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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학읽기] 다윈주의 2.0 : 진화 방식도 진화한다 2024-05-1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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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읽기] 기계 속의 악마_4. 다윈주의 2.0 발제_아라차


다윈주의 2.0 : 진화 방식도 진화한다 


생물학은 진화를 통해 생명 현상을 이해한다. 진화는 생명의 하드웨어(신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정보 패턴과 제어 시스템)에서도 작동한다. 정보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세포의 미세한 변화들은 수십억 년 동안 진화를 통해 다듬어져 왔다. 생물 정보학과 후성유전학은 유전학을 넘어선 복잡한 정보 패턴을 연구하며, 다윈주의를 확장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다. 


2017년 영국의 한 간행물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두 개의 머리를 가진 편형동물이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이 생물들은 우주 실험에서 머리와 꼬리를 잘라낸 후 지구 궤도에서 관찰된 결과로, 후성유전학 연구의 일환이었다. 후성유전학은 유전자 너머에서 생물의 형태를 결정하는 인자들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이 실험은 전기적 패턴이 생물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이클 레빈은 전기적 패턴을 조절하는 실험을 통해 생물의 발생 과정에서 전기적 패턴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세포는 전하를 띠고 있으며, 세포막을 통해 이온을 펌프질하여 전위차를 유지한다. 전기적 전위차는 발생의 흐름을 따라 유전자 발현을 이끄는 기하학적 비계의 역할을 한다. 레빈의 실험에서는 발톱개구리 올챙이를 이용해 세포의 전기적 상태를 변화시켜 암세포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포를 변형시켰다. 전기적 패턴이 어떻게 유전자 발현과 형태 형성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암과 같은 질병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편형동물 플라나리아는 잘린 부위에서 머리나 꼬리를 재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레빈은 플라나리아의 전기적 패턴을 조절하여 머리가 두개이거나 꼬리가 두 개인 벌레를 만들어냈다. 이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동일하더라도 전기적 패턴의 변화가 형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후성유전적 정보는 유전자 외부에 저장되어 세대 간에 전달된다.(유전자 외부는 과연 어디인가?)

생물학적 형태를 이해하는 일은 선천적 장애나 암과 같은 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전기적 패턴화는 형태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재생의학에서 장기나 팔다리의 재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앞으로 생체계를 더 잘 이해하고 정보 패턴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장-바티스트 라마르크는 생물이 살면서 획득한 형질이 자손에게 유전될 수 있다는 진화이론을 제시했다. 이는 생물이 환경에 맞춰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윈은 진화는 방향이 없으며 돌연변이가 무작위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후성유전학 연구는 라마르크주의적 요소가 있음을 보여주며, 환경이 돌연변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존 케언스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는 세균이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속도를 높여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사례를 발견했다. 이는 세균이 유전체적 다양성을 통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적응적 돌연변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세포가 특정 유전자들의 돌연변이율을 높여 생존에 유리한 변이를 유도한다. 적응적 돌연변이 연구는 자연선택이 무작위적 변이에만 의존하지 않음을 보여주며, 다윈주의를 보완한다. 생물은 과거 경험을 통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이는 후성유전적으로 대물림될 수 있다. 생명은 과거의 경험을 학습하여 진화하며, 이는 열역학 제2법칙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적응적 돌연변이는 세포가 외부 힘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유전체를 능동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바버라 매클린톡은 옥수수 실험을 통해 염색체가 손상 시 다시 배열될 수 있고, 유전자가 위치를 바꿀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전체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자리바꿈과 이동성 유전자 요소들은 세포가 자신의 유전체를 재작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유전체의 변화가 무작위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제임스 샤피로는 세포가 자연적 유전공학을 통해 자신의 DNA 정보를 편집하는 메커니즘을 찾아냈다. 이는 정보가 단방향으로만 흐른다는 기존의 다윈주의 이론을 수정하게 만든다.

현대 생물학은 유전체가 읽고 쓸 수 있는 시스템임을 인식하고 있다. 라마르크주의적 요소가 포함된 새로운 진화 이론인 것. 적응적 돌연변이와 후성유전적 변화가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는 생물학의 패러다임을 확장시키고 있다.


암의 진화적 뿌리 추적하기

암은 생물의 진화적 과거를 들여다볼 창으로, 다세포 생명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질병이다. 지금까지 암 연구는 대부분 암을 치료하는 데 집중되었으나, 암을 생명 현상으로 이해하는 시각도 필요하다. 암의 특징으로는 돌연변이 속도의 급상승, 무제한의 세포 증식, 세포자살의 무력화, 면역계 회피, 혈관 형성, 물질대사 변화, 전이 등이 있다. 암은 모든 다세포 생물에서 발견되며, 이는 암이 오래된 진화적 기원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세포 생명체는 세포 간의 협력 계약을 기반으로 하며, 개별 세포는 생식세포를 통해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참여한다. 그러나 암은 이 계약이 깨지고 세포가 무제한으로 증식하는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암의 발생 원인으로는 방사능, 발암성 화학물질, 면역억제 등이 있으며, 종양 억제 유전자의 손상이나 면역계의 기능 저하도 원인이 된다.

체세포돌연변이 이론에 따르면, 유전자 손상이 축적되면 세포가 통제에서 벗어나 무제한 증식하고, 전이를 통해 다른 기관을 식민화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암의 특징들이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발생하는지 완벽히 설명하지 못한다. 

저자는 체세포돌연변이이론과는 다르게 암을 설명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암이 새로운 기능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숙주 유기체의 기존 기능을 도용한다고 보는 것이다. 암의 무제한 증식, 전이, 면역계 회피 등은 모두 오래된 생명체의 기본적인 생존 메커니즘을 모방한 것이다. 암은 단순히 무작위적인 손상의 결과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체계적인 반응으로 발생한다. 

저자의 이론에 따르면 암은 세포가 손상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는 오래된 생존 절차를 재활성화한다. 이를 컴퓨터의 안전모드에 비유할 수 있는데, 세포가 위협을 받으면 생명 유지에 필요한 기본 기능만 유지하는 초기 설정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암의 초기 설정 프로그램은 생명 기원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다세포 생명체가 출현한 시기(약 15억 년 전부터 6억 년 전)에 형성된 것이다. 암은 일종의 퇴행 또는 고대 꼴로의 초기화로, 격세유전적 표현형을 나타낸다.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들은 다세포성이 시작되던 시기에 다발을 이루었으며, 이는 최근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암은 단세포성과 연관된 유전자들을 과도발현시키고 다세포성 유전자들을 과소발현시킨다. 암은 돌연변이 속도를 높여 생존을 위한 변이를 일으키며, 이는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조상의 유전자 네트워크를 다시 깨우는 것이다. 돌연변이의 열점과 냉점이 존재하며, 암세포는 특정 유전자들을 보호하고 중요한 기능을 유지하려고 한다. 배아발생의 연관성도 중요하다. 일부 종양유전자는 배아발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유전자들이 다시 활성화되면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암의 격세유전이론은 암을 관리하고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암이 다세포 생명체의 본성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의 정보적 특징을 식별하여 조기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요약 : 후성유전학과 적응적 돌연변이 연구는 다윈주의를 확장하며, 생물의 진화는 단순한 무작위 변이 이상으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체계적 과정임을 보여준다. 암은 이러한 체계적 반응의 예로, 단순한 유전자 손상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세포의 오래된 생존 메커니즘의 활성화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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