관계의 제도 안에서 성생활의 장치가 고정되는 현상을 뒷받침했다. 


4. 시대구분

18세기 말부터 죄의 주제와는 무관한 새로운 성의 기술이 출현했다. 성의 기술은 교육학, 의학, 인구통계학의 영역에서 특권화되면서 의료제도, 정상성의 요구, 생명과 질병의 문제로 배치된다. 유전분석과 정신분석 역시 답습과 대립의 양상을 보이며 발달했으며 성의 기술을 급증하게 하는 장치로 역할했다. 

억압의 근거로 노동력 착취를 얘기하기도 하지만 푸코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부르주아나 귀족 가족이 성이 정신의학의 영역으로 편입되는 현장이라고 본다. 부르주아 또는 귀족 가족이 가장 먼저 공포를 느끼고 방책을 찾아내고 무수한 담론을 쏟아내면서 성적 과민증에 빠져들었다. 부르주아지에게 성생활의 장치는 패권 유지의 수단이었다. 반면에 서민층은 오랫동안 성생활의 장치와 무관했다. 그들의 건강, 성, 생식이 문제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갈등, 경제적으로 긴급한 사태, 통제의 기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성생활의 장치는 도처에서 동일한 형태를 띠지도, 동일한 수단을 활용하지도 않았다.  


5. 덧붙임

억압의 이론은 성생활의 장치가 확산되는 과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억압의 이론은 모든 성생활이 법을 따라야 한다는, 법에 예속시키는 성생활만을 영위하라는 원칙을 세움으로써 정당화되고, 사회 계급에 따른 금기의 차별적 적용을 통해 전반적으로 확산되었다. 정신분석은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적으로 수행했다. 


*기적의 보석 반지로부터 형성된 담론은 권력을 생성했다. 끊임없이 억압되었다고 말하는 권력, 억압되었기 때문에 해방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항인 것처럼 보이는 권력. 동시적 상대적으로 존재하는 세력 관계의 일면을 성 생활의 장치를 통해 엿볼 수 있다. 푸코는 대세 담론이라 말해지는 것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보는 다른 시각, 권력의 억압적 측면이 아닌 생산적 측면에 대한 고찰, 그리고 그에 따라 달라지는 권력의 계보학의 한 줄기 혹은 다양한 줄기를 보여주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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