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자본 3 화폐라는 짐승》 1 상품소유자-상품을 소유한다는 것 2 화폐, 코뮨을 해체하다 3 ‘화폐’를 기능별로 살핀다는 것 4 내 머릿속의 금화-가치척도로서 화폐 마르크스는 《자본》 제2장의 첫 문장을 이렇게 시작한다. “상품은 스스로 시장에 갈 수 없고 스스로 자신을 교환할 수도 없다.” 그러니 상품이 시장에서 교환되려면 누군가가 필요하다. 아마도 상품을 소유한 누군가일 터. 이제 이야기는 상품들 간의 만남에서 사람들 간의 만남으로 소재가 바뀐다. 상품을 소유한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상품의 탄생은 새로운 사회, 그리고 상품 소유자라는 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전제한다. 애덤 스미스 같은 경제학자는 교환 관계를 자연스러운 형태로 상정한다. 과연 그럴까? 마르크스나 칼 폴라니 같은 학자들은 원시사회부터 교환이 존재했다고 보는 이런 관점들을 비판한다. 스미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교환이 원시사회에도 존재했다고 상상하지만, 스미스가 전제한 사적 생산이나 소유, 교환은 원시공동체에 존재하지 않았다. 원시공동체는 생계를 개인이 감당하지 않는 일종의 경제공동체였기 때문이다. 계약은 공동체 내부가 아닌 낯선 타인들 간에 이루어졌다. 계약이 서로에게 배타적인 개인들의 조합인 ‘사회’를 전제한다면, 이 ‘사회’는 공동체가 해체된 지점에서 출현했다. 이 사회와 함께 출현한 개인들이 바로 상품을 교환하는 개인들이며, 이들은 특정한 ‘역사적’ 존재들이다. 마르크스는 이 상품 소유자들의 만남에서 개인적 욕구와 함께 사회적 욕구를 읽어낸다. 여기서 화폐에 대한 욕구의 출현도 감지된다. 언어가 개인적 산물이 아닌 사회의 산물이듯, 화폐도 사회적 산물이다. 상품들의 교환관계에서는 어떤 상품도 일반적 등가물(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사회적인 약속이나 권위가 특정 상품을 화폐로 지정할 수 있다. 저자는 여기서 경제적 가치의 통일성과 정치적 권력의 통일성을 함께 설명한다. 화폐의 권위에서 (사회적 합의를 내세우는) 군주의 권위를 발견하는 것이다. 물론 화폐가 그 자체로 교환을 가능하게 하지는 않는다. 특히 과거 공동체 내부에서는 화폐가 교환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오히려 공동체는 상품거래나 화폐를 경계했다. 화폐를 통한 교환은 공동체 바깥,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의 경계, 예를 들면 국경 같은 곳에서 이루어졌다. 과거의 국경은 주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곳을 의미했고, 이런 경계 지역에서 상업 민족들이 생겨났다. 상품 교환을 자극한 이들도 공동체 외부의 유목민족처럼 탈영토화된 존재들이었다. 자본주의가 세계를 식민지화한 방식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교역에 대한 요구는 군사적 침입과 함께 나타났다. 공동체는 자연스럽게 상품사회로 변화하지 않는다. 군사적 침입이 공동체를 몰락시키면서 상품과 화폐의 유통을 전파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공동체 간에 이루어지던 배타적 인간관계가 공동체 내부에서도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로 변화했다. 이 관계가 바로 ‘사회적’ 관계이다. 현대의 화폐는 교환이나 지불, 계산 수단 등 여러 기능을 함께 가진다. 그렇다고 화폐 일반의 기능이 이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각의 화폐 기능은 역사적으로 유래가 다르다. 이 때문에 마르크스는 화폐를 각각의 기능별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했다. 이런 논의에서 기억해야 할 점은 정치경제학자들이 자주 착각했듯 지금 우리 시대의 양상을 과거에도 그러했으리라고 섣불리 상상하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마르크스가 강조하는 점은 우리 시대의 ‘특수함’이다. 모든 교환관계에서 군주처럼 위엄을 과시하며 일반적 등가물로 나타나는 화폐가 있고, 이 화폐가 과거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모든 화폐의 기능을 거의 통합하는 특수함. 이 화폐를 이용하는 시장에서의 교환이 다른 모든 유통 방식을 대체하고, 가치와 가격을 구분하지 못하게 하며, 과거에는 상품이 아니라 여겼던 대상에도 가격을 책정하게 만드는 특수함을 말이다. |