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리딩R&D] <물은 H₂O인가?>우리는 꽤 터무니없는 것들을 믿고 있다2023-06-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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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R&D] <물은 H₂O인가?> 3.2 원자화학에서 다양성과 수렴 _ 발제


우리는 꽤 터무니없는 것들을 믿고 있다


물의 분자식 H₂O는 원자화학의 복잡한 역사를 거쳐 합의되었다는 사실. 저자는 19세기 전반의 원자화학의 복잡한 역사를 사례로 과학의 다원주의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다원주의는 확실히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소화해야 하는 시끌법적하고 유쾌한(?) 과정이다. 과학은 항상 단순하고 정교한 특성을 가진다는 암묵적인 인식에는 상당한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19세기 전반, 원자가 무엇인지 알려면 ‘원자들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야’ 했다. 어떤 유형의 작업들을 할 수 있고, 그 작업의 결과로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업에는 항상 특정 전제들이 필요하다. 자를 이용해서 길이를 측정할 때도 자 자체의 길이가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와 ‘길이’에 직관적 이해가 있어야 하듯이 말이다. 앞서 등장했던 돌튼은 원자들에 무게를 부여하면서 원자를 분류했다. 원자의 무게는 동등성(당량)이나 결합에 의해 측정하는 방법이 있었다. 부피를 측정하여 원자들의 상대적 개수를 알아내기도 했다. 비열로 개수를 세기도 했다. 전기분해로 합성과 분해의 방법을 고수하는 화학자들도 있었다. 이런 작업들이 원자의 개념에 도달하는 방식들로 경쟁했다. 경쟁 시스템들이 놀랄 만큼 많았다. 화학자 각각이 하나씩 이론을 가지고 있다시피 했다. 저자는 다섯 가지 실천 시스템들에 주목했다.


무게 유일 시스템은 오직 무게만 다뤄서 원자를 상정하고자 했다. 전기화학적 이원주의 시스템은 전기분해의 산물들로 원자를 분석했다. 화합물을 양전하를 띤 부분과 음전하를 띤 부분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아보가드로는 무게 측정과 부피 측정을 공동으로 다루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의 시스템에서 물은 한결같이 H₂O였다. 1830년대부터 1850년대까지는 치환-유형 시스템이 유행했다. 유형이란 서로 유관한 물질들의 집합으로 만든 구조적 견본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물 유형에는 물, 에틸 알코올, 에테르 등이 있다. 기하학적-구조적시스템은 분자들의 진짜 기하학적 구조를 알아내는 작업이었다. 이 시스템은 다른 시스템들에서 얻은 결과들에 많이 의존했다. 공이나 벽돌 형태가 아닌 공-막대 분자 모형이 여기서 처음 나왔다. 


이처럼 19세기 중반 원자화학의 모습은 매우 복잡했다. 각각의 실천 시스템들 사이의 경계가 뚜렷한 것도 아니었다. 상호관계가 복잡하고 역동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물질들이 다수 발견되었고, 원자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서, 유기물질들을 분류하고, 다양한 화학반응들을 예측하고 설명할 수 있었다. 1860년대 이래로 원자량들과 분자식들에 대한 강한 합의가 이뤄졌다. 저자는 “이 합의가 단순하고 행복한 종결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어떤 유형의 명확한 종결도 아니었음”을 강조한다.


원자화학 이야기는 과학에서 다원주의의 작동을 잘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심지어 화학자들 자신이 명시적으로 다원주의를 언급한 경우도 있다. 다양한 실천 시스템들의 행보를 단지 과도기적 징후로만 봐서는 안 된다. 과학적 성취들은 한계가 역력하고 다수의 시스템들이 계속 작동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의문의 여지없는 H₂O같은 영원한 성취들이 있다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과학에서 절대적으로 영원하며 변경 불가능한 성취란 없다는 점이다. 특정한 성취는 어떤 특정한 경계 안에서만 누릴 수 있다. 꽤 많은 경우 우리는 터무니없는 것들을 계속 믿고 있다. 그것도 희망을 품으면서 말이다. “우리는 단지 우리의 성공을 증가시키리라고 스스로 진지하게 믿는 바를 실천하면서 최선의 결과를 바랄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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