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190322 <알렙> 발제

준민

엠마 순스

엠마는 브라질에서 온 편지 한 통을 받는다. 편지엔 그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이 쓰여져 있었다. 그녀는 절망과 동시에 복수할 대상을 찾는다. 그 대상은 바로 그녀의 가족을 몰락하게 만든 아론 로웬탈이었다. 편지를 받은 목요일 밤, 그녀는 잠을 자지 않고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금요일, 그녀는 최대한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려한다. 친구들을 만나고 밥을 먹은 뒤 잠을 청한다. 토요일, 복수할 날이 왔다. 그녀는 노르드스트하르난 호의 선원 중 선택한 작고 사나운 사람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리고 로웬탈을 찾아가서 그에게 권총을 쏜다.

- 00을 위한 복수는 가능한가.

아스테리온의 집

아스테리온(미노타우로)은 무한한 문들(14개)을 가지고 있는 자신의 집에 갇혔다. 그는 고독한 집에 갇혀 소일거리를 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그의 집은 우주와 같이 커서 무한한 구유와, 물 웅덩이와 마당이 있다. 하늘의 태양과 아스테리온 자신만 빼고 모든 것은 14번씩 반복된다. 그는 언젠가 구원자가 자신을 구해주고, 더 적은 문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주길 기다리고 있다.

- 본격 미노타우로 시점 소설

-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의 구원자였다.

또 다른 죽음

뻬드로 다미안은 1946년에 엔뜨레 리오스에서 죽었다. 그는 죽기 전까지 마소예르에서의 하루를 떠올렸다. 그는 1904년에 혁명군으로 징발됐고, 1905년에 송환된 후 자신의 고향에서 일생의 마지막 30년을 보냈다. 화자는 다미안을 신화적 운명의 주인공으로 연상하면서 마소예르에서의 패배에 관한 환상적인 작품을 구상했다. 

몇 개월 후 그는 전쟁의 지휘관이었던 따바레스 대령을 만나고, 그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다미안이 엄청난 겁쟁이라는거다. 그 사실은 화자의 환상을 산산조각 내는 것이었다. 그 해 겨울, 화자는 다시 한번 따바레스 대령의 집을 방문한다. 그 곳엔 혁명에 함께 참여했던 아마로 박사도 있었다. 그들은 자연스레 마소예르에 대해 말했고, 두 사람이 다미안에 대해 말하려는 순간 화자는 다미안을 험담하며 난폭하게 말을 가로챘다. 그러나 두 사람의 기억은 화자와 달랐고, 어째서인지 따바레스 대령의 기억도 바뀌었다. 박사의 기억 속에서 다미안은 남자다운 죽음을 맞이했다. 또한 대령은 다미안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한다. 다미안의 죽음을 알렸던 친구조차 다미안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 망각증에 대해 화자는 여러 가능성을 추측한다. 첫 번째는 두 사람의 다미안을 상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까바레스 대령의 망각증은 설명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초자연적인 추측이다. 전투에서 죽은 다미안이 고향에 보내달라고 신에게 간청한다. 신은 간청을 받아들이고 다미안은 죽은 후 고향에서 그림자가 된다. 이 추측은 화자가 생각해낸 ‘진짜의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그 ‘진짜의 것’은 이렇다. 다미안은 1946년 엔뜨레 리오스에서 죽었다. 그러나 그가 항상 가지고 있던 수치심이 과거를 바꾸는 기적을 행했다. 임종의 순간 운명은 그를 마소예르로 데려갔고, 그는 거기서 남자처럼 싸웠고, 죽었다. 이것은 두 개의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첫 번째 역사에서 다미안은 엔뜨레 리오스에서 죽었다. 두 번째 역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역사다. 첫 번째 역사는 즉시 폐기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까바레스 대령의 망각증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화자 또한 자신이 진실을 기록했는가에 대한 확신은 없다.

- 역사에 대한 보르헤스의 해석을 보여주는 단편. 두 개의 역사에 대한 해석에 따라 동시대 사람들의 기억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 진실을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전쟁에서 주눅드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 일로 평생 수치심을 가지고 살았을 거라니. 남자답게 죽기 참 어렵다.

독일 진혼곡

오토 디트리히 주르 린데는 총살형에 처해지기 하루 전날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그는 음악과 형이상학을 좋아했고, 브람스와 쇼펜하우어와 셰익스피어를 좋아했고, 니체와 슈펭글러를 좋아했다. 그는 티투스 카루스 루크레티우스의 <사물들의 본성의 관하여>라는 시에서 나타난 독일적이며, 호전적인 정신관을 공경하고 있다. 

그는 1929년 나치당에 입당했다. 그는 ‘우리’가 이슬람교나 기독교의 초창기에 비견될 정도의 새로운 시대에 접해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은 ‘우리’의 신념을 보여줄 무자비한 전쟁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의도치 않은 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전쟁에 나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때문에 그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순교자가 되지 않고 신념을 위해 싸우기로 한 것이다. 

나치즘은 타락한 사람의 헌옷을 벗기고 새옷을 입히는 도덕적인 행위다. 그 행위에 방해가 되는 것은 바로 자비심이다. 그는 시인 다비드 예루살렘을 만났을 때, 그 시인에게 자비심을 느낄 뻔 했다. 자비를 범하지 않기 위해 린데는 다비드를 한명의 사람으로도, 유태인으로도 보지 않았다. 그가 그러고 있는 동안 전쟁이 일어났고, ‘우리’는 사랑과 같은 공기를 마셨다. 그러나 곧 그들은 패배한다. 이상하게도 그는 독일의 패배를 기꺼이 인정했다. 그에게 독일의 행위는 가치가 있었다. 루터가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게 성서를 파괴하게 된 것처럼, 독일의 행위는 유태주의라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세계를 구한 것이었다.

- 묘사된 철학자, 음악가, 문학가들과 그가 나치당에 입당한 것 사이엔 어떤 사이가 있을까?

아베로에스의 추적

화자는 아베로에스를 상상하고 있다. 아베로에스는 아랍 의사이자 철학자로서 그리스 철학에 대한 주석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학>에서 발견된 희극과 비극이라는 두 단어에 꽂힌다. 그 단어들이 이슬람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의미를 찾기 위해 아랍어 사전까지 뒤적인다. 

그 날 밤 아베로에스는 진나라까지 갔다온 아불카심, 코란 학자인 파라취, 시인 압달말릭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그들의 대화는 뭔가 이상했다. 파라취는 글자를 만드는 장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아불카심에게 사상검증이라도 하듯 그 장미에 대해 알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아불카심은 <하느님의 책> 안에 기록되어 있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압달말릭이 갑자기 녹색 새들을 열매로 맺는 나무의 이야기가 글자를 가진 장미보다 더 그럴 듯 하다고 끼어든다. 이어 아베로에스는 그 이유가 새는 자연의 세계이지만 글자는 인위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사람은 글자가 인위적이라는 것을 부정한다. 코란은 천지창조보다 먼저 있었고, 하늘의 보존되어 있던 글자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인간의 작품이지만, 코란은 영원하다. 

아불카심은 자신이 경험한 기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하나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이들에 대해서다. 마라취는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언변이 뛰어난 한명의 사람이 그들을 대체할 수 있을거라고 단언하며 아랍어를 찬양한다. 압달말릭도 동참하지만 그는 낡은 은유를 폐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베로에스는 이 의견을 반박한다. 그는 모든 수사가 경이감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며, 우연으로 만들어졌고, 시간은 오히려 수사를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준다고 말한다. 그 밤이 지나고 아베로에스는 두 단어의 뜻을 모호하게나마 알게 됐다. 그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는 찬양에 비극이라는 이름이, 풍자와 저주에 희극이라는 이름이 부여된 것이었다.

화자는 갑자기 깨어난다. 그리고 별다른 참고문 없이 아베로에스를 상상해보려고 했던 게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지 느꼈다. 

자이르

자이르는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다. 화자인 보르헤스에게 자이르는 그가 사랑하던 떼오델리나 비야르가 죽는 날 술 한 잔 값을 내고 받은 거스름돈이다. 비야르는 자신의 예술을 하는 것에 큰 돈이 든다는 걸 알았고, 예술을 하지 못할 바에 죽음을 선택했다. 보르헤스는 이 자이르에 대해 생각한다. 자이르는 주화이고, 돈은 추상적이다. 그것은 음악일수도, 오후일수도, 카페일수도, 시간일수도 있다. 보르헤스는 싸구려 식당에 들어가 술 한 잔을 주문했고, 자이르로 계산을 했다. 

보르헤스는 단편을 한 편 썼다. 그는 그 작업을 하느라 자이르를 잊을 수 있었다. 그는 그 자이르가 다른 이들에게 수없이 전달되는 동전과 다를 바 없다고 되뇌였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그는 정신과에 갔다오던 중 책방에서 자이르에 관한 책을 발견한다. 그 책에서 자신의 병에 대해 알게된다. 자이르는 망각할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사물이다. 페르시아에서는 천체 관측기가, 인도에서는 호랑이가 자이르였다. 사람들은 자이르를 본 순간 미쳐버렸다. 모든 피조물은 자이르가 될 수 있고, 시간은 자이르에 대한 기억을 가중시킨다. 

테니슨은 단 한 송이의 꽃을 이해하게 된다면, 우주를 이해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것은 모든 가시적 세계가 각자 속에 담겨있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다. 자이르까지도 말이다. 보르헤스는 언젠가 자신이 보르헤스라는 것도 모르게 될 것이다. 대신 그는 자이르를 감지하게 되리라. 하느님 속에 들어가기 전 수피교도들은 아흔아홉개의 신성한 하나님의 이름들을 전혀 뜻이 없는 무언가로 변해버릴 때까지 되뇌인다. 보르헤스는 그러한 길을 가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