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 비아그라 관련 내용이 보도되었다. 한강에서 비아그라를 포함한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검출되었다는 놀라운 소식이었다. 서울 모 대학의 교수와 연구팀이 여러 번 검사를 진행하고 논문까지 썼다 하니, 한두 번에 그친 일도 아니다. 연구를 주도한 교수는 주중보다 주말에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더 많이 검출되었으며, 특히 금요일 밤에 측정한 농도가 가장 높았다고 전했다. 원인으로는 유흥업소에서 나눠준 약을 먹은 이들의 대소변에서 검출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한강에서 검출된 성분은 비아그라가 아니다. 비아그라는 약 이름이지 성분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출된 성분들에는 비아그라 말고도 다른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함께 있었다. 1998년 개발된 비아그라의 특허는 2012년에 끝났다. 효과가 좋아 칭송이 자자했지만, 가격이 비쌌던 비아그라의 성분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앞에서 언급한 뉴스는 그런 시대가 초래한 뉴스이다. 이제 유흥업소에서 저렴한 발기부전 치료제를 마구 나누어주고, 주말마다 그 성분이 강물에 스며든다. ‘비아그라’라는 이름이 언급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이 뉴스의 조회 수는 급상승했다. 뉴스 아래에는 온갖 저질스러운 농담과 음담패설이 댓글로 달렸다. 어쩌면 ‘비아그라’라는 약 이름 자체가 성생활의 대명사 중 하나가 된 듯 보인다. ‘비아그라’는 그저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데 쓰는 약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성생활에 관한 한탄과 자조, 찬양과 멸시를 담은 온갖 이야기들이 그 이름에 딸려 나온다. 거기에 사랑까지 따라붙는다. 발기부전 치료제와 최음제, 사랑의 묘약이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고! 발기부전 치료제와 하등 관련이 없이 살아온 나도 ‘비아그라’의 이름은 안다. 옅은 파란색의 마름모꼴 모양도 기억한다. 주변에서 많이 복용하는 혈압약, 당뇨약, 알레르기 약들의 이름이나 모양은 잘 모르는데, ‘비아그라’만 기억하는 일은 무언가 이상하다. ‘비아그라’는 임상시험 당시부터 탁월한 효과를 보였지만, 비아그라에 대한 찬양과 믿음이 단지 효과에서 비롯되었는지는 의문이다. 비아그라를 향한 열광에는 분명히 남성성의 회귀에 대한 주술적 믿음이나 신화적 찬양의 분위기가 깃들어있다.
비아그라의 효능은 단순하다. 음경에 혈액이 공급되어 유지되면 발기가 유지되는데, 산화질소가 음경에 혈액을 공급한다. 비아그라는 공급된 혈액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잠그는 역할을 한다. 이 효능은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협심증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화이자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노선을 바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약이라나 뭐라나. 그 성공에 힘입어 이 땅의 어딘가에서는 금요일 밤마다 남성성의 신화를 재건하고 자축하는 파티가 이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