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 세 번째 강의 :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 “양자장을 이루고 있는 입자는 다른 어떤 것과 상호작용을 할 때에만 나타난다. 따로 있을 때는 ‘확률 구름’속으로 퍼져 있다. 세계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커다란 역학적 공간의 바닷속에 잠겨 있는 기본적인 양자 사건들의 무리이다.” 아인슈타인은 죽을 때까지 양자역학의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의 논리에 의하면 물질은 현 상태와 위치 속도를 측정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양자역학의 원리에 의하면 세계는 확률에 의존해야 할 뿐 아니라 모든 것은 있다고도, 없다고도 할 수 없는 중첩 상태에 있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알면 세계를 모두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던 아인슈타인으로서는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논리를 편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하이젠 베르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두 이론은 서로 상호보완하며 새로운 이론을 도출해낸다. 아인슈타인이 공간과 시간이 중력장임을 발견해내고 코펜하겐학파가 모든 물리적 장이 양자적 특성을 갖는다고 밝혀낸 지점에서 공간 시간 역시 양자적 대상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공은 양자다 시공이 양자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한 사람, 그 첫 번째 주자는 마트베이였다. 그의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아주 작은 공간을 관찰한다고 했을 때, 그 공간에 입자를 둔다고 하자. 하지만 그 입자는 빠른 속도로 달아난다. 에너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를 가진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에 의하면 공간을 휘게 만든다. 심하게 휘면 결국 블랙홀로 꺼져 사라지고 만다. 결국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함께 취하면 공간의 가분성에 한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실재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공간의 최소 영역, 입자가 블랙홀로 빠져들어가기 전의 입자의 최소크기에서 양자중력이 나타난다. 이 때 양자 공간과 양자 시간의 문제가 대두된다. 양자중력에 기초를 쌓은 것은 디랙이다. 빛의 입자성을 설명했던 디랙의 방정식은 양자장이론으로 발전하게 되고 파인만 등 여러 연구자들의 노력이 쌓이게 된다. 블랙홀을 명명하고 양자 시공을 직관적으로 파악했던 존 휠러의 양자중력 연구는 직관적인 이해에 도움이 된다. 그는 양자 공간을 중첩된 기하학적 구조들의 구름으로 상상했다. 우주 높은 곳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하자. 망망대해가 평평한 탁자처럼 펼쳐져 있을 것이다. 조금 아래로 내려가 보면 큰 파도가 보이고 다시 조금 더 내려가면 파도가 부서지고 바다의 표면이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휠러가 상상한 공간의 모습이다. 휠러는 공간의 이 거품을, 서로 다른 기하학적 구조들의 확률 파동을 기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결국 굽은 공간을 관찰할 확률을 결정하는 방정식(휠러-드위드 방정식)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이 방정식엔 변수가 없었기 때문에 여러 문제들이 도출되었다. 뒤이어 이 방정식은 해결된다. 방정식의 해들의 특성은 희안하게도 공간 속에서 닫힌 선(루프)들에 의존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장차 루프양자중력이론이 될 최초의 작업들이 되었다. 공간의 양자 그렇다면 이 방정식의 해인 닫힌 선들, 루프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그것은 중력장의 패러데이 선이다.(65페이지 모형 참조) 이 패러데이 선은 불연속적이고 양자화된다. 또한 그것은 유한한 수의 별개의 가닥들을 가진 실제 거미줄과 비슷해진다. 한마디로 양자중력장의 패러데이 선은 공간 자제를 짜고 있는 실인 것이다. 이후 물리학자들은 이 해들이 만나는 점들(노드)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혀냈다.(노드 사이를 잇는 선을 ‘링크’, 교차하는 선들의 집합을 ‘그래프’) 달리 말해 공간의 부피는 그래프의 선이 아니라 노드에 있다는 것이고 선들은 개별 부피들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 이론의 기술적 결과로서 부피와 넓이의 스펙트럼을 계산하는 방법들이 나오게 된다. 이 방법들의 기본은 디랙이 발견한 ‘변수의 스펙트럼’이었다. 디랙은 변수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값들의 계산 방법을 제시했다. 이 방법을 적용하면 부피가 취할 수 있는 모든 값을 계산할 수 있다. 1990년이 되어서야 완성된 이 계산을 통해 부피의 스펙트럼이 불연속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노드는 부피의 불연속적인 다발을 나타내고, 공간을 이루는 기본 양자라 할 수 있다. 두 노드를 두 개의 작은 공간영역으로 상상하면 두 영역은 작은 표면에 의해 분리되는 넓이이다. 넓이를 계산하자 넓이는 연속적이지 않고 입자적이라는 것을 밝혀낼 수 있게 되었다. 공간이 연속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의 눈이 개별 공간을 작은 규모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루프양자중력이론(루프이론)은 일반상대성 이론을 양자역학과 조심스럽게 결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공간의 양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공간은 중력장이므로 중력장의 양자가 ‘공간의 양자’, 곧 공간의 입자적 구성 성분이다. 루프이론의 핵심은 공간이 연속적이지 않다는 것, 무한히 나눌 수 없다는 것, ‘공간의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공간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공간은 입자로 되어 있고 공간의 양자는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있을 장소가 없다. 공간을 특징 짓은 유일한 정보는 어느 공간의 양자들과 인접해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링크로 연결된 두 노드는 인접한 두 공간의 양자이다. 서로 접촉하는 공간이 두 알갱이이다. 바로 이 접촉이 공간의 구조를 만든다.(스핀 네트워크) 노드와 링크가 나타내는 이러한 중력의 양자들은 공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그 자체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공간은 입자로 되어 있다. 전자의 양자적 특성과 마찬가지로 확률로 변화하는 비결정성,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이는 관계성을 가지고 있다. 공간은 특정한 하나의 스핀네트워크가 아니라 모든 가능한 스핀 네트워크들의 전 영역에 걸쳐 있는 확률들의 구름이다. 또한 공간은 개개 중력 양자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진다.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간에 이어 시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설명을 이어나갈 수 있다. 사물들을 담고 있는 연속적인 공간이 사라지듯이, 현상들이 발생하고 흐르고 있는 연속적인 ‘시간’이라는 생각도 사리질 수밖에 없다. 시간은 공간과 같이 양자중력장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정말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시간의 흐름은 세계 속에 내재되어 있고, 세계이면서 그 자체로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양자 사건들 사이의 관계로부터 세계 속에 태어난다고 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질문의 시작은 갈릴레이가 발견한 샹들리에의 진동에서 찾을 수 있다. 진자가 규칙적이라는 사실을 맥박이 뛰는 것으로 확인하고, 맥박이 뛰는 것을 진자 사용을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맥박과 진자의 정확성을 누구도 신뢰할 수 없다. 시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시간 변수의 존재는 가정일 뿐 결과가 아니다. 세계는 시간에 따른 변화의 방정식으로 기술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일은 실제로 관찰하는 변수들을 나열하고 이러한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기술하는 것뿐이다. 결국 세계를 담고 있는 공간도, 사건들이 발생하는 시간도 더이상 없다. 공간의 양자들과 물질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기본적인 과정이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양자 세계의 시공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공간이 스핀 네트워크이고, 그 노드는 기본 입자들을 나타내고 링크는 그것들의 인접 관계를 나타낸다고 앞에서 언급했다. 시공은 이러한 스핀 네트워크들이 상호 변환되는 과정들에 의해서 생성되며, 이러한 과정들은 스핀 거품들의 합으로 표현된다. 하나의 스핀 거품은 하나의 스핀 네트워크의 이상적 경로를, 역사를, 즉 노드들이 결합하고 분리되는 입자적 시공을 나타낸다. 이제 공간과 시간이 모두 사라졌다. 그렇다면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세계는 오로지 양자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시공이 바탕에서 지탱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존립하면서 시공 자체를 생성할 수 있는 장, 즉 ‘공변 양자장’으로 단순화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처음에 언급했던 일반상대성과 양자역학의 긴장감은 이제 사라졌다. 아인슈타인의 굽은 공간을 엮어내는 공간적 관계들이 양자역학의 기본 체계들 사이의 관계들을 엮어낸다. 공간과 시간이 하나의 양자장의 측면이라는 것과 양자장이 외부 공간 속에 발을 디디지 않고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동전의 양면처럼 양립하며 제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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