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에게
필요한 11가지 약 이야기》 5장 환청과 망상에서 벗어나게
한 조현병 치료제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광인 혹은 미치광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신체의 능력에는 문제가 없으나, 정신에 문제가 있어 일상적인 생활이나
소통이 어려운 이들이었다. 사람들 속에 섞여 살아가던 이들은 언젠가부터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추방되었다. 근대에 이르러 이들은 병자 혹은 범죄자로 취급 받게 된다.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치료를 받거나, 자신이 지은 죄에 따라 합당한 벌을 받으며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교정된다. 광인은 늘 우리의 세계 안에 존재하면서도, 언제든 지워질
수 있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게 무시당하던 광인의 존재를 우리 삶 가까이 끌어낸 이는 프로이트이다. 산업혁명으로 변화된 삶에 적응하느라 사람들은 말 그대로 미쳐갔다.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노동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병자와 부랑자, 범죄자들은
한데 모여 수용 혹은 감금되었다. 스스로 노동하지 않으면서, 타인의
노동도 방해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우리가 무엇을 광기라
부르며, 누구를 광인이라 칭하는지를 묻는다. 한때 정신분열이라
불렸던 이 병을 우리는 이제 조현병이라 부른다. 광인은 한때 분열되었다 여겨졌고, 지금은 정신이 조율되지 않았다 여겨진다. 현재 조현병의 증상은 양성증상과
음성증상으로 분류된다. 양성증상은 일반인에게 나타나지 않는 증상이고,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기능인데 하지 못하는 일은 음성증상으로 분류된다. 양성증상에는 환각이나
환청, 망상 등이 있고, 음성증상에는 무논리, 무의욕, 무표정, 무언어, 무활동 등이 있다. 쉽게
말해 남들이 안 하는 짓을 하면 양성증상이고, 남들이 하는 일을 못 하면 음성증상이다. 그렇다면 조현병 치료는 모든 이들이 비슷비슷하게 살도록 만드는 일이라 볼 수 있다. 남들이 안 하는 짓은 안 하게, 남들이 하는 일은 다 하게 만드는
일. 시키는 대로 어른들 말 잘 듣고 커서, 어른 되면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다시 자식 낳아 키우면서 사회를 재생산하고 계속해서 기능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일부 국가에서 반체제 인사에게 조현병 치료제를 사용했다는 일화는 비유를 넘어 분명한 사실이다. 분열되었다거나
‘조율되지 않았다’는 정신병의 명칭 안에는 우리의 정신이
애초부터 분열되지 않았고, 쉽게 조율된다는 믿음이 담겨있다. 과연
그럴까? 정신병에 걸리지 않았다 믿는 우리들은 분열되지 않고 언제나 조율된 채로 살고 있을까? 프로이트는 우리 모두 무의식 속에 분열된 자아로 언제든지 고통을 겪을 수 있으며, 끊임없이 과도하게 자신을 조율하려고 옭아매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정신병은 멀리 있지 않다. 분열된 자아를 받아들이지 않고 과도하게 사회의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조율하려 들 때, 어쩌면 정신병이 우리를 찾아오는 때는 바로 그런 때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