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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리딩R&D] 아인슈타인의 베일 5장 - 정보로서의 세계2022-12-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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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베일> 5장 정보로서의 세계



실재와 정보는 동일하다


우리는 세계가 어떤 속성들로 ‘저 밖에’ 존재한다고, 우리와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전제한다. 진실은 정반대일지도 모른다. 양자역학으로 세계에 대한 새로운 근본원리들이 생겼다. 우연과 중첩과 양자적 얽힘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원리들은 기존의 일반적 상식 – 고전물리학적 세계관 – 과 배치된다. 보어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연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물리학의 과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이다. 물리학의 과제는 오히려 자연에 대해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실재는 항상 우리가 각자의 표상과 경험 을 토대로 구성하는 어떤 것이다. 실재는 관찰 결과를 통해 구성된다. 관찰이 없다면, 측정이 없다면 우리는 그 어떤 속성도 계에 부여할 수 없다. 특정한 관찰 맥락에서 우리가 한 계에 부여한 속성들이 다른 관찰 맥락에서도 존재한다고 전제할 수는 없다. 관찰자들의 의견 일치는 아마도 우리로부터 독립적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할 것이다. 


양자역학의 다양한 이중슬릿 실험은 위치와 물리량을 동시에 알 수 없고, 중첩과 상보성의 개념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을 보여준다. 이는 ‘삶’과 ‘죽음’이 동시에 존재하고,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는 비상식적인 사실을 함축한다. 한 쪽의 측정은 다른 쪽의 물리량을 무한대로 만들거나, 한 입자의 관찰과 동시에 다른 한 쪽은 중첩을 끝내고 붕괴한다. 우리는 중첩의 이론적 존재를 알지만 붕괴 이후의 세계만을 마주한다. 이처럼 관찰 결과로 구성된 실재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가장 작은 물리량을 가진 정보로 실재를 구성할 수 있다. 정보의 가장 기초적이고 근본적인 요소는 간단한 예(1)-아니요(0) 선택지이다. 정보 과학에서는 이를 1비트의 정보로 나타낸다. 가장 기초적인 양자계는 한 비트의 정보에 대응한다. 1비트의 양자 정보로 양자역학적 ‘우연’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흐-첸더 간섭계의 입자가 간섭계 속에서 택한 경로를 알았다면, 계가 보유한 단 한 비트의 정보는 이미 사용되었다. 경로 확정에 그 정보가 사용됐기 때문에 다음 탐지 장치에서는 확정할 수가 없다. 계를 규정할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1비트의 정보 개념으로 상보성과 얽힘도 설명이 가능하다. 숨은 변수도, 도깨비 작용도 들어올 구석이 없다. 


우리는 자연에 대해 한 개 반의 질문을 던질 수 없다. 충분히 적은 정보를 보유한 계들은 자동적으로 일종의 양자 구조를 가진다. 이는 불가피할 뿐 아니라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의 필연적인 구조이다. 세계에 대한 정보는 양자화되어 있고, 오직 정보의 도움으로 세계에 대해 무언가를 진술할 수 있다. 정보 혹은 앎이 우주의 근본 재료이다. 실재와 정보는 동일하다. 실재에 대한 정보 없이 실재를 언급하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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