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리딩R&D] 루프양자중력으로 만나는 새로운 시간2021-08-2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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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제5장 블랙홀 발제.hwp (95.5KB)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5장 블랙홀이라는 이상한 시간펌프

 

까를로 로벨리의 양자중력 연구는 양자의 세계와 중력의 세계를 결합한다. 양자세계는 우리 눈으로 감각할 수 없는 미시세계이다. 중력을 설명할 때는 일반상대성이론이 적용된다.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중력은 시공간의 휘어짐이다. 중력은 모든 세계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모두가 알다시피 지구의 중력과 달의 중력은 다르다. 그렇다면 당연히 지구의 시공간 휘어짐과 달의 시공간 휘어짐도 다르다는 말이 된다.

 

특히 이번 장에서 까를로 로벨리는 블랙홀을 중심으로 시간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까를로 로벨리는 양자중력을 통해 우주의 각 지역에서 중력이 달라지는 현상, 즉 시공간의 휘어짐이 달라지는 현상을 포착하려 한다. 시간을 중심으로 이야기한다면, 우주의 각 지역에서 시간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흐른다. 시간의 속도도 다르지만, 방향 역시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과연 우주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고 있을까?

 

까를로 로벨리는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아슈테카르, 스몰린과 함께 루프 연구를 이어갔다. 루프에는 교차점(공간 알갱이, 입자)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루프들은 이 교차점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물질의 부피는 입자의 개수이며, 면적은 네트워크 연결선(루프 개수)을 의미한다. 까를로 로벨리 팀의 발견 이전에 수학자 로저 펜로즈도 스핀 네트워크를 고안해냈다. 로저 펜로즈는 상상만으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한 모델을 창조해낸 셈이다.

 

루프이론이 활발하게 받아들여지고 이용되는 분야는 우주 쪽이다. 루프양자중력이 응용되는 분야 중 하나로 초기 우주인 빅뱅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스티븐 호킹은 블랙홀이 뜨겁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밝혀냈는데, 이렇게 열이 발생하려면 물질의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호킹은 블랙홀이 에너지를 잃으면서 증발하는 현상을 호킹복사라 부르기도 했다. 까를로 로벨리는 블랙홀을 뜨겁게 할 정도로 빠르게 진동하는 물질이 바로 루프라고 보았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으며, 팽창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루프이론은 최근에 빅뱅이 우주의 시작점이 아니라 우주의 수축 이후에 나타난 반동(되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도대체 우주의 시간은 어떤 방향이나 속도로 흐르고 있기에 빅뱅 이전의 현상이 관측되는 것일까? 까를로 로벨리는 빅뱅 이전의 우주에 대해 더 상상하기보다 이전이라는 시간적 표현이 우주에서 과연 적절한지를 묻기 시작한다.

 

고전이론에서는 물질이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 부피가 사라지고, 밀도와 온도가 무한대에 가깝게 응축되다가 사라진다고 보았다. 이런 사라짐은 사실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루프이론에서는 별이 붕괴하면 그 안에서 붕괴를 막는 효과가 생겨나고 붕괴와 반동(폭발)이 반복되면서 블랙홀이 생성된다고 설명한다. 블랙홀은 지금도 붕괴와 폭발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별이다. 어떻게 붕괴와 폭발이 그렇게 오랜 시간 계속될 수 있을까?

 

여기서 오랜은 우리가 보는 관점일 뿐, 블랙홀 내부의 시간은 전혀 다르게 흐른다. 블랙홀 내부에서 일어나는 별의 붕괴는 중력장을 강력하게 만든다. 이 강력한 중력장이 우리에게 수백만 년의 시간을 블랙홀 내부에서는 1초 정도로 느리게 흐르도록 한다. 블랙홀 내부에서 시간은 거의 정지된 듯 아주 느리게 흐르고, 스티븐 호킹이 말한 증발(‘호킹복사’)을 통해 점점 질량이 줄어든다. 블랙홀의 표면(지평면)이 사라지면 물질은 양자중력으로 분해되고 소멸한다.

 

블랙홀은 이처럼 우리의 고정된 시간 개념을 어지럽게 만든다. 시간은 우리가 과거에 이해했던 방식으로 흐르지 않는다. 루프양자중력은 블랙홀 연구를 통해 우리에게 아주 낯선 시간을 만나도록 해 주었다. 물질의 움직임 사이에서 시간은 변형되고 속도와 방향을 알 수 없는 존재가 된다. 까를로 로벨리는 이런 블랙홀을 시간분쇄기, 혹은 시간펌프라고 부른다. 어쩌면 우주를 이해하는 일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이해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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