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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문학] 보르헤스 읽기 :: <픽션들> 3번째 - 후기2019-03-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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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 전집 2 픽션들』 ③ - 후기

 

주 호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 논의하지 못한 두 편의 작품, 기억의 천재 푸네스칼의 형상까지 총 9편의 작품을 다루었습니다. 이해하기 난해한 작품은 딱히 없었으나, 그래서인지 작품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 작품에 이토록 다양한 해석들이 나올 수 있다니이것이 보르헤스의 매력인가?”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논고는 앞서 나오는 칼의 형상과도 연결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불과 다섯페이지 남짓한미니픽션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짧은 소설 안에 네 개의 액자 속 이야기가 존재할 수 있다니!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죽음과 나침반은 거의 이런 류(?)의 영화, 소설 등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장르적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작품이었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던 배신자와 영웅에 관한 논고<거미의 계략>이라는 이름의 영화로 재탄생했듯 이 작품 역시 다양한 영화와 소설들로 변주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가장 많은 논의가 오갔던 부분은 일직선으로 된 미로를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는데, 이것이 제논의 역설과 연결되어 아무리 빠져나가려고 해도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에 갇힌 듯, 또는 절대 정점에는 도달할 수 없는 시간에 갇힌 듯, 우리는 삶과 죽음의 이분법에서 탈피해 절대 죽음에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졌습니다. 이부분에서 가장 긴 토론이 오갔습니다.

비밀의 기적의 주인공에 대해서 두가지 시선이 존재한 듯합니다. 하나는 죽음 앞에서도 자신의 미완성 저작을 완성하려는 그의 작가로서의 의지를 높이사는 사람들, 또 하나는 왜 죽을 때가 돼서야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려 하는가에 대해 다소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웠는데, 어차피 그의 머릿속에서만 작품이 완성되고 마지막에 총살을 당해 죽는다면 작품이 완성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하는 것이 저의 의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작가의 내면에서 완성이 되었다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긴 했습니다.

유다에 관한 세 가지 다른 이야기는 과연 그 세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 하는 쪽과 그 세가지를 구분해야만 한다는 쪽으로 처음에는 의견이 나뉘었지만 결국 그것을 구분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사실 제목은 세가지 다른 이야기라고 하지만 실상 소설 안에서도 세 가지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그것을 일일이 나열하자면 유다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이 수십가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르헤스는 이 작품을 통해 선과 악의 이분법과 삼위일체에서 벗어나려 시도한 것 아니겠는가, 하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졌습니다.

은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남미에서는 유명한 이야기를 패러디하는 작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이 패러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원래의 결말과 다른 이 전체 소설 자체가 레까바렌의 꿈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었는데 저도 이 의견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남부는 남미문학을 설명할 때 우리가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환상적 리얼리즘의 선두격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특별히 이 작품을 좋아한다는 분의 의견도 계셨고, 이 작품이 왜 좋은지 모르겠다는 분의 의견도 계셨지만 저는 스페인어에 잠과 꿈이 하나의 단어로(sueño) 쓰인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읽혔습니다. 또한 제목인 남부가 가지고 있는 주변부적인 성격, 남미라는 것 자체가 북미의 주변부로서 명명되었다는 것과 연관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후 남미만을 가지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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