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문학] 보르헤스 읽기 :: <픽션들> #2 후기2019-02-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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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2일  

1: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              


 바빌로니아의 복권의 첫 문장은 전체 이야기를 이렇게 요약한다. <나는 바빌로니아의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총독이었습니다. 모두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노예였습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보르헤스는 총독이나 노예를 두 개의 다른 개별자로 구분하기보다 그들을 동시에 양산하고 있는 구조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은 다시 구조를 만드는데, 보르헤스는 이 사이를 오가며 주기적인 <도서관>을 거닐고,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와 인물들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등장시키는 방식을 무한히 반복한다. 특히,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을 탐정 소설이라 하였는데 이는 이야기를 찾아나가는 방식, 회고적 시간 구조 때문이다.

Z - y1,y2 - (x1,x2),(x3,x4)

 회고적 시간 구조라 함은 단지 그것을 기술하는 방식이 시간역행적이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요소에서 시간 역행적인 세계를 엮는 것이다. 1부 마지막 단편에서 키가 큰 남자스티븐 알버트에서 알버트라는 도시명으로 확장하도록 구성함으로써 한 인물의 죽음, 한 이야기의 마지막이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통해 시공간을 확장하고 새로운 의미를 얻도록 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끊임없이 화자와 청자, 독자의 위치가 교차하고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였고, 독자로서 무의식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이야기의 디딤돌이 갑자기 없어진다든가, 보르헤스가 만든 구조 어딘가에 어느새 합류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독자는 더이상 단단한 위치의 방관자가 아니라 이야기 속 누군가와 함께 바라봄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애초에 없던 사람 혹은 내가 몰랐던 사람이 되기도 했다. 하나의 이야기는 부유하는 주체를 통해 여러가지 이야기로 확장되고 독자는 여러 번 다른 시공간에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어떤 것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틀뢴의 언어와 <도서관>, 푸네스의 기억은 같은 결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졌다. 보르헤스는 1부 여덟 단편에 걸쳐 이렇게나 달라 보이는 여러 가지가 한 지점으로 모이도록 하는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으로 데려간다. 그가 의도했는지 않았는지도 알 수 없는 요소들을 단서들로 모으고 오리고 붙이는 즐거움이 정원 곳곳에 숨어있었다.

 

<참고할 책들>

움베르토 에코 <나는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에는 바벨의 도서관에 관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외에도 카프카 <>, 카프카 <가장의 근심>, 페소아, 들뢰즈, 테드창<당신 인생의 이야기> 등 여러 레퍼런스로 확장하며 1부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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