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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서양철학사] 지식의 기원: 개념인가, 경험인가2021-03-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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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서양철학사_10,11,12장 발제.hwp (30.5KB)

《서양철학사1》 제10장 체계로서의 합리주의, 제11장 로크-계몽과 평등, 제12장 경험주의와 인식비판

 

자연과학의 발전은 진보에 대한 믿음을 불러왔고, 이 믿음이 계몽주의로 연결된다. 계몽주의에 큰 영향을 끼친 철학적 사조로 크게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를 들 수 있다. 합리주의는 데카르트에서 스피노자를 거쳐 라이프니츠로 이어지고, 경험주의는 합리주의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다. 자연과학의 발전은 지식의 기원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설명을 요구했다. 지식은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가? 17세기와 18세기 철학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는 바로 지식의 기원이었다.

 

합리주의자들은 개념으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념을 통한 지식 획득이 가능하려면 이성적 직관이 필요하다. 합리주의자들은 이성적 직관의 존재를 긍정하면서도, 이성적 직관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견해는 조금씩 달랐다. 합리주의자들에 대한 경험주의자들의 비판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바로 이성적 직관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만 지식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험주의자들의 이런 주장은 경험을 통해 검증되지 않고 이성적 직관을 통해서만 가능한 주장이므로, 자신들의 주장과 모순된다.

 

합리주의자들 -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스피노자는 이 세계를 하나의 체계로 이해했다. 신과 자연은 오직 하나의 실체로 세계를 구성한다. 신은 하나이자 무한하지만 그 자체로 자연이므로, 유일신의 개념보다는 범신론에 가까워진다. 스피노자의 실체는 하나의 체계 속에서 무한한 방식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는 연장(신체)과 사유(정신)의 두 속성으로만 실체를 인식할 수 있다. 이 속성들은 동등하며, 개별사물들은 각각의 모디Modi(양상 혹은 양태)로만 나타난다. 스피노자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의 실체에서 나온 각각의 모디일 뿐이다. 스피노자에게 인식은 이 세계의 체계와 우리가 맺는 관계를 이해하는 문제이다. 스피노자의 윤리학 역시 총체성과 실체에 대한 이해와 같다.

 

은둔자 스피노자와 달리 라이프니츠는 여러 군주들과 교류했다. 라이프니츠는 자연과학에 심취한 동시에 신의 변호자를 자처하기도 한다. 라이프니츠에게 세계는 표면상 기계론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목적론적으로 이해된다. 사물의 본질은 힘이며, 개별사물들은 이 힘의 중심이자 분할 불가능한 기본 요소인 모나드(단자)들로 구성된다. 신은 이 단자들의 움직임을 계획하고 보장하는 보편적 엔지니어이다. 라이프니츠에게는 신도 관여할 수 없는 필연성의 영역이 존재하며, 신은 다만 이 세계를 최선의 상태로 조합할 뿐이다. 이 세계에서 인간은 개별화되지만, 이 개인이나 개인의 힘이 가시화되지는 않으며 개념상의 개인으로 남을 뿐이다.

 

로크

자연과학의 영향을 받은 로크는 인식비판과 언어분석에 관심을 가진다. 철학자들이 자연과학자들처럼 작업해야 한다고 본 로크는 지식에 대한 비판적 검증이 개념에 대한 검사를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경험주의자들은 개념에 대한 통찰이 반드시 실재에 대한 통찰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합리주의자들을 비판한다. 로크의 회의는 우리가 가진 지식을 점차적이고 비판적으로 개선하는 항구적 회의의 태도에 가깝다. 모호함이 심오한 지혜로 오해되는 철학적 언어의 오용을 비판하며, 언어의 명료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로크는 지성적 자유와 관용, 비독단적이고 개방적인 태도의 토론을 통해 진리 추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로크의 사상적 배경에는 자본주의 및 시민계급의 성장과 영국의 명예혁명(입헌군주제)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로크의 철학은 온건한 경험주의와 합리주의의 태도를 모두 취하면서, 모호하게 보이는 지점이 있다. 이런 모호성은 당시 사회의 모호성과 관련이 깊다. 로크는 입헌통치를 옹호하면서, 국가를 계약의 산물로 본다. 로크에게 평등과 자유는 자기 신체와 신체의 노동으로 얻은 재산을 처분할 권리와 직결된다. 국가의 주요한 기능도 이 사유재산의 보호이다. 통치자의 권력을 제한하면서 절대주의로부터 시민을 방어한다는 로크의 사상은 이후 프랑스(혁명)와 미국(독립)의 정치상황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물론 로크가 부각시킨 ‘계약’의 주체로서 ‘개인’에는 재산을 소유한 성인 남성만 해당되었다. 물질적 불평등에 대한 로크의 옹호는 당시 영국의 상황(제국주의)에 대한 옹호로도 이어진다.

 

버클리와 흄

버클리는 로크의 온건한 경험주의를 비판하면서 상식과 기독교 신앙을 조화시키려 한다. 버클리에게 물질(철학적 물질 개념)은 존재하지 않으며, 신은 지각을 통해 우리와 소통한다. 우리가 감각을 통해 지각하는 실제 세계가 바로 유일한 세계이다. 우리의 감각인상이 규칙적이고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실재의 표상이 가능하다. 존재는 지각된 것과 다르지 않으며, 지각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 존재는 이미 지각하는 존재(주체)를 함축한다. 버클리에게 지각은 신과의 소통이므로, 신은 모든 지각의 지각되지 않은 원인이다. 버클리는 보편관념(인간, 물질, 생명 등)을 지각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관념언어들의 사용이 우리를 속이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흄은 인상과 관념의 구분에서 지식의 기원을 찾는다. 관념은 인상에 기초하며, 인상이 없이는 관념도 생길 수 없다. 지식의 경계도, 인상으로 환원되는 관념과 그렇지 못한 관념 사이에 존재한다. 흄은 형이상학을 거부하며, 인상으로 환원되지 않는 물질적 실체라는 관념 역시 거부한다. 인상의 배후에서 통일성을 부여한다고 믿어왔던 자아 역시 물질적 실체처럼 형이상학적 관념이자 환상에 불과하다. 흄은 필연성에 대한 지식을 갖는 일이 불가능하며, 지식은 논리적 지식과 경험적 지식으로 구분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으면서도 인과성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심리적 기대 때문이다. 우리에게 이성적 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흄은 ‘원인’과 ‘이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자연권을 부인하는 흄에게 가치와 규범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의 영역이다. 감정은 참과 거짓의 영역이 아니다. 어떤 상황에 대한 도덕적 평가 역시 행위 자체보다는 우리의 감정에서 나온다. 규범적 태도는 경험 불가능하며 참과 거짓의 확정도 불가능하지만, 감정에는 일정한 공동의 토대(보편적 합의)가 존재한다. 감정이 합리적이고 적절하다면, 우리는 감정을 통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사회계약이론에 반대하는 흄은 이 관습과 문화적 반응패턴에서 사회의 질서를 유지할 선과 정의를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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