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기억 타자 나는 젊은 시절의 나를 어느 벤치에서 만났다. 그것은 아마 젊은 시절의 나의 꿈속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서로의 꿈속의 서로 다른 시간의 나인지도...... 나는 또 다른 나를 보는 것에 공포와 사랑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두 개의 나는 서로 너무나 다르다. 마치 타인처럼. 결국 우리는 서로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마치 천천히 여름밤이 오는 것처럼 다가오는 실명과 죽음을 예감한다. 우리는 다음 날 만나기도 약속했지만 나는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았다. 아마 그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울리카 나는 울리카라는 여인을 <노던 인>이라는 여관의 라운지에서 만났다. 노르웨이인이었던 그녀에게 나는 매혹되고 함께 산책을 했다. 북유럽 신화인 <불숭사가>에 나오는 인물인 시구르트를 거론하며 그가 나은 듯, 부린힐트가 그녀인 듯하다는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기억을 잃어버린 시구르트가 군나드의 부탁을 받고 부린힐트를 데리고 오는 도중에 하룻밤을 보낼 때 둘 사이에 놓인 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동침하지 못할 것을 염려했지만 결국 우리는 함께 밤을 보냈다. 그녀는 나의 진짜 이름인 하비에르를 부르고 나는 욜리케의 이미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유하게 되었다. 의회 나, 알레한드로 페리는 고향을 떠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지내다 <대리석 기둥들>이라는 시집을 낸 이랄라의 소개로 <의회>의 일원이 되었다. <의회>의 사람들은 우루과이 출신의 알레한드로 글렌꼬(의장)를 중심으로 모든 나라의 사람들을 대표하는 <세계적 의회>를 만드는 목표로 매주 토요일 <가스등카페>에 모였다. 일종의 꿈과 같았던 <의회>는 서두르지 않고 회원들의 이름과 성에 대해 알아가게 만들었다. 의장의 조카인 페르만과 앙숙이 되는 사건이 생기기도 하고 이랄라와 함께 알레한드로의 농장에 가기도 했다. 그곳에서 과묵하게만 보였던 알레한드로씨는 단호한 지도자 행세를 했다. 이후 나는 자료를 조사하기 위해 런던에 가서 베아트리스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나의 이야기가 아닌 <세계의회>에 관한 일반적인 역사였다. 그러나 마치 역사가 그러듯 후자는 전자의 양식 속에 스며들었다. 그동안 트월은 끝없는 확장을 알레한드로에게 제안해 수많은 책들을 거금을 들여 사들이고 있었다. 나는 런던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건네려고 알레한드로씨에게 갔다. 그 때 알레한드로씨는 지하실에서 모든 책과 짐을 끄집어내 불태우라는 명령을 내렸다. ‘<세계의회>는 태초에 시작되었고 우리가 먼지가 될 때까지 계속될 거야, 그것에 속해 있지 않는 곳이란 아무 데도 없어. <의회>는 우리가 태워버렸던 책들이지.’라고 그가 말했다. 비밀스럽게 존재했던 세계이자 우리 자신이 <의회>였던 것이다. 더 많은 것들이 있다. 나는 어스틴의 텍사스 대학에서 삼촌인 에드윈 아네트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의 농장인 <라 까사 꼴로라도>는 그의 건축사 친구인 알렉산더 무이르가 지었다. 집은 맥스프리터리어스라는 외국인이 시세의 갑절의 돈을 주고 사갔다. 새로운 집주인은 집안의 있는 모든 물건들을 내버렸으며 무이르에게 찾아와 증축을 부탁했다. 하지만 무이르는 단화하게 거부했다. 이후 프리터리어스는 사람들 눈에 띠지 않았다. 고향에 돌아온 나는 미로를 뜻하는 피라네시 풍의 건축물에서 괴물인 미노타우루스를 보는 꿈을 꾸고는 <라 까사 꼴로라도>의 가구를 만들던 목소인 마리아니를 찾아갔다. 그는 프리터리어스가 마찬 사람이 틀림없다는 말을 했다. 태풍이 몰아친 어느 날 밤, 나는 그 집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사물들이 마치 사람의 사지를 연상케 하는 등 기괴한 생각이 들어 거부감과 공포심이 생겼다. 나는 이곳의 주인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이 비밀스러운 곳에서 그가 찾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졌다. 누군가 들어오는 것을 느낀 나는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 때 느리고 둔중하고 두 개로 갈라져 있는 어떤 것이 돌계단을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30>교파 <30>교파는 주거지가 금지되었으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며 모든 저축을 금지했다. <30>에 대한 추측은 다양하지만 그 교파가 탄생했던 케리오스에서는 ‘서른 개의 동전’이라는 비밀 교파가 남아 있다. 예수의 죽음에서 자발적인 배우는 예수와 유다뿐이었다. 이 교파의 사람들은 정해진 나이가 되면 스스로 모욕을 당하도록 만들면서 언덕의 꼭대기에서 십자가에 매달렸다. ‘하늘의 저주가 내리기를, 천사들의 증오가 내리기를......’ <30>교파에 대한 원고는 이 문장이 끝이었고 마지막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