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포스트휴먼] 1116_존재권력, 시간을 장악하는 힘2022-11-16 10: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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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마수미 [존재권력]_3장 지각 공격 발제_아라차



존재권력, 시간을 장악하는 힘



우리는 우리가 습관을 지닌다고 말하지만 사실 습관이 우리는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행동한 이후에 그것을 인식한다. 습관으로 형성된 과거는 계속 힘을 미치고 있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현재는 생략된다. 일종의 시간 자체의 중략 현상이다. 작동 순간을 생략하도록 작동될 수도 있다는 것. 여기에 매우 중요한 정치적-시간 문제가 있다. 


미국 군부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습관적으로 기억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국방성 산하 미군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핵심기구(다르파DARPA)를 두고 특정 작전 기술보다 근본적인 기술 혁신에 중점을 두고 스텔스 기능, GPS 기능, 인터넷 등의 혁신적 기술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의식한 것보다 먼저 지각하고 있다는 벤자민 리벳의 실험을 발전시켜 비의식적 지각 과정을 웨어러블 기술로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결국 지각 공격(Perception Attack)에는 실패했다. 


전쟁의 한 쪽에는 “힘에는 힘”이라는 전통적인 적용법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정보전, 심리전을 사용하는 연성 권력이 있다. 전쟁의 승리는 더 이상 공간을 점령하는 것에만 있지 않고 시간을 장악하는 힘에 있다. 승리를 위해서는 잠재적인 것, 비결정적인 것, 무형적인 것에 대해 항상 조처를 취해야 하는데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행동이 실제로 형성되기 전에 행동의 조건에 조처를 하는 선제성같은 사전 행동이고, 두 번째 방법은 지각에 조처를 하는 것으로, 지각을 조절함으로써 이미 후속 행동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 


현대 전쟁을 인식론적 전쟁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지각의 사전행동력 때문이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수준에서가 아니라 행동 능력이 형성되는 수준에서 작동하기 위해 지각에 주목해야 한다. 정보 지식과 의도적 행동 모두에 선행하는 결정-이전 프로세스, 앎과 행동이 구별되기 전에 행동능력으로서의 지각(perception). 이 수준에서 힘을 적용하는 모든 것이 존재권력이다. 존재권력은 삶이 다음에 취할 특정한 형태를 적극적으로 생산한다. 대상이 아무리 비가시적이더라도 실제적인 힘의 행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에서, 힘의 적용보다 더한 것, 힘의 잉여 또는 힘의 잉여 가치라고 말할 수 있다. 


힘-너머-힘, 비가시적으로 진행 중인 힘. 이 힘은 저항을 극복하는 힘이 아니라 “시간을 장악하는” 힘이다. 시간을 장악하는 힘은 기저 수준의(infra-level)의 힘이자, 기저-지각적이고, 기저 시간적이기도 하다. 지각 불가능한 것으로 시간의 엇박자, 행동과 반응의 리듬을 놓친 스텝, 한 순간과 다음 순간 사이의 생략된 현재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장악하는 힘이 하는 일 한 가지는 창발 조건을 변경하여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미래는 지각을 다룸으로써 접근할 수 있고, 지각은 주목으로 접근할 수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표면상으로 1990년대에 개발된 ‘충격과 공포’를 따르도록 고안되었다. 먼저 군사 및 민간 목표물에 대한 압도적인 공군력 행사로 군대 진입의 기반을 마련한다. 첫 번째 심층 타격은 반드시 적을 무력하게 만들 만큼 신속하고 광범위해야 한다. 재빨리 공포상태를 만들어 적을 완전히 취약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물리적 타격이 지각 공격의 역할도 하는 이중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아무리 공격이 깊고 압도적인 무력을 전시하더라도 무형적인 것들을 바꾸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충격과 공포는 역효과를 내버렸다. 적을 감명시킨 게 아니라 오히려 적을 도발하여 행동하도록 만들었다. 심층 타격이 주는 공포로 인한 마비는 적극적인 반격으로 변했고, 시간-기반형 영토형성은 실패했으며 지연과 중지의 전략도 미비했다. 민간시설과 도시까지 공격하는 대가치 공격, 바트당 몰아내기, 재건설 프로그램에서 대규모의 비효율과 사기가 판치는 등 엄청난 실패가 있었다. 전쟁의 무형적인 지형은 인간적인 것이 아니다. 만약 모든 것이 기저-순간에 달려 있다면, 그 곳이 무형적인 것들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곳이다. 미국 국내 전선에서도 지각 전쟁은 패배하고 있었고, 처음으로 미국인들은 다수가 전쟁에 반대하기에 이른다.


요약) 존재권력은 힘-너머-힘, 습관이나 반복처럼 시간을 장악하는 힘이며, 미래를 바꾸는 지각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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