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미나_기계속의 악마] 3장 생명의 논리 2024.05.14. 라라 우리가 무엇인가 대해 안다고 말할 때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논리(기전, 메커니즘, 작동원리)를 안다면 그것에 대해 안다고 할 수도 있다. 폴 데이비스는 모든 사물(생명을 포함)을 물리학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면 그 사물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것의 이치를 알 수 있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생명의 논리를 모른다고 하여도 내 몸은 계속 활동하고 있지 않은가! 생명에 대해 콕집어 인간의 생명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높았던 적이 있던가. 인간의 생명을 더 늘리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더 고귀하거나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생명의 논리를 알고자 하는 것 같다. 폴 데이비스는 생명을 화학패턴과 정보패턴의 혼합이라고 설명한다. 정보 패턴들이 화학적 활동을 제어하고 조직한다고 본다. 앞 장에서 생물은 컴퓨터라고 했다. 프로그램(정보)이 연산(화학)을 제어하는 것처럼 생명도 컴퓨터의 작동원리에서 설명하려고 한다. 1928년 힐베르트는 수학 자체의 내적 무모순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무오류 계산기계가 가능할까? 힐베르트는 알지 못했지만 결코 멈추지 않을(결정문제, 멈춤문제) 계산 기계에 대해 생각했다. 무한과 그 너머 수학의 무모순성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1901년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이 진술은 거짓이다.”에서 자기지시의 역설은 모든 형식적 추리 체제 안에 역설이 있음을 짚어냈다. 1931년 괴델은 산술에서 참인 모든 진술들이 참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무모순적인 공리 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어떤 유한한 공리체계도 자기 자신의 무모순성을 증명하는 데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산술 규칙들은 산술이 언제나 무모순적인 결과를 산출하기에 자기 자신을 써서 증명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수학의 세계는 무진장의 새로움이 내재하고 있고 한계가 없는 지성-신-이라도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이다. 1936년 수학자 앨런 튜닝은 괴델과 히베르트의 연구 업적으로 컴퓨터의 기원인 범용 계산기(universal computer) 즉 “계산 가능한 수열이라면 무엇이나 계산하는 데 쓰일 수 있는 단일 기계”를 생각했다. 튜링의 기계가 대답을 출력하고 멈출 것이냐 그러지 않을 것이냐를 미리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진술이 결정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도 증명할 수가 없다. 생명을 가진 유기체에 구현된 논리적 짜임새는 논리학 자체의 공리를 반영한다. 생명을 정의하는 자기복제는 계산 개념을 지탱하는 명제논리와 자기지시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내적표상-자기 자신을 행위자로 행동하고 주변 환경을 자신에 맞게 바꾸고 에너지를 쓰는 존재-을 구성해내는 능력이 곧 논리학의 규칙(생명의 논리)이라는 것이다. 수학의 결정 불가능성은 우주의 창조적 잠재능력이 언제까지나 무제한임을 보장해 준다. 풍요로움에 한계가 없다. 다양성과 복잡성에 끝이 없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복사하는 기계 앨렌 튜닝의 범용 계산기와 폰 노이만의 범용 제작기(universal constructor,UC)의 개념으로 생명의 논리적 짜임새를 유추할 수 있다. UC는 무언가를 만들도록 하는 능동적인 명령과 수동적인 데이터를 다룬다. 생체 세포에 논리적 조직성은 폰 노이만의 자기복제 기계가 가진 논리적 조직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명령이 수동적인 데이터로 전환되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 결정하는 감독기(세포기관)는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복제가 단순히 복사가 아니라 진화 능력을 갖춘 복제를 하고 있기에 무분별하게 복제할 것 같은 지구상의 생물계는 견제와 균형으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생명게임 폰노이만의 모형 세포 오토마타(cellular automaton CA)는 정보와 생명의 연결성을 조사하는 데 쓰이는 도구이다. 세포 오토마타를 연구하는 까닭은 생명과 연결성은 없더라도 생명의 논리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괴델식의 결정 불가능성의 힘은 생명 게임 패턴에서 저만의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서도 움직임은 논리적으로 이루어진다. 논리의 구속을 강하게 받아도 예측 불가능한 새로움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생명(과 의식)에도 물리적 기질과는 독립적으로 정보 패턴들로 설명할 수 있다. 물리적 연결이 없다고 해도 정보전달(예측성 정보전달)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상관성) 에담스와 워커는 세포 오토마타에 생물과 환경 표상으로 각각 두고 컴퓨팅한 결과 상태의존적 동역학이 복잡성과 다양성을 이루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제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생물학자가 라디오를 고칠 수 있을까? 유전자 하나(유전자 집합)와 생물학적 형질 사이에는 연관성이 없다. 수많은 형질들은 전체로서의 계를 셈에 넣을 때만 떠오른다. 상호작용하는 유전자들의 네트워크 전체, 비유전적인 인자들, 환경(후생유전적인 인자들)을 고려해야 유기체를 판단할 수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벌, 개미등은 공동체의 집단적 조직성까지 고려해야 설명할 수 있다. 환원의 반대인 떠오름emergence[창발]은 새로운 성질과 원리로 인해 더 높은 수준의 복잡성이 출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명의 모듈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꼭 모르더라도 생명 전체로서의 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설명할 수 있다. 계 생물학system biology[시스템 생물학]에서는 생물의 세포화학적 분석을 단순화하여 생물의 작동의 원리보다는 생물의 목적과 기능에 중점을 두는 학문이다. 분자적 부분들은 거론하지 않고 정보의 흐름과 소프트웨어의 관점(프로그램)만으로 생명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것은 물질이지만 정보의 패턴 ‘정보의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다면 생명체들의 물질 구조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다. 사람이 지각할 수 있는 것은 화학회로(패턴)이지만 정보의 중요성을 안다면 이제 생명을 분자적 조직성(하드웨어)과 정보적 조직성(소프트웨어)으로 이해해야 한다. 생물학적 회로들과 생명의 음악 생명의 회로들은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이루며 곳곳에서 효용성을 높이는 반복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네트워크 선율은 논리 기능인 AND게이트나 OR게이트를 이용하여 진화에 작용하고 있다. 이 반복 선율이 생명에 중요한 이유는 튼튼함robustness과 융통성versatility 때문이다. 단순한 이 설계원리로 다량의 구조물을 다양한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다. 생명체의 다양한 네트워크 (물질대사, 신호변환, 신경)들은 서로 엮여서 서로에게 안긴 구조로 정보 흐름을 형성한다. 전사인자들이 개별적으로 집단적으로 세포과정을 조절한다. 이런 원리에 입각해 과학자들은 세포의 회로도를 풀어가면서 재설정한다. 이는 곧 질병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 수 있다. 생물을 재배선하는 일이 실현되면 즉 ‘전자공학적’으로 의학을 설명한다면 질병은 치료할 수 있다. 모듈로서의 유전자 네트워크 생물학적 회로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몇 가지 단순한 기본원리로 작동된다. 특정 활동 패턴으로 출발을 지정해 놓으면 네트워크는 단계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지켜볼 수 있다. 효모의 세포주기를 제어하는 유전자 네트워크처럼 생명의 정보 흐름 또한 복잡하기는 해도 소프트웨어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고 이는 곧 전자회로처럼 이해될 수 있다. 네트워크 이론은 정보가 ‘저만의 생명’을 가질 수 있다는 시각을 마련해준다. 직접적인 화학작용이 없더라도 인과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화학적 연결이 되어 있더라도 정보연결은 되지 않을 수 있다. ‘인과성 없는 상관성’이 생물학적 네트워크에서는 이루어진다. 비슷하게 보이는 네트워크라고 해도 서로 다른 정보 흐름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정보 패턴의 동역학과 ‘회로’의 사이에는 명백한 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정보 패턴에 관심을 두고 그것을 떠받는 기저 네트워크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 ‘배선’만 신경쓰면 된다는 것이다. 집단 지능 개미 연구를 통해 생명의 조직화 과정에서 사회적 곤충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존재함을 알아냈다. 의사소통을 하면서 집단적 정보처리 능력은 향상되고 떼의사결정swarm decision-making도 이루어진다. 정보이론이 적용되고 있다. ‘꼬리 물고 가기’,‘꼬리 물고 되돌아 가기’등은 음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 및 정보지우기의 동역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곤충뿐만 아니라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도 개체끼리 집단끼리 정보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부터 시작해 심해 분화구의 생태계, 열대우림의 생태계까지. 지구상 생명에게도 이런 특징이 있다면 우주의 다른 생명체도 비슷할 것이다. 형태발생의 수수께끼 우리 몸에 모든 세포는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다. DNA에 담겨진 정보는 유전형이라고 하고 실제 물리적 세포는 표현형이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미분화세포가 지정된 장소에서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한다. 화학적 네트워크와 정보관리 네트워크가 엮어내는 것이다. 개개 유전자는 혼자 활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유전자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한 유전자에 의해 발현된 단백질은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거나 향상시킨다.
성게의 발생 단계에서 유전자의 네트워크의 동역학을 확인했다. ‘전자공학적 사고’로 정보 흐름을 추적하고 구조적 특징을 연결하면 생명(생물)의 분자적 수준에서 사회적 조직에 이르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생명의 유전 정보가 세대를 거쳐 수직적으로도 이동하는데 그것은 다음장에서 설명하도록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