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스토리》 5부 양자적 입자 양자역학사에서 제2차 세계대전은 큰 전환점이었다. 유럽 과학자들이 잇따라 미국으로 망명하고, 미국에서 원자폭탄 개발에 성공하면서 양자역학의 주도권 역시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갔다. 종전 이후에는 미국과 소련이 대결하는 냉전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소련의 과학기술 발전을 견제하면서 일단 잡은 주도권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이후에는 대규모 입자가속기가 건설되는 등 과학기술에 대한 지원이 더욱 늘어났다. 이론물리학자들만큼 실험물리학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시대가 오자 소립자 표준모형도 만들어졌다. 질량이 없는 입자에 질량을 부여해주는 힉스입자와 힉스장이 도입되면서 입자 세계의 신비를 파헤치는 입자물리학자들의 활동도 점점 활발해졌다. 특히 유럽과 미국 곳곳에 건설된 대형 입자가속기는 점차 정교한 실험과 예측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기 위한 선형 입자가속기는 한쪽 끝에서 다른 쪽 표적으로 전자를 충돌시키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전자가 충돌 과정에서 산란하면서 표적 속의 양성자와 가상 광자를 교환하여 균일하고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를 ‘탄성 산란’이라고 부른다. 그래프로 그리면 피크는 하나로 나타난다. 전자가 양성자와 가상 광자를 교환할 때 양성자를 들뜨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때는 피크(공명)가 여러 곳에 나타난다. 이런 경우를 ‘비탄성 산란’이라고 부른다. ‘비탄성 산란’이 중요한 이유는 이 과정에서 새로운 입자가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와 가상 광자들이 표적 속 양성자를 들뜨게 만드는 일을 넘어 완전히 파괴하기도 한다. 이를 ‘심층 비탄성 산란’이라고 부른다. 이때는 다양한 강입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자에 영향을 주고, 산란된 전자의 에너지가 줄어든다. ‘심층 비탄성 산란’에 관심을 가진 제임스 비요르켄은 전자를 ‘점’으로, 양성자를 쿼크로 예상했다. 심층 비탄성 산란에 대한 실험이 진행될수록 양성자가 여러 개의 점입자로 구성되었으리라는 증거가 명확해졌다. 한편 리처드 파인먼은 자신이 강입자의 구성물로 여겼던 파톤이 바로 비요르켄이 말한 쿼크가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실험을 진행하고, 유럽에서도 심층 비탄성 산란 실험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오면서 파인먼의 가설은 점점 유력해졌다. 여러 번의 우여곡절 끝에 1973년 쿼크는 공식적인 물리적 실체로 인정받게 된다. 쿼크의 비밀을 밝히는 여정은 표준모형 도입으로 이어져 다시 한번 20세기 물리학의 전성기를 불러왔다. 1970년대까지 쿼크 모형이 학계에 수용되지 못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2~3개의 쿼크가 같은 양자 상태를 점유하는 쿼크 모형이, 하나의 계에서 2개 이상의 전자가 같은 양자 상태를 취하지 않는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위반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새뮤얼 팅과 버튼 릭터의 발견 이후 물리학자들이 소립자들의 ‘세대’를 가정하면서 해결되었다. 같은 양자 상태를 점유한 쿼크는 각각 세대가 다르므로 파울리의 배타원리에 위반되지 않는다. 1세대와 2세대 입자는 일대일로 대응하며, 세대 간에는 질량 차이가 존재한다. 쿼크 모형이 수용되지 못한 두 번째 이유는 쿼크의 자유도 문제였다. 관찰을 통해 양성자와 쿼크들은 ‘자유로운 점입자’처럼 움직인다고 예상되었는데, 쿼크들의 결합과 자유로운 움직임은 서로 모순되는 현상처럼 보였다. 이 문제는 강력이 전자기력이나 중력 등과는 다르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금씩 이해되었다. 다른 힘들은 가까이 있을 때 강하게 작용하지만, 강력은 멀리 있을 때 강해지고 가까이 있을 때 약해진다. 쿼크에는 멀리 있을 때 강한 힘이 작용하고, 강입자 내부에서 개별 쿼크는 다른 쿼크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쿼크 모형의 마지막 난관은 쿼크가 낱개로 발견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있었다. 쿼크들은 자유도를 가지며 가까이 있을수록 자유도가 커지지만, 강입자에 속박되어 있음은 분명했다. 이를 설명하고 보완하는 여러 가설이 등장했지만, 쿼크가 완전하게 속박되어 낱개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이론은 나오지 않았다. 표준모형이 만들어진 뒤에도 쿼크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다. 표준모형의 변수값들 역시 실험의 결과일 뿐 이론적으로 계산되지 않았다. 쿼크가 가지는 질량의 패턴이나 힘의 크기를 설명하는 이론도 필요하다.
어쨌든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나오면서 물리학은 표준모형이라는 입자 체제를 만들어냈다. 표준모형은 세 게이지군에 입각한 양-밀스양자장이론으로 구성되며, 3세대에 걸친 물질 입자의 상호작용(전자기력, 약력, 강력)과 이 힘을 매개하는 매개입자의 거동으로 서술된다.(434쪽) 18종의 쿼크와 24종(+반입자 24종)의 페르미온 입자(총 48종), 장 입자인 광자와 W⁺, W⁻, Z⁰, 8종의 글루온까지 총 60종의 입자가 포함된다. 최근에 발견된 힉스입자까지 합하면 우주에는 총 61종의 소립자가 존재한다. 물론 이 표준모형은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