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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약물학] 환각제: 누가 영웅인가?2021-03-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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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약물학_환각제 발제.hwp (26KB)

《인류를 구한 12가지 약 이야기》 4장 순간의 호기심이 만드는 중독 환각제

 

환각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제가 중독과 오남용이다. 우리가 아는 환각제 중에서 중독을 유발하지 않는 환각제는 없다. 자주 그리고 많이 복용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환각제도 없다. 환각제를 찾는 모든 이들이 이런 중독과 여러 부작용을 뻔히 알고서도 찾는다는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중독의 위험과 부작용을 감안하고 환각제를 찾게 만들까? 환각제를 찾는 이들이 원하는 삶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아편, 헤로인, 코카인, LSD, 필로폰, 엑스터시, GHB 등의 환각제가 만들어져 널리 유통된 과정을 설명한다. 아편과 코카인은 각각 양귀비꽃과 코카나무 잎에서 추출한 대표적인 환각제이다. 두 가지 모두 전통적으로 진통제 등 치료제로 쓰였다. 의학과 제약이 발전하기 전부터 두 약은 사람들의 고통과 피로를 줄여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용도로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두 약이 사회 문제로 대두될 만큼 남용되기 시작한 시기와 계기는 서구의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유럽 여러 나라들은 청나라를 억지로 개항시키고도 별다른 이득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부자들이 중국의 차와 비단, 도자기에 매혹되어 사들이느라 무역에서 적자가 커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영국은 인도에서 아편을 대량으로 재배하여 중국에 유통시켰다. 자칭 문명국이라는 나라가 비열한 국제범죄를 주도했다. 아편을 실은 배가 자국 항구에 버젓이 드나드는 일을 견디다 못해 청의 관리 임칙서는 아편을 몰수했고, 영국은 이를 빌미로 청나라를 본격 침공했다. 이후 영국과 맺은 불평등조약이 다른 나라들과도 계속되면서 청은 몰락했다.

 

코카인의 원료 코카나무의 원산지는 페루, 볼리비아 등 남미 안데스산맥 지역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중독을 방지하는 적정한 양과 방식으로 코카 잎을 피로회복제나 고산병 치료제로 이용했다. 15세기 스페인이 남미를 침략하여 점령하면서 코카 잎이 유럽에 전해졌다. 현재 미국은 자국의 마약 중독 원인을 남미의 코카 재배 탓으로 돌리며, 코카 재배를 탄압하고 있다. 2006년 빈곤에 시달리던 볼리비아 농민들은 코카 재배를 합법화하겠다고 공약한 한 남자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볼리비아 최초 원주민 출신 대통령 후안 에보 모랄레스 아이마이다. 볼리비아에서 재배한 코카 잎은 코카인이 되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2019년 후안은 부정선거로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외국으로 망명했지만, 여전히 코카 전쟁은 진행 중이다. 스페인의 침략으로 생존을 위협받았던 남미의 원주민들은 전 세계에 코카인이라는 마약으로 그들의 고통을 되돌려준다. 아편의 환각이 청나라를 집어삼켰듯이 아편에서 추출한 모르핀과 헤로인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간다. 헤로인이라는 이름은 영웅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는 데서 왔다. 마약은 결코 영웅이 아니지만, 세계 곳곳에서 영웅 행세를 한다. 마약의 환각에서 깨어난 이들에게 현실은 그들이 영웅이 아니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절감하게 한다. 그런 절망과 무력감을 걷어내고 쉽게 다시 영웅이 되는 길은 마약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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