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리딩 R&D] 시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2021-09-0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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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시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시간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 시간이 어디서나 일정하게 흐르고, 과거에서 미래로 흐른다는 생각은 현대물리학에 의해 잘못된 것임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시간은 무엇일까?

아인슈타인 이후 현대물리학은 우리가 시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직감은 틀린 것이고,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떤 상황에 있는가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을 더 가변적인 개념으로 만들었는데, 질량이 클수록 강한 중력장을 만들어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는 것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현상을 떠올려보자. 쿠퍼와 브랜드가 블랙홀 가까이에 있는 행성에 잠시 갔다 온 사이 우주선에 남아있던 동료 로밀리가 23년 더 늙어 있었다. 질량이 큰 물체에 가까이 갈수록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때문이다. 시간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시간이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흐르지 않기 때문에 두 시간을 보편적인 방식으로 서로 연결할 수는 없다. 시간은 또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시간을 가진 물체들이 서로 연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광신호나 무선신호 같은 전자기적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을 뿐이다. 그 시간들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이 시공간이다. 시공간이란 개념은 모든 시간과 모든 공간의 집합 같은 것이다.

   

이 세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망처럼 연결된 알갱이들의 확률운으로 이루어진 중력장만이 존재한다. 공간이 없다는 의미는 시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 말은 뉴턴의 이론이 미시적인 차원을 다루는 경우에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뉴턴의 이론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일어나는 현상들만 설명할 수 있고, 갈릴레이의 시간(t)에 따른 변화를 나타내는 방정식은 더 이상 미시세계를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거시세계에 살고 있다. 시간 개념이 무의미하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변화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실제로관측할 수 있는 변수들의 목록을 정해서, 그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찾는 것이다. 양자역학에서 이 세상을 루프들의 연결된 망으로 표현했다. 연결망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떠올려보자. 공간과 마찬가지로 시간도 관계적인 개념이다. 시간이란 사물들의 상태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시간은 각각의 물체가 다른 물체에 비해 변화하는 방식일 뿐이다. .


여전히 우리는 시간에 얽매여 살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시간이 존재한다고 믿는 과학자들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로벨리의 절친 리 스몰린은 [시간의 부활]이란 책을 통해 시간 개념을 옹호한다. 그는 자연을 이해하는 절대법칙은 없다고 말한다. 물리법칙들 또한 가변적인 것으로, 특정 순간, 특정 시기 동안에만 유효한 규칙이 된다고 말한다. 이 주장은 우주가 빅뱅부터 오늘날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 변화해왔다는 현대우주론에 근거하고 있다. 케플러의 행성운동법칙, 뉴턴의 만유인력법칙, 상대성이론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법칙들의 유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주장이다. 로벨리는 이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물리학이 사건들의 우연한 일들이 일어난 현실을 이해하고, 이 사건들을 설명할 보편적인 법칙들을 수립하는데 있음을 강조한다. 시간의 부재한다는 주장 또한 이 과정의 하나로 중력에 대한 양자이론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물리법칙이 아니라는 것이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이 언젠가는 특정시점, 특정체계를 설명할 수 있는 물리법칙으로 인정받게 될 지도 모른다. 물리법칙들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로벨리와 스몰린의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과학은 완전한 대립을 이루면서도 그러한 대립 때문에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부재하다고 시간의 실제성마저 부정하는 단순화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지는 말자....

   

시간의 진실은 무엇일까? 통계계열역학적인 관점에서 시간이란 거시적인 차원에서만 드러나는 창발현상이다. 우리가 세상을 원자 규모로 파악할 수 있다면 시간의 흐름은 느낄 수 없다. 인간이 지닌 감각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많은 분자들이 진동할 경우 전반적인 차원에서 열을 느낄 수 있다. 열은 분자들이 일으키는 미세한 동요이다. 이것을 열시간이라 한다. 열시간은 변수가 많은 열역학적 상황에서만 의미가 있다. 우리가 느끼는 시간적인 특징인 불가역성, 기억성, 지향성은 이러한 상황에서만 나타난다. 우리는 거시적 차원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열역학계에서 반응은 확률적이며 엔트로피는 시간에 따라증가한다. 여기서 우리가 실제 경험하는 시간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공간 속에 원자 하나만이 이동하는 경우라면 엔트로피와 연관이 없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가역적이다. 그래서 시간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은 열이 식는 방향이고 그 방향을 시간이라 부를 뿐이다. 과거와 미래를구분짖는 것은 엔트로피 뿐이다.

   

이쯤되면 친구에게 지금, 뭐해?” 라는 말을 할 때 지금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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