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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리딩 R&D] 과학의 진보와 패러다임 (과학혁명의 구조 2, 3장 발제)2023-03-15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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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과학혁명의 구조 2, 3장 발제.hwp (79.5KB)

과학혁명의 구조2장 정상과학에로의 길, 3장 정상과학의 성격

 

정상과학(normal science)’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면 토머스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을 이해하기도 쉬워진다. 정상과학은 패러다임을 토대로 구축되고, 토대로 삼은 패러다임을 명료화하며 정확도를 높인다. 패러다임은 정상과학의 선행조건인 동시에 연구의 목표와 연결된다. 이 책의 2장과 3장에서 토머스 쿤은 정상과학이 패러다임과 맺는 관계, 또 정상과학의 성격과 역할에 관해 밝히면서 패러다임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토머스 쿤은 정상과학(normal science)’과거에 있었던 하나 이상의 과학적 성취에 확고히 기반을 둔 연구 활동으로 정의한다.(73) 이 성취는 특정 과학자 공동체에 실천의 토대를 인정받았음을 뜻한다. 현대에 우리는 과학 교과서의 형태로 이 성취를 만난다. 과거에는 유명한 저술가의 고전들이 유사한 역할을 했다. 특정 과학자 집단을 불러들일 정도로 놀랄 만하거나, 재편된 연구자 집단에 미해결 과제를 남길 만큼 융통성 있는 고전들이었다.

 

이런 성취를 토머스 쿤은 패러다임이라고 정의한다.(74) 패러다임은 실제 과학 연구에서 특정한 정합적 전통을 형성하는 모델을 제공한다. 패러다임을 통해 과학도는 특정 과학자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준비된다. 공유된 패러다임이 있다면 과학도들은 확고한 모델로 기초를 익히게 되므로 기본 개념에서 의견이 충돌할 일이 드물다. 공유된 패러다임은 과학 활동의 동일한 규칙과 표준에 헌신한다. 이런 합의가 정상과학을 출현하게 하고 지속시킨다.

 

패러다임의 역할을 이야기할 때 패러다임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물리광학에서 단일하고 지배적인 패러다임이 출현한 시기는 뉴턴 시기이다. 뉴턴 이전에는 패러다임이라고 불릴 만한 눈에 띄는 성과들이 없었다. 모든 물리광학 연구자들이 어떤 표준도 없이 기초부터 개척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서로 논문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작업은 특정한 패러다임 출현 이후에 비로소 이론의 성과로 나타났다.

 

패러다임이나 패러다임 후보가 없다면 어느 과학 분야에서도 연구 성과는 비슷비슷한 결과물의 배열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다 한 학파가 승리한다면 패러다임이 형성되는데, 그렇다고 패러다임이 특정 학파의 특성과 선입견을 피해갈 수는 없다. 패러다임은 전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어떤 이론이 패러다임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경쟁 이론보다 나아 보여야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없으며 실제로 그렇지도 않다.

 

전기학의 경우에 패러다임은 방대한 분야 안에서 어떤 실험이 가치 있고, 어떤 실험은 가치가 없는지 가려주는 역할을 했다. 학파 간 논쟁 종식은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지 않게 해 주었으며, 과학자들에게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 사기를 진작시키도록 도왔다. 과학자들은 사실 수집과 이론의 명료화에 힘을 쏟았고, 성과와 능률을 증진했다. 패러다임은 불완전했지만, 불완전함이 주는 효과는 컸다.

 

과학자 개인이 하나의 패러다임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게 되면, 자기 분야를 처음부터 정립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 교과서 공부가 끝나면 가장 미묘한 부분에서 연구를 시작하여 집중해나갈 수 있다. 연구의 최종 결과 역시 모두에게 확실하며 다수에게 구속력을 발휘한다. 논문은 대중보다 공유된 패러다임에 대한 지식을 갖춘 동료들을 위한 결과물이다. 이런 전문화 과정을 거치면 다른 분야의 전문가나 대중은 이 분야에 접근하기 어려워진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감지하고 개탄하는 일은 흔하다. 토머스 쿤은 개탄을 넘어 그 간극의 원인이 과학적 진보의 고유한 메커니즘(패러다임의 문제) 안에 있음을 지적한다. 패러다임은 분명하게 과학의 성과를 확산시켰고, 보다 구체적이고 난해한 문제들로 나아가도록 도왔다. 과학의 각 분야에서 패러다임의 등장은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발전을 통해 각 분야를 공고하게 구축했다.

 

패러다임은 연구자들에게 하나의 약속이다. 정상과학은 연구를 통해 이 약속을 실현한다. 정상과학은 사실에 대한 지식 확장, 사실과 예측 사이의 일치 증진, 패러다임의 명료화를 위해 복무한다. 전문 분야의 과학자들은 패러다임이 남긴 마무리 작업’(91)을 수행하면서 생애를 보낸다. 이 작업은 패러다임이 제공하는 상자 속으로 자연을 밀어넣는 시도(92)와 같다. 여기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라 현상과 이론을 명료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연구는 패러다임이 없다면 가능하지도 않다. 법칙을 발견하려면 패러다임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 법칙의 발견은 패러다임 이론이 자연과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계속되며, 계산은 패러다임 이론의 명료화를 위해 반복된다. 이론이 있어야 증명을 위한 장치도 만든다. 실험은 패러다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능성의 차이를 구분하기 위해 수행된다. 모든 실험은 패러다임에 의존하며, 또 실험 결과는 패러다임에 기여한다.

 

패러다임과 정상과학의 관계가 이토록 공고해 보이지만, 사실 정상과학은 자신이 토대로 삼은 패러다임에만 복무하지는 않는다. 패러다임을 명료화하고 재정식화하는 과정은 패러다임의 변화와도 연결된다. 실험의 결과는 종종 목적과 다르게 패러다임의 폐기로 연결되기도 한다. 연구의 대부분이 정상과학에 속한다면, ‘비정상이란 불리는 특별한 영역도 반드시 존재한다. 토머스 쿤은 이 패러다임의 폐기를 자연스러운 과학혁명의 한 축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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