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읽기] 실수에서 배우는 법(딥러닝, 피드백 고리, 인간의 기억)_0409 발제_샤롱
포맷보다 업데이트
ADHD가 있는 저자는 단기 기억이 너무 어려운 과제다. 뭔가 하려다가도 새로운 생각과 충동, 감정적 반응 때문에 금세 할 일을 잊어 버린다. 단기기억력 개선이 절실한데 방법이 없을까? 그보다 먼저, 기억이란 대체 뭘까?
기억은 인간인 우리가 누구인지 나타내는 기본 구성 요소다. 본능, 경험, 일생일대 사건이 현재의 우리를 만들었고 미래에도 그럴 거다. 그러니 기억을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가 왜 이렇게 생각하고 왜 이렇게 반응하며 왜 이런 가치관을 가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반대로 우리 기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면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나쁜 기억의 속박에서 벗어나고 좋은 기억에는 집중할 수 있다. 기억은 파괴할 수 없는 대신 형태를 바꿀 수 있는데, 잘 단련하면 해로운 기억보다 이로운 기억을 우선시해서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오 정말?). 저자는 그 방법을 인공신경망에서 찾는다. 딥러닝 기술과 피드백의 힘을 활용해서 기억을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자는 거다.
그럼 인공신경망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인공신경망은 우리 뇌를 본떠 만든 것으로, 입력(감각, 지각)을 출력(결정, 판단)으로 바꾸도록 프로그래밍한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주어진 데이터를 써서 특정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을 계속 향상한다. 인공신경망은 뇌의 뉴런에 해당하는 다양한 데이터 입력으로 구성되며 이 뉴런 간의 연결에는 가중치를 할당한다.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면 높은 가중치, 반대라면 낮은 가중치를 준다. 프로그램은 어떤 입력이 특정 결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지 학습하면서 이 가중치를 계속 업데이트한다. 인공신경망의 궁극적 목적은 시간이 흐르면서 대규모 시행착오를 통해 연결의 가중치에 가장 정확한 값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야 새로운 입력값을 받았을 때 적절한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다.
인간이 살면서 쌓은 다양한 기억층으로 연결을 만들고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 깊어지는 것처럼, 인공신경망도 처리한 기억(데이터)이 많을수록 복잡하고 정교해진다. 이는 신경망의 두 번째 중요 요소인 ‘피드백 체계’ 덕분이다. 인공신경망은 예측한 결과와 실제 결과를 비교해서 추정 오차를 계산할 수 있으며, 오류가 큰 연결을 찾아 가중치를 어떻게 조정할지 결정한다. ‘실수에서 배우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 뇌도 매 순간 처리하는 정보의 가중치를 매기며 무엇을 기억할지 그리고 그 기억이 단기(바로 쓸 것)인지 장기(항시 알아둘 것)인지 결정한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실수하기 쉬워서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에 높은 우선순위를 매기고, 반대로 기억하고 싶고 기억해야 하는 걸 기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오류를 찾아 통찰을 얻고 조정하는 게 피드백 고리의 역할이다.
그럼 어떻게 우리 과거의 빛과 어둠을 적이 아니라 친구 역할을 하는 기억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동안 쌓인 기억 중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지우고, 새로운 입력만을 근거로 판단을 내리면 될까? 저자는 직접 편견을 지우고 취약성을 제거하는 실험을 해본다. 기존 카밀라를 포맷하고 새로운 데이터로 만들어간 것이다. (특유의 강박증 덕분에 이 과정은 꽤 순조로웠던 것 같다.) 그리고 저자는 일정한 시간 뒤 이 실험을 철저히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멈춘다. 포맷 후 새로이 가동된 카멜라는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자기가 어떤 사람인까지도 잊었고 이는 극도의 슬픔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는 영혼과 인격은 온전히 우리만의 것이므로 수치심이나 후회의 근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쁜 측면일지라도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말고 잘 돌봐야 하는 이유다. 최상의 선택은 포맷이 아니라 미세한 조정이다.
이 미세 조정의 방법이 피드백 고리다. 피드백 고리에는 양성과 음성이 있다. 양성은 어떤 일을 더 하라고 독려하고, 음성은 반대로 제한하고 통제한다. 새로운 걸 경험하고 배우려면 양성 피드백이 충분히 있어야 하고, 어리석은 결정이나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려면 음성 피드백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릴 다양한 상황에 맞춰 두 가지 모두를 균형 있게 갖춰야 할 것이다.
살면서 겪는 일을 모두 통제할 수는 없지만, 무엇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기억할지 그리고 왜 그래야 하는지는 전적으로 우리 통제권에 있다. 살아가면서 내게 힘이 되고 진짜 나를 만들어주는 좋은 상태, 반대로 앞으로 행동과 결정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나쁜 상태를 구분하자. 좋은 것과 나쁜 것, 논리적인 것과 감정적인 것, 내 기분과 타인의 기분 사이에서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이렇게 피드백 고리를 계속 왕성하게 돌린다면, 그래서 건강하고 균형 잡힌 피드백 고리를 갖춘다면, 다가올 미래의 도전도 제법 잘 대비할 수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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