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과학읽기] 적절한 규모, 중도에서만 얻어지는 답이 있다 <고양이와 물리학>결론까지2023-09-12 16: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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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물리학> 0912 경제학에서 에필로그까지 발제_아라차



적절한 규모, 중도에서만 얻어지는 답이 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의 마이크로와 매크로의 문제는 어떤 양상일까. 인간은 원자보다 훨씬 복잡하다. 인간들 사이에는 원자와 달리 희망, 공포, 흥분 등 감정이 흐르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소규모 인간의 미시적 행동을 파악하면 그걸 바탕으로 큰 집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이를 테면 경제학에서 호황과 불황을 미리 알 수 있을까? 인간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면 적더라도 이익이 발생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다. 행동경제학 게임 이론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불공평하다고 생각되는 거래를 보면 강한 반발감을 느끼고,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공정하게 임하지 않는 자를 처벌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도 예측을 어렵게 만든다. 비대칭 정보는 집단이 커질수록 복잡한 결과를 낳는다. 실제 경제는 국가 정책, 소비자 전망에서 시민들의 불안에 이르기까지 상호 연결된 구성 요소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복잡한 경제 시스템을 양자 이론으로 환원하는 방법이 유용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호황과 불황의 조건을 0과 1의 중첩으로 대체하여 양자 모델링하는 방법이 경제학의 미시와 거시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 


모든 복잡한 생명체는 DNA라는 간단한 형태로 환원될 수 있다. 생명을 물리학의 열역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시도는 꾸준히 연구 대상이었다. 저자는 물리학이 화학으로, 화학이 생물학으로, 경제학과 심리학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탐구한 끝에 양자심리학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전자의 입자와 파동 성질이 상보적인 것처럼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이 필연적으로 상보적인 보완물이라는 것이다. 뇌에서 작동하는 양자역학이 많은 것을 설명해줄 것이라고 낙관한다. 저자는 마이크로와 매크로 사이의 간극을 양자물리학으로 메꾸는 방법에 가장 큰 난관을 시간에 대한 이해로 보고 있다. 물리학에서는 시간이 근본적이 아니라 창발한 것이라고 본다. 시간은 인간처럼 충분히 복잡한 사물에게만 의미를 지닌다. 시간은 오로지 중간 수준에서만 존재하고 미시적인 시스템과 전체로서의 우주에서는 부재한다. 물리학은 일단 양자중력과 시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환원을 주제로 다른 학문들의 문제점들을 ‘수집’하기에 앞서 물리학자는 양자역학에서의 수많은 질문들에 먼저 답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과학은 답보다 질문을 더 많이 해서 욕을 먹는다고 했다. 사실 소화도 다 못했다. 이 책은 양자물리학의 매력을 저하시키는 질문들에 너무 공을 들인 느낌이다. 보편성과 환원에 치중한 나머지 규모와 척도와 기준을 너무 간과한 것이 아닐까. 대환원과 통섭이라는 프로젝트는 포부는 웅장했으나 ‘고양이’를 걸고 넘어진 마케팅 만큼이나 얄팍한 지식 자랑에 그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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