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중국인문] 혐오와 낭만2024-04-01 16: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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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혐오하기는 얼마나 쉬운가. 중국을 혐오하는 이야기는 곳곳에서 넘친다. 문제는 혐오가 너무 쉬운 판단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중국 사회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이 불가능하다. 그냥 엉망이겠거니 쉬이 생각해 버리는 것이다. 주장은 확실하나 근거는 빈약하며 논의는 엉성하다. 


저자의 주장은 명료하다. 중국은 공산주의 사회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이며, 중국 공산당은 이름만 공산당일 뿐 관료 집단에 불과하다고 본다. 중국의 노동자, 농민은 다양한 억압 아래 신음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은 제국주의적 확장, 패권 경쟁에 있다. 어떻게 보면 크게 새롭지 않은 주장이다. 이 책이 미덕으로 앞세우는 '마르크스주의 관점'이 별로 돋보이지 않는다. 


날카롭지도 않고 꼼꼼하지도 않다. 하여 질문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엉성한 주장을 내놓을 수 있는 용기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에 대한 혐오가 근거의 빈약을 덮어주는 것일까. 아니면 이념에 대한 신념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걸까. 중국을 혐오하기 때문일까 맑시즘의 낭만 때문일까.


저자는 시진핑 3연임이 근본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다고 본다. 1인 지배 체제라는 점에 주목하기보다는 중국 지배 관료의 관례가 바뀌었을 뿐이라고 본다. 과연 그럴까. 좌파 민족주의 엘리트에 뿌리를 둔 공산당은 건국 전후로 전혀 변화가 없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똑같은 이념이라도 시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며,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설사 그것이 가짜 공산주의라고 하더라도, 마오쩌둥의 공산주의와 덩샤오핑의, 그리고 시진핑의 공산주의가 같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책이었나 기억나지 않는데, 카우보이 모자를 쓴 덩샤오핑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반면 마오는 끝까지 땅바닥에서 용변을 보았다고 한다. 이 차이는 서방 제국주의를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되지 않을까. 


시진핑의 3연임과 지배체체를 두고 저자는 중국 경제와 정치의 위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문제를 꼼꼼하게 다루지 않는 점이 아쉽다. 중국의 경제 발전이 하향 곡선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점이다. 과연 그것이 곧 체제의 위기로 이어지는가는 의문이다. 양극화와 빈부갈등, 출산율 저하 등은 비단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꾸로 이런 상황에서도 권위주의 정부, 애국주의 청년, 관료 엘리트의 문제는 이나라 저나라에서 두루 드러난다. 경제와 정치의 위기가 권위주의 정부를 낳는가? 너무 얇은 주장이다. 


공동부유에 대한 야박한 평가는 중국을 혐오하기에 가능한 주장이 아닐까 하는 물음이 들었다. 공동부유 정책의 성과는 차치하더라도, 그러한 시도가 갖는 맥락과 의미를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우파적 복지 시스템이 때로는 사회의 건강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하더라도 공동부유가 갖는 사회적 가치와 방향은 따로 평가되어야 한다.


코로나 봉쇄 상황에서 중국의 특징을 읽어내는 주장이 생각난다. 딴웨이单位 중심의 사회 구조, 낮은 식료품이 봉쇄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동력이었다는 말. 이런 점을 보면 중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공적 성격, 국가 행정에서 인민의 위치에 대해서는 좀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과연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국가 자본주의 사회로 서방 국가와 아무런 차이가 없을까. 오늘날 중국이 인민의 저항을 검열하고 억누르고 있다는 주장 역시 맞지만, 거꾸로 인민의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같은 궤에서 대만문제를 미중의 제국주의 압력의 갈등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하나의 중국'이란 제국주의적 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중국인에게는 영토의 문제이며, 주권의 문제인 까닭이다. 대만에서 '중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줄어들고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이 증가하는 현상은 재미있는 점이다. 한편 그것이 '독립'이라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대다수가 '현상 유지'를 바란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대만인에게 중국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이 흥미롭지만 저자는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중국과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력이 대만문제를 심화시키고 있으며 자칫 군사적인 대결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과연 그런 상황으로까지 이를지는 의문이다. 대만 문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정학적으로 너무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한다. 군사적 대결을 한다면 도리어 위험부담이 더 적은 곳을 전장으로 삼지 않을까? 모를 일이다.


저자는 끝에서 이렇게 말하며 훈수 둔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의 노동계급과 좌파는 중국에 대한 견해 차이를 이유로 분열해선 안 된다. 대만 지배자들이 추진하는 친자본•반노동 정책에 반대하고, 미국 제국주의자와 중국 제국주의자 모두에 반대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 본토와 홍콩의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정치를 발전시켜야 한다." 지나치게 낭만적인 훈수이다. 과연 연대란 그렇게 쉬운 일일까. 당위는 앞서지만 문제의 깊이와 복잡함에 비해 너무 가벼운 말이다. 


저자는 어느 날 불길처럼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일어날 날을 꿈꾸는 것 같다. 그런 날이 도래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더 나은 미래일까? 잘 모르겠다. 노동자의 손으로 세상이 구원받지는 못할 거 같다. 물론 이런 푸념이 모두 믿음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무튼 혐오도 낭만도 없이 중국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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