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아닌 것과 생명을 단일한 틀 안에서 이어줄 수 있는 어떤 ‘빠진 고리’를 찾아온 결과, 이고리에 자리하는 통일적 개념이 바로 정보임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정보는 이 세계에서 실제로 차이를 만들어내는 원인이 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정보와 에너지, 열과 일을 짜 엮는 법칙들이 정보이론의 렌즈를 통해서 보기 시작했다. 시발점은 바로 맥스웰이다. 맥스웰은 분자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길을 다 따라갈 수 있을 만큼, 재주를 매우 예리하게 갈고닦은 ‘악마’라는 존재를 설정한다. 이는 혼돈에서 질서를 불러 일으키지만 추상적인 정보의 세계와 분자들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첫 암시를 주는 존재이다. 처음에 맥스웰이 그 악마를 등장시킨 의도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아닌, 그보다 훨씬 단순하고 더 실제적인 물음을 밝히기 위함이었다. 곧, 열이란 무엇인가? 열역학 제2법칙은 열에너지를 모두 일로 전환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열이 반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친숙한 사실을 설명해내는 법칙도 바로 제2법칙이다. 물론 에너지를 쓰면 열을 차가운 쪽에서 뜨거운 쪽으로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다 아는 사실.. 우주의 엔트로피는 결코 내려가지 않는다. 19세기 중반 열, 일, 엔트로피, 열역학 법칙들의 기본 원리들이 잘 정립되어 열의 속성들이 물리학과 아무 걸림 없이 조화를 이룬다고 믿고 있었을 때 그때 맥스웰의 악마가 뒤따라 왔다. 바로 맥스웰이 제시한 간단한 추측 하나가 열역학 제2법칙의 기초를 공격하여 새로 찾아난 이 이해를 전복해 버렸던 것이다. 맥스웰은 어떤 교묘한 장치를 써서 아무 에너지도 쓰지 않고 빠른 분자들과 느린 분자들을 분리해낼 수 있다고 가정한 후, 이는 결과적으로 온도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고 그 온도 기울기를 이용해 열기관을 돌리면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절차를 이용하면 균일한 온도의 기체로 출발해서 그 열에너지의 일부를 아무 외적 변화 없이 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가증스럽게도 열역학 제2법칙을 위반하게 될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시간의 화살을 거꾸로 돌려 일종의 영구 운동을 이루어낼 길을 열게 될 것이었다. 맥스웰의 기체 상자 사고 실험에서 빠르게 운동하는 분자와 느리게 운동하는 분자의 범주를 나누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악마는 분자들의 속력과 방향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얻어야만 한다. 정보를 물리학 안으로 들인 이 자체가 어떤 과학 혁명을 향한 문을 열어 젖힌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란 정확히 무엇인가? 정보는 분명히 이 세계에서 물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생물에서 그렇다. 저장된 정보에 변화가 생기면 진화의 과정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는 세계에 차이를 만들어낸다. 정보가 ‘인과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어떻게 추상적인 정보를 물리적 대상들로 이루어진 구체적 세계와 연결할 수 있을지, 그 길을 알아내는 것이 과학의 도전과제이다. 섀넌은 정보를 비트로 양화하는 자신의 수학공식이 음수부호를 제외하면 물리학자들의 엔트로피 공식과 동일하다는 것을 간파했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정보가 엔트로피의 반대임을 암시한다. 개개 입자들은 세부적인 면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 입자들을 전반적으로 평균한 것을 기준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평균을 취할 때마다 정보가 얼마 사라진다는 것이다. 즉 정보는 우리가 아는 바에 관한 것이고, 엔트로피는 우리가 모르는 바에 관한 것이다. 엔트로피는 보는 자의 눈에 달려 있는 것이고 정보는 측정되고 있는 계에 관한 무지 또는 불확실성 정도의 감소이다. 세계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정보라면, 우리는 정보를 어떤 식으로 보아야 할까? 정보는 물리계들을 지배하는 법칙들의 단순 노예일까? 아니면 정보 혼자서도 실제로 일을 할까 아니면 물질의 인과적 활동을 추적하는 표지물에 불과할까? 정보의 흐름을 물질이나 에너지의 흐름으로부터 따로 떼어낼 수 있을까? 이 물음들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와 물리법칙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한다. 1920년 헝가리계 유대인 실라르드 레오는 맥스웰의 사고실험을 발전시켜 <지적인 존재가 개입하여 열역학계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맥스웰의 설정을 단순화하여 상자 안에 분자가 단 하나만 담긴 경우를 고려했다. 이를 통해 약간의 지식-위치정보-으로 무장한 악마가 분자를 가진 무작위적인 열에너지의 일부를 방향을 가진 유용한 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함을 밝혔다. 이렇게 열역학 제2법칙의 기초 전체가 크나큰 위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정보를 입수하는 과정이 악마의 작용이 가지는 모든 이점을 무효로 만들 것임을 암시한다. 제2법칙을 거슬러 나아가려고 하면 치러야 할 엔트로피 대가가 있다. 실라르드는 측정에 드는 비용이 바로 그 대가라는 합리적인 결론을 내렸다. 1950년대에 이르러 컴퓨터 과학자들은 컴퓨터 자체가 물리적인 장치이기 때문에, 컴퓨팅의 법칙들이 그 컴퓨터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물리적인 법칙들-특히 열역학의 법칙들-과 어떻게 맞물리겠느냐는 물음이 생긴다.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 란다우어는 컴퓨터의 물리적 한계에 관심을 가졌다. 왜 컴퓨터에서 열이 발생할까? 컴퓨터는 데이터를 입력받아 처리해서 답을 출력하고 저장된 정보를 되돌릴 수 없게 삭제한다. 지우는 일은 열을 발생한다. 그리고 이는 엔트로피를 뜻하기도 한다. 조금의 열도 만들어내지 않고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를 설계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바로 궁극의 컴퓨터! 그는 1비트의 정보를 지울 때 필요한 최소 엔트로피량을 계산했고 지금은 그 결과를 란다우어 한계라고 한다. 논리적 연산과 열 발생이 연결되어 있음을 입증한 란다우어는 물리와 정보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발견했고 이때의 ‘정보’는 실라르드가 썼던 추상의 악마 같은 의미가 아니라 오늘날 산업에서 이해하고 있는 매우 구체적인(곧, 돈과 관련되는)의미를 가진다. 란다우어 이후, 정보는 물질에 단단히 뿌리박게 되었다. 모든 정보는 물리적인 대상과 결부되어야 하며 홀로 떠도는 것이 아니다. 정보는 갖가지 물리계에서 물리계로 전달될 때에도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렇게 기질로부터 독립성을 가진 탓에 정보가 ‘자신만의 생명을 가진 것’처럼 자율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러면 정보는 실재하는 것일까? 저자는 감히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는 실재한다고 대답한다. 곧, 정보는 정말로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정말로 인과력을 가지고 있다고 역설한다. 최근 메릴랜드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자진스키와 두 동료는 지능을 가진 행위자로 작동하는 악마, 지각력을 가지고 있으나 마음은 없는 장치-악마 자동인형-를 생각해내고 그것을 정보엔진이라고 불렀다. 정보엔진은 정보를 메모리 레지스터에 적는 동안 단일한 열원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에너지를 빼내어 그 에너지를 써서 중력을 거슬러 질량을 들어 올린다. 그들이 상상한 엔진은 정보를 열로 바꾸거나 빈 정보 레지스터에 엔트로피를 버리는 방법으로 일을 한다. 기존 엔진들은 열을 이용해서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파괴한다(말인즉슨, 엔트로피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열역학 제2법칙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제2법칙을 위반하지 않으면 다른 어딘가에서 엔트로피가 발생해야 하는데 놀랍게도 엔트로피가 발생하는 곳은 바로 기억이었다. 악마는 열을 일로 바꾸고 정보를 기억에 축적하는 데 성공했다. 유입되는 정보 스트림을 저장할 용량이 크면 클수록, 악마가 중력을 거슬러 들어올릴 수 있는 질량도 커진다. 사실 자진스키의 엔진은 거꾸로 돌려 정보를 지울 수 있다. 정보 지우기에 드는 비용을 중력 퍼텐셜에너지로 치른다. 완전히 비었거나 일부가 빈 기억 레지스터는 악마가 엔진으로 작용할 때 소비하는 열역학적 자원 역할을 한다. 정보를 지우는 것이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면, 빈 기억을 획득한다는 것은 연료를 주입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맥스웰의 사고 실험으로부터 140년여 년이 지난 지금, 계와 악마 사이에서 직접 교환되는 것은 열이 아니라 정보뿐이라는 놀라운 결론이 도출되고 있다. 측정과 되먹임 제어 활동이 전적으로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외부 행위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생명이 쓰는 기계 장치의 핵심에는 DNA와 RNA가 있다. 이 두 분자들이 고도의 열역학적 효율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줄 미세한 기계들을 단련시킨 것은 자연이다. RNA 중합효소는 DNA를 따라 기어가면서 그 디지털 정보를 한 글자 한 글자 RNA에 복사하는 일을 하는 미세한 모터이다. 그 효소가 한 걸음씩 나아가며 그 자리에 있는 글자들을 복사해 추가할 때마다 RNA 가닥은 길어진다. 이 메커니즘이 맥스웰의 악마가 되는 이론적 한계에 매우 가까이 접근해 있으며 거의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옮겨적다가 오류가 밝혀지기도 하지만 오류는 수정될 수 있고 실제로 수정된다. 또한 세포 생식 과정 전체가 에너지/엔트로피 측면에서 드는 비용이 얼마만큼인지 제레미 잉글랜드는 세균을 이용하여 이 문제를 분석했다. 그는 대장균이 열역학의 이론적 하한선으로 설정한 것보다 6배 정도의 열만 만들어냄을 밝혀냈고 거의 나노기계 수준만큼 효율적임을 알아냈다. 생명이 가진 이 놀라운 열역학적 효율은 바로 정보 때문이다.
생물에는 정보가 넘쳐 흐르며 그 모두는 엔트로피 비용을 치러야만 한다. 생물은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기술을 거의 완벽히 할 필요가 있었다. 생명의 정보란 단순히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처리되는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생물은 컴퓨터이다. 오직 생명의 계산 매커니즘들을 풀어내야만 생명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